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생태계] 유튜브의 무서운 성장세, 그 독주의 배경

유튜브의 무서운 성장세, 그 독주의 배경

콘텐츠 소비자를 찾아가는 자가 승리한다

KBS 이혜준 기획자 (마케팅전략부)

지난 8월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된 다이아페스티벌. 유튜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국내 유튜버들과 그들의 팬들 총 4만 3천여명이 운집했다. 이 곳에는 방송사와 TV스타들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8월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된 다이아페스티벌. 유튜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국내 유튜버들과 그들의 팬들 총 4만 3천여명이 운집했다. 이 곳에는 방송사와 TV스타들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갓튜브’라고까지 불리는 유튜브는 이제 페이스북을 밀어내고 뉴미디어 시장의 독재자가 될 기세입니다. 유튜브 천하로의 변화에 대해 기성 언론들은 우려 섞인 시선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뉴미디어 플레이어들도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고군분투하며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도 유튜브와 국내외 동영상 시장을 중심으로 뉴미디어 동향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유튜브 독주에 대한 우려

유튜브에 대한 국내 언론들의 기사를 보면, 유튜브가 국내 뉴미디어 시장의 갓튜브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 바로 정부의 역차별이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국내 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 규제 탓에 외국 기업인 구글은 특별한 제약 없이 마음껏 사업을 하고 실리를 취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인터넷 실명제, 저작권 규제 등 자유로운 콘텐츠 생산과 공유를 제약하는 정부의 정책들이 대표적인 규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정책들로 국내 포털과 동영상 사업자들이 발목을 잡혔을 때,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각 종 법망을 피해 성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국내 사업자들이 통신사에 내고 있는 망 사용료를 구글은 내지 않는다는 점도 유튜브가 국내 뉴미디어 시장을 장악하게 된 주요 배경입니다.

그런데 이런 규제들이 없었다거나 유튜브에도 규제가 적용이 되었다면, 지금의 상황은 달라졌을까요? 저는 물음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예컨대 국내 방송사들이 연합하여 국내 포털에게만 콘텐츠를 제공하는 현 상황을 봐도 그렇습니다. 방송사들은 콘텐츠를 국내 영상 플랫폼에 공급하는 대가로 수익의 90%를 가져갑니다. 대신 유튜브에는 방송사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기로 하였죠. 수익 배분 비율이 큰 국내 포털에게만 콘텐츠를 독점 제공하겠다는 건데, 이는 ‘공급자’ 마인드입니다.

하지만 유튜브는 방송사가 제공하는 콘텐츠 없이도 국내 뉴미디어 시장을 장악하였습니다. 방송사 콘텐츠 대신 유튜버라는 새로운 콘텐츠 생산자들이 더 풍부한 생태계를 만들어냈죠. 뉴미디어 시장은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중요한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여전히 유튜브의 세상 속에서 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부의 규제가 없더라도 말이죠.

우리도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이 있다

브이라이브(V-LIVE)는 스타들의 일상이나 쇼케이스 등 다양한 이벤트를 방송이 아닌 모바일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네이버의 동영상 앱입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사용자가 매우 많은 글로벌 서비스인데요. 서비스 출시 후 3년 간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5,700만 건, 누적 재생수 34억 건을 기록했다고 하네요. 콘텐츠 유료 구매자도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글로벌 플랫폼으로 분명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국내 서비스라 할 수 있습니다.

브이라이브는 특히 아시아 10대 사용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한류 콘텐츠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 볼 점은 바로 그 한류 콘텐츠, 국내 인기 스타들이 브이라이브라는 플랫폼에 기꺼이 출연해 자신의 사생활을 거리낌 없이 노출한다는 사실인데요. 이는 한정된 TV 프로그램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자신의 다양한 모습과 더 많은 매력을 마음껏 노출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브이라이브가 전 세계의 뉴미디어 사용자들이 모여 있는 영향력 있는 플랫폼이라는 사실이 더 큰 이유일 것입니다. 소비자는 콘텐츠를 찾아오고, 콘텐츠는 소비자를 찾아가는 뉴미디어 생태계의 전형적이자 핵심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브이라이브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 TV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스타들이 출연해 자신들의 일상을 스스럼 없이 보여준다.

브이라이브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 TV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스타들이 출연해 자신들의 일상을 스스럼 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도 찾아간다

그렇다고 뉴미디어 환경의 특성에 대해 기성 미디어들이 여전히 무감각하고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SBS는 ‘모비딕’, ‘스브스 뉴스’와 같은 모바일 전용 브랜드를 일찌감치 런칭해 성공적으로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EBS도 모모(MOMOe)라는 모바일 브랜드를 만들어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제작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고요. 최근 주목받고 있는 MBC의 ‘14F’라는 모바일 뉴스 서비스 역시 철저하게 뉴미디어에 익숙한 20대 타깃의 모바일 전용 브랜드입니다. 이들 모두 기성 미디어의 문법이 아닌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소비자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있습니다.

물론 끊임없이 하락하는 시청률과 광고매출 감소 등 새로운 변화에 몸을 실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대부분 방송사들이 방송에 나간 영상을 그대로, 그러니까 TV문법의 콘텐츠를 그대로 온라인에 올려두던 것이 불과 2~3년 전. 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 기성 미디어들의 다양한 뉴미디어 실험은 놀라운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것을 직접 찾아보고 공유하는 능동적인 소비자들이 미디어 환경을 변화시키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유튜브는 콘텐츠가 자유롭게 생산되고, 소비되고, 공유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을 뿐이고요. 유튜브의 성장세를 견제하는 것을 넘어 뉴미디어 시장과 환경, 그 안의 다양한 주체들의 행태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보고 연구해야 할 이유입니다.

Posted in 2018년 9.10월호, 뉴미디어 생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