제120회 지역 기획보도 부문_센텀2지구 정의로운 개발인가_KBS부산 이이슬 기자

결과가 정의롭다면 엉터리 과정도 정의로운가

 

나를 포함해, 부산지역 기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만들어낸 괴물이 있다. 비리와 부패로 점철된, 권력형 비리의 집합체 ‘해운대 엘시티’가 그것이다. 천혜의 자연인 해운대해수욕장을 낀, 가치를 함부로 평가하기조차 어려운 그 곳이 정관계 로비와 뇌물수수 등 권력형 게이트에 휘말려 결국 난개발 되었다. ‘엘시티’는 그렇게, 기자라는 나 자신 그리고 언론인이라는 우리를 뼈저리게 성찰하게 만든, 검은 기억이다.

 

 

막연한 의심에서 졸속 사업 확신까지

 

‘23년 만의 정권 교체’라는 기치를 내걸고 등장한 민주당 오거돈 시장의 일자리 창출 핵심 정책이 ‘센텀2지구’ 조성이라고 했다. 하물며 영화도 ‘시즌 1’의 성공을 발판 삼아 ‘시즌 2’가 제작되는 법. 그렇다면 ‘센텀1지구’는 성공했는가. 그렇지 않다. ‘센텀1지구’, 즉 해운대 ‘센텀시티’는 전문가와 업계에서, 심지어 부산시 내부에서조차 이미 기형적 주거단지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 실패한 산업지구다. ‘센텀2지구’는 더욱이, 보수 정치세력을 기반으로 한 前 시장 집행부가 밀어붙였던 사업이다. 前 시장의 다른 모든 굵직한 정책은 뒤집거나 재검토하겠다면서 왜, 유독 이 사업에 대해서만은 ‘강력 추진’이라는 입장을 취하는가. 이상하다고 생각될 때마다 ‘엘시티’가 떠올랐다. 의심했다. 취재팀은 다소 막연한 상태에서,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현 시장의 주요 일자리 정책이라는 ‘센텀2지구’ 사업을 파헤쳐 보기로 했다. 이제와 고백하건대, 심층취재팀이라는 이름값을 하기 위해서라도, 일주일치의 리포트 분량은 나와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찾아내야 했다. 사실, 관련된 핵심 자료는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만이 보유한 상황이었다. 예상했듯, 그들은 취재진에게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상황이 아니어서 요청한 자료들이 없다”거나 “확정된 계획이 아니어서 공개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달려들었다. 구글링을 통해 각종 보고서와 평가서를 어렵게 확보해 나갔다. 취재가 시작되자 관련자들의 제보가 잇따랐다. 언론이 확보하기 어려운 대외비 문건도 입수할 수 있었다. 개발 예정지에 부산시 고위공직자나 지역 인사들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확인하려고 해당 필지의 등기부등본 5백 장을 뒤졌다. 수요조사 대상에 포함된 업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녹음기를 켜고 취재했다.

 

중간 취재가 이뤄졌을 즈음, 취재팀은 이 사업이 엉터리 졸속 사업이라고 확신했다. 개발 예정지인 그린벨트 내 토양오염을 은폐한 사실, 특정 기업의 개발 이익을 보장하고 교통대란이 우려된다는 보고서를 무시한 사실, ‘센텀1지구’가 그랬던 것처럼 주거지역을 슬그머니 금싸라기 구역으로 옮기는 토지구역 계획 변경을 시도했다는 사실, 무엇보다 산업단지 조성에 가장 핵심적인 수요조사의 전 과정이 엉터리로 진행된 사실. 이 많고 많은 팩트가 계속해서 기사로 나왔다.

 

개발 이면의 검은 거래, 언론이 추적해야

 

‘센텀2지구’의 졸속 추진 과정이 ‘팩트’로 입증된 상황에서 이 사업이 ‘엘시티’나 ‘센텀1지구’의 전철을 밟지 않을 거라는 보장, 할 수 없다. 사업 과정 곳곳에 특혜와 비리가 생겨나지는 않을지, 일자리 창출이라는 당초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천박한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전락하지는 않을지, 다른 유사 사업과의 중복으로 예산만 낭비하게 되지는 않을지, 언론이 추적해야 한다. 보도 이후, 부산시가 사업 전반을 다시 살펴보기로 하고 부산시의회도 감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우리는 의심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린 검은 거래는 언제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부산은 ‘엘시티’를 통해 학습했다.

 

KBS부산 보도국 역사상 단일 아이템으로 18개의 뉴스를 하루도 건너뛰지 않고 연속 보도한 경우는 내가 알기로는 없다. ‘언제까지 저 아이템으로 뉴스하려나’, ‘지겨워질 때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심층취재팀을 믿고 지켜봐 준 보도국 동료들에게 이 공간을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한다. 운이 좋아 좋은 상을 받게 되었다. 힘든 현장에서 함께 뛴 촬영기자, 취재팀의 철학을 탁월하게 살려준 편집에디터와 그래픽 팀에게 특히 감사드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막대한 양의 자료 분석에서부터 복잡한 그래픽 제작 등 취재팀 업무의 절반 이상을 해낸 심층취재팀 전문 자료조사원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한다. 최위지 자료조사원이 없었더라면 센텀2지구 보도는 완성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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