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회 이달의 방송기자상 심사평

제 118회 이달의 방송기자상에는 모두 32편이 출품되었습니다.

출품작 총량도 다시 늘었고, 지역 출품작 가운데에도 우수작품이 많아 심사위원들은 장시간 토론을 벌여야 했습니다.

뉴스 부문에서는 SBS의 <발사르탄 발암물질 관련 연속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일부 내용이 너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도였다는 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유해물질에 대한 공포와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제조공정을 알고 있는 식약처가 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해법까지 제시한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발사르탄 연속보도와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친 작품은 동사의 <부산 스폰서 판사 의혹 단독보도 등 사법농단 관련 연속보도>였습니다. 하지만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 출품작이 결국 부산 스폰서 판사 의혹을 말하려 한 건지, 법원행정처의 사법농단을 말하려 한 건지 모호하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너무 많은 걸 연속으로 묶어서 전하기보다, 차라리 한 가지 메시지만 녹여내고 나머지는 별건으로 처리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YTN의 <돈스코이호 투자사기 의혹 연속보도>도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취재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느껴도 행여 소송에 휘말릴까 깊이 있는 취재를 꺼릴 수도 있는데 꾸준히 이슈를 선점하고 이끄는 한 기자의 열의를 높이 평가한다는 심사평이었습니다.

 

기획보도 부문에서는 KBS의 <4대강 사찰 문건 단독 입수 등 연속보도>와 뉴스타파의 <가짜학문 제조공장의 비밀>이 심사위원들로부터 단연 높은 평가를 받은 가운데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습니다. <4대강 사찰 문건 단독 입수 등 연속보도>는 4대강 사업 반대 단체들에 대한 지원이 끊기고, 지식인의 입에 재갈이 물려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로부터 기획보도 부문 기자상으로 낙점된 수상작은 뉴스타파의 <가짜학문 제조공장의 비밀>이었습니다. 학계와 언론계로 구성된 심사위원들 가운데 특히 학계의 심사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출품작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도입부분이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아주 흥미로웠고 전체 구성도 훌륭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독일 언론과의 협업에도 불구하고 와셋 자체에 대한 심층보도는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나왔습니다. 이와 함께 BK21 등 정부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는 기준이 논문의 양이나 피인용 지수 보다는 질이 우선돼야만 진짜 훌륭한 논문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메시지에 다수가 공감했습니다.

 

아쉽게도 경제보도 부문과 뉴미디어 부문, 영상취재 부문에서는 이번에 수상작을 선정하지 못했습니다.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SBS의 <BMW 주행중 화재 연속보도>와 KBS의 <BMW 화재관련 단독 · 연속보도>가 비슷한 주제와 내용이어서 심사위원들 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기술분석에 있어선 SBS가 문제점을 먼저 인지하고 보도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KBS의 깊이 있는 보도도 이에 못지않게 의미가 있다는 평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과연 타이밍이 적절한 보도였나, 터질 만큼 터지고 뒤늦게 따라간 보도는 아니었나’ 라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더 높았습니다.

언론계 심사위원 가운데에는 ‘부품이 문제인지, 소프트웨어의 문제인지도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평가기관조차도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데 기자가 ‘내부고발 등 제보 없이 실체적 진실을 파헤친다는 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변명(?)도 나왔습니다.

내용만을 놓고 봤을 땐 한국경제TV의 <유명 간편결제 이렇게 뚫렸다 연속 단독보도>가 경제 보도 부문에 맞다는 심사평이었습니다. 이와 달리, 앞서 BMW 보도들과 MTN의 <아시아나 협력업체 대표 자살 단독 보도 외 3건>의 경제보도 부문 출품이 과연 적정하냐는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경제에 특화된 보도를 하고도 대개 사회적 파장이 큰 정치 · 사회부문 보도에 밀려 수상하지 못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경제보도 부문을 신설한 것이지, 각 언론사의 산업부나 경제부가 취재하면 경제보도 부문에 출품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각 방송사 기자들이 숙지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뉴미디어 부문에서는 SBS의 <디지털 성폭력 박멸 프로젝트>에 대한 심사평이 극과 극으로 갈렸습니다. 무거운 주제지만 문제점을 알기 쉽게 지적하고, 국회의원들이 관련법 개정을 서두르기로 약속하는 등 스브스뉴스가 한 달간 방송한 <디지털 성폭력 박멸 프로젝트>의 성과가 크다는 호평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비극적이고 무거운 주제를 너무 가벼운 톤으로 다룬 건 아닌가, 이렇게 희화화 할 수도 있나 의문이 든다는 비평과 함께, ‘리벤지 포르노와 야동을 연결하는 건 그 상관성에도 불구하고 좀 억지 아니냐’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뉴스타파 <세월호 AIS 항적 검증>은 세월호에 계속 천착해야 하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감사함을 느낀다는 평이었지만 AIS 항적 검증이 너무 어려운 내용이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SBS의 <대한민국 난민 보고서 연속보도>도 일단 늦게나마 난민 문제를 다뤘다는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쉽다는 평이 주를 이뤘습니다.

 

영상취재 부문에 단독 출품한 MBC경남의 <부산신항 지반침하>는 지반침하 현상을 잘 보여주긴 했지만 침하된 부분 그 이상의 과학적인 분석이 부족했고, MBC경남 전에 타사에서 이 문제를 먼저 다뤘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지역뉴스 부문에서는 이달에 수준 높은 출품작들이 많아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8편이 경합을 벌인 가운데 KBS전주의 <부영그룹의 무주 공화국 고발 연속보도>와 TBC대구방송의 <대구 수돗물 신종 유해물질 검출 집중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KBS전주의 <부영그룹의 무주 공화국 고발 연속보도>는 부영 임원들 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작태를 잘 보도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책임지는 공무원을 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아쉽다는 평이었습니다.

TBC대구방송의 <대구 수돗물 신종 유해물질 검출 집중보도>는 과거 페놀사건에 비견될 만큼 발암물질이 포함된 수돗물의 문제점을 잘 파헤쳤고, 저감조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KBS청주의 <유성기업 노조파괴 현대차 개입 고발 등 단독보도>도 오래전부터 알려져 자칫 식상할 내용을 재조명해 다뤘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다만 인터뷰에만 의존해 구성한 게 한계로 지적됐습니다.

전주MBC의 <찜통 시외버스터미널, 무관심 속 방치 연속보도>도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비주류고 약자인 노인들 시각에서 폭염에 따른 고통을 경감시켜 주기 위한 기자의 감수성 높은 세심한 취재가 돋보였다는 평이었습니다.

 

지역기획보도 부문에서는 대구MBC의 <검찰 감시 100일의 성과-대구 최대기업 바로 세우다>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지역뉴스 부문과 마찬가지로 공들인 작품들이 많아 심사위원들 간 열띤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대구MBC의 <검찰 감시 100일의 성과-대구 최대기업 바로 세우다>는 해당지역의 큰 권력을 상대로 인적쇄신과 조직 개편이란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사회적 공기인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수개월에 걸쳐 보도된 짧은 리포트들이어서 완성도 측면에선 긴 호흡의 타사 기획보도 출품작보다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음에도 이 같은 성과를 낸 것이 수상작으로 선정된 주요인이었습니다.

KBS부산의 <의원님의 수상한 정치후원금>은 몰아주기에 상납성 후원금으로 정치후원금제도가 법망의 사각지대에서 로비로 악용되는 사례를 상세히 취재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기획보도 취지에 걸맞게 그 이상의 새로운 시도가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나왔습니다.

CJB 청주방송의 <도심속 그림자 지도로 폭염 피해 막는다>와 부산MBC <아이들의 편은 없다>, 부산MBC <우리는 노동 지옥에서 일했습니다> 모두 수상은 못했지만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조명한 작품으로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부산MBC <아이들의 편은 없다>는 아동양육시설에서 고문에 가까운 학대가 4년 동안이나 계속됐고, 관리감독이 안 되는 부분을 잘 지적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부산MBC <우리는 노동 지옥에서 일했습니다>도 과거 파업 노동자들이 전투적이고 강성으로 비춰졌던데 반해 ‘가족이 하루 물놀이 가는 게 소원’이라는 아주 소박한 바램을 가진 하청업체 노동자의 설움을 카메라에 잘 담아낸 수작이란 평이 나왔습니다.

 

다음 달에도 사회적 강자에 대한 비판과 감시기능은 높이고, 사회적 약자의 억울함과 어려움은 세심히 살피는 수준 높은 기자들의 수준 높은 작품을 기대해 봅니다.

Posted in 연합회 소식, 이달의 방송기자상, 이달의 방송기자상 심사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