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수습 교육’ 그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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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수습 교육’ 그 효과는?

MBC 김지경 기자 (인권사회팀 바이스)

퇴근하는 수습기자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가 경찰청에 소환되던 날, 교육을 위해 수습기자를 불러 마이크를 들게 했다. 누구냐는 다른 바이스 질문에 수습기자라고 답하자 돌아온 말, “수습인데 엄청 멀끔하네요.”

10여 년 전, 수습이던 우리는 잘 씻지 못해 늘 꼬질꼬질 냄새가 났다. 매일 샤워를 한다는 건 수습기자에겐 꿈도 꿀 수 없는 사치처럼 느껴졌다. 깨끗함에 대한 욕망보다 훨씬 더 절실한 욕구들도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 경찰서에 짐을 풀고 일주일 동안 잔 시간을 모두 합쳐 봐도 8시간 남짓. 사람이 잠을 이렇게 못 자도 살 수 있구나, 하루하루가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는 극한 경험과 깨달음의 연속이었다. 이런 수습 교육 방식에 대해 의미를 설명하자면 이랬던 것 같다. 대다수가 수줍음 많은 모범생이었던 수습기자들이 선배들의 거친 가르침과 기본권 박탈이라는 외부의 강력한 압박을 통해 자신의 바닥을 확인하고 겸손하면서도 패기 넘치는 진짜 기자로 태어나던, 좋게 말하면, 그렇게 알을 깨고 나오는 재탄생의 과정.

하지만 시대도 문화도 바뀌었고, 기자를 키우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데 대다수 의견이 모였다. 노동법이 개정되며 근로시간도 단축됐겠다, 3개월은 아예 경찰서에서 먹고 자면서 취재하는, 이른바 ‘하리꼬미’가 사라진, 출퇴근하는 수습기자가 올해 처음으로 탄생했다.

역대급 수습 교육

일하는 시간을 줄인 건 변화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전 해직 기자이자 뉴스데스크 앵커이자 언론학 박사 학위까지 받고 돌아오신 박성호 선배가 후배들을 체계적으로 훌륭한 기자로 키우자고 팔을 걷고 나서셨다. 먼저 취재기자와 영상기자, 기자회장 등 기자들이 모였고, 이에 더해 회사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인재개발부와 외부 자문 교수까지 모여 다섯 차례 넘게 회의를 하며 머리를 맞대고 수습기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짰다. 그리고 MBC에선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타사에서도 유례없을 거라고 생각되는 ‘역대급 수습 교육안’이 만들어졌다.

예전 수습 교육은 기자들을 일단 경찰서를 중심으로 각 라인에 배정한 뒤 일차적으로 1, 2진이 도제식으로 보고를 받고 가르치고, 캡과 바이스가 교육을 총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세부적인 방법이야 조금씩 달랐겠지만 대부분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자 전부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수습 교육은 보도국에 배정되고 9주차까지의 교육 프로그램이 사전에 짜였다.

기사 쓰기와 아이템 발굴법, 기획법, 취재원 관리 노하우 같은 알토란같은 취재 기법들을 사내의 최고 기자들이 전수했고, 아나운서국의 도움을 받아 전문적인 리포팅 교육도 이뤄졌다. 또 사내외 강사들이 정보공개청구 방법, 데이터저널리즘과 뉴미디어에 대한 이해, 저작권과 언론중재위와 관련된 케이스 스터디까지, 기자에게 필요한 여러 지식을 총망라해 교육했다. 심지어 예전에는 각 부서를 돌면서 인사하는 정도의 의미였던 보도국 내 부서별 교육도 사전에 교육 계획안을 받아 검수를 거친 뒤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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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 효과는?

이런 교육을 받은 수습기자들이 이제 법적인 수습 해제를 코앞에 두고 있다. 제작을 위한 기술적인 교육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사회부에 온 지 2달이 다 됐고 곧 정식으로 보도국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예전과 달라진 모습들이 몇 가지 있다. 수습기자들이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다정한(?) 교육 방식 때문인지 기자 선배들보다 경찰서에서 경찰관 대하는 것을 더 어려워한다. 초반에 수습기자들이 가장 많이 물어본 것 중의 하나가 “경찰관들은 왜 저희를 싫어하고 귀찮아하나요?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이런 것들이었다. 선배들한테 제대로 보고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경찰관이 두렵다는 느낌은 가져본 적이 없던 세대로서는 문화적인 충격이었다.

강압이나 권위보다 대화를 통해 꼭 필요한 교육을 하자는 방침을 따르다 보니, 수습기자들의 질문도 많아지고, 선배 기자들이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할 것들도 많아졌다. 선배의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 바로 반론을 제기하거나, 아이템 회의 시간에 ‘수습제도의 문제점’이란 제목으로 발제를 하는 일도 벌어졌다.

선배들 입장에서는 일이 더 많아졌고, 수습기자들이 업무를 익히는데 더 오래 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 기자가 됐다는 우쭐함보다 겸손함을 익히는 과정이 사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도 든다. 하지만 수습기자들이 좋은 기자란 무엇인지, 어떤 취재 방식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그리고 거기에 답하며 함께 배워가는 선배들을 보면, 이런 방향이 아마도 옳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기자는 취재 현장의 최전선에 혼자 있고, 매 순간 고민하며 답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리고 고민 없이 시키는 대로 기사를 쓰던 기자들을, 그로 인해 모든 사회가 겪은 고통을 우리는 너무 많이 봤다.

Posted in 2018년 9.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