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 서울과 평양, 10년 만의 뉴스 생방송

서울과 평양, 10년 만의 뉴스 생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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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김시원 기자 (남북교류협력단)

땡볕이 내리쬐던 2018년 8월 10일. KBS에서는 12명이 9박 10일의 일정으로 평양을 찾았습니다. 제4회 평양 국제유소년축구대회를 중계하고 취재하기 위해섭니다. 개인적으론 방북이 처음인데다 파주~개성~평양 육로를 통한 입경이 7년 만의 일이라니 걱정이 앞섰습니다. 방송기자들이 참고할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방북기를 써 보려 합니다. 다만 북한에서 어떤 호텔에 묵느냐에 따라, 또 행사를 주관하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내용은 차이가 있을 겁니다.

 

북측 CIQ 통과에 2시간 반…“노트북을 조심하세요”

방북단의 가장 큰 관심은 스마트폰을 가져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통일부는 방북 전 날 밤, 유심을 뺀 스마트폰도 가져갈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대부분’이 남측 CIQ에 스마트폰을 맡기고 북으로 향했습니다. 정부는 사전에 반출 장비 목록을 꼼꼼히 요구했지만 막상 짐 검사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노트북은 시리얼 넘버까지 철저히 확인했습니다.
노트북은 북측 CIQ에서도 기자들의 애간장을 태웠습니다. 북한 세관 심사원들이 노트북을 갖고 사무실로 들어가더니 1시간이 넘도록 나오지 않는 겁니다. 나중에 회사 전산 보안실에서 점검해 보니 북측이 외부 저장장치를 이용해 노트북 파일들을 복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더군요. 실제 8월 19일 남측으로 돌아오는 날, 북한은 일부 기자들을 따로 불러 노트북에서 북측 체제에 반하는 문서들을 확인했다며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노트북이야 기자들에게 무기와 같은 것이니 잘 ‘관리된’ 상태로 갖고 가시길 권합니다.
온 몸이 땀에 젖어 발을 동동 거린 2시간 반의 입국·세관 심사가 끝나고, 오후 5시가 넘어서야 기자단을 태운 북측 버스는 서서히 개성으로 진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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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평양 180km…“카톡이 터졌다”

개성에서 평양까지는 약 180km. 북측 민화협과 보위부 인사들은 버스 차창에 커튼을 치지는 않았지만, 트래킹 촬영은 막았습니다. 개성~평양 고속도로는 편도 2차선, 시속 80km로 달려 밤 8시 반쯤 평양의 양각도 국제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기자들이 달려간 곳은 호텔 1층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접수처에서 방 번호를 대고 인터넷을 신청하면 ID와 패스워드를 줬습니다. 인터넷 사용료는 1시간 당 10달러. 한국 포털사이트와 구글 등 해외사이트가 모두 열렸습니다. 당초 중국 텐센트의 QQ 등 다양한 웹 하드 서비스를 준비했는데,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컴퓨터에 설치한 카카오톡으로 메시지 전송은 물론 음성 통화와 화상전화도 할 수 있었습니다. 한 신문사 선배는 페이스북에 평양 사진을
올린 덕에 부러움을 샀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인터넷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연결됐지만, 특정 사이트는 연결이 안 되거나 간혹 끊기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전송 속도는 사용자가 적을 경우 1GB 전송에 약 15분, 10명 이상이 동시에 사용할 경우 40분이 걸렸습니다. 평균 5~6Mbps의 속도는 나왔던 걸로 생각합니다. 전압은 220V로 우리와 똑같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맥북 사용자는 필히 랜선을 꽂을 수 있는 커넥터를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북측은 무선 장비에 민감했습니다. KBS 취재팀은 무선공유기와 인터넷 전화기, 축구 중계방송을 위해 가져갔던 무전기를 빼앗겼다가 모든 일정이 끝난 뒤 돌려받았습니다. 취재뿐 아니라 중계방송을 위해 방북한다면 용도에 맞는 마이크와 각종 케이블, 소모품, 중계용 TV 등도 챙겨야 합니다.

 

“여기는 평양입니다” 10년 만의 서울-평양 뉴스 생중계

KBS는 축구대회 중계와 동시에 <9시 뉴스> 생중계도 추진했습니다.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당시 CNN 등 외신들이 원산에서 AP지국의 중계차를 활용해 생방송을 했는데, 이 장면을 보고 착안한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방북단이 머무는 양각도 호텔은 AP가 평양에 갖고 있는 2곳의 생중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른 하나는 김일성 광장)입니다. MBC가 2008년 평양에서 뉴욕 필하모닉 공연을 중계하면서, 뉴스 생중계를 했던 장소도 바로 이 양각도 호텔이었습니다.
그러나 가능성은 크지 않았습니다. 풍계리 보도 이후 북측에 생중계 의사를 타진했지만 이렇다 할 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KBS 남북협력단은 AP와 가계약만 해 놓은 상태에서 방북했습니다. 그런데 8월 11일, 조선중앙방송위원회(KRT)와의 축구 중계 실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KRT 관계자가 “AP 측과 계약만 맺는다면 가능한 일이다”라고했기 때문입니다.
평양과 서울, 두 도시가 바빠졌습니다. 평양에서는 <9시 뉴스>와 <생방송 아침이 좋다> 프로그램에서 각각 2번 씩 연결하겠다고 서울에 보고했고, 서울 본사에서는 AP와 정식으로 위성 청약 계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AP의 위성 청약 확정 메일은 생방송 당일인 8월 14일 저녁 7시 18분에야 도착해 끝까지 애를 태웠습니다. 북측도 이를 근거로 저녁 8시쯤 뉴스 생방송을 해도 좋다고 알려왔습니다.
뉴스 생방송에서 가장 큰 기술적 고민은 서울의 앵커와 평양의 기자가 서로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토크 백’이었지만, KRT가 국제전화 2대를 현장에 설치해 줘 문제가 없었습니다. 중계용 카메라도 기본 장비는 6mm 싱글카메라였지만, 조선중앙TV 관계자는 KBS의 ENG 카메라를 설치해 직접 조작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8월 14일 평양과 서울 생방송은 <9시 뉴스> 첫머리를 장식했습니다. 꼭 10년 만이었습니다.
평양에서의 열흘 동안 피부가 까맣게 탔습니다. 북측 관계자는 제가 더 말라 보인다며 “약해지지 않게 조심 하십쇼”라고 작별 인사를 하더군요. 저도 건강하시라고, 덕담을 건넸습니다. 끝으로많은 분들이 물갈이로 고생했으니 배탈 약은 꼭 가져가시길 권합니다. ‘가을의 평양’을 기대합니다

 

Posted in 2018년 9.10월호, 현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