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1차 산업혁명 교육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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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1차 산업혁명 교육방식

KBS 조승연 촬영기자 (영상취재부)

수습의 시간은 더디게 간다. 고생스럽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욕지기만 나온다. 업무의 끝은 어디이고 휴일은 또 언제인걸까? 고생스럽게 찍어온 그림을 이 선배 저 선배 돌려가며 평가를 받는 시간 동안 아무리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려도 돌아오는 건 질책뿐이었다.

수습기간을 겪어본 현업 촬영기자들이라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논하고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것을 걱정하는 시기에 촬영기자의 교육은 여전히 1차 산업혁명 시절의 도제식 교육방법이 자리 잡고 있다.

‘Reset’이 촬영기자 수습교육의 첫 번째 목표였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을 수습기자 교육기간동안 천차만별의 역량과 감각, 경험치 등을 깎아 평균율로 맞추는 것이 우선의 목표였다. 언론사가 원하는 기본적인 능력에 모자란 사람은 끌어올리고 끼와 재능이 넘치는 사람은 깎아내 ‘회사가 바라는 기자상’에 맞춰가야 한다. 촬영기자 집단에서 유독 이러한 방식이 견고하게 자리 잡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물리적으로 고된 현장에 반드시 위치해야 한다는 점. 타이밍을 놓치면 그 순간은 두 번 다시는 찍을 수 없다는 보도영상의 기본적인 속성. 그리고 대부분 남자들로 이뤄진 내무반 같은 조직 문화가 도제식 교육방법을 고수하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도제식이라는 단어가 선후배의 수직적 관계와 복종의 의미를 담고 있듯 수습기자들 각자가 갖고 있는 개성과 창의성은 수습기간 동안 평균화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마저 체계화된 교육 매뉴얼이나 시스템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 관계에 의존한 중구난방 식의 교육이 많이 이루어져 왔다는 것도 안타깝지만 대다수 언론사 촬영기자 교육의 현실이다.

수습 촬영기자 교육을 체계화하고 이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그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보통 신입 촬영기자가 입사하게 되면 몇 주 동안의 집체연수를 마치고 사건팀에 둥지를 틀게 된다. 사건팀 캡이 중심이 되어 수습기자들의 교육 계획을 만들고 한 달 정도 각종 이론 교육 및 실무 교육을 진행한다. 이러한 과정들이 매년 축적되면서 신입기자가 들어오면 으레 교육해야 할 커리큘럼은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 촬영장비의 기초적인 사용법부터 영상문법, 선배들과의 현장 동행취재 그리고 촬영·제작 실습 등 한 달이라는 시간 안에 모두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빡빡한 일정들이다. 그러나 단순히 커리큘럼을 짜고 이를 운용해나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 교육과정이 신입 기자들에게 얼마나 유익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피드백이 서로 얼마나 오고갔는지 관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업무량이 많은 사건 팀이 수습 교육을 전담하게 되면서 이러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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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기자 수습 교육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KBS보도본부는 지난 150여 일간의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고, 수습기자 교육에 대한 문제 제기도 그 과정에서 꾸준하게 이루어졌다. 그 결과 올해 입사한 신입 수습기자 교육에는 몇 가지 변화들이 있었다. 취재기자들이 밤새 경찰서에 숙식하며 취재하는 이른바 ‘하리꼬미’가 폐지됐고, 기자들의 최소 수면시간과 출퇴근 시간 휴일 등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도록 했다. 신입 촬영기자 교육도 올해는 무작정 오랜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게 하는데 연연하지 않고 뉴스 집중 모니터링, 주제 자유토론, 각자의 다짐을 담은 영상을 제작해보기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좀 더 유연하고 자유로운 내용으로 교육을 진행하려는 노력들이 있었다.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수습기자 교육의 완전한 시스템화와 도제식 탈피는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다. 기존의 커리큘럼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고 더욱 발전된 시도들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습 촬영기자 교육이 사건팀에 전담되던 관행을 탈피해야 한다. 교육기간 동안 일상 업무에 구애받지 않고 수습기자 교육을 진행할 주체를 선발하고 이를 중심으로 촬영기자 조직 전체의 협조와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습 촬영기자들은 ‘힘들고 어려운 것, 아무거나 시키는 것이면 다 하고 그러면서 배워가는’ 고마워해야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할 때다. 수습기간을 거쳐 빠른 시간 안에 제 몫의 1인분의 역할을 하기 원한다면 선배들이 겪었던 부조리한 교육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세월 많이 좋아졌다~’는 우려 섞인 본전생각이 발목을 잡는다. 그러면서 지금 보다 나은 미래를 기대하는 것. 이보다 더 큰 욕심이 어디 있나 싶다.

Posted in 2018년 9.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