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노트] 선배

선배·후배를 말할 때 우리는 ‘무리 배’輩 자를 씁니다. 하나의 무리 안에서만 사용되는 호칭이어서 기자들은 기자 집단 이외의 구성원을 부를 때 이 말을 쓰지 않습니다. 예컨대 ‘한 부장’ ‘김 사무관’과 같은 호칭은 소속 집단과 무관하게 사용하지만, 선후배란 말은 ‘우리’ 안에서만 씁니다. 기자들은 내부 집단의식이 강하고 선先과 후後를 엄격히 구분하는 문화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선후배 호칭을 사용하는 직업군은 극소수로, 대개 도제식 교육을 거쳐 조직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직종의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그간 ‘수습’이 ‘기자’가 되는 과정도 이와 같았습니다.

기자 18년차인 저 역시 도제식 교육의 필요성을 많이 알고 있는 편입니다. 강도强度 높은 교육 과정에서 내용도 중요하지만 강도 자체가 기자를 단련시키는 데 도움이 적지 않다는 건 겪어본 자만이 알겠지요. 문제는 시대 변화가 너무나도 급해서, 언론도 변화하지 않고는 생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농경시대에는 경험 많은 웃어른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농사가 되었지만 이 시대에는 ‘하던 대로’만 하면 안 된다는 걸 우리는 압니다. 윗세대에 대한 존경이 사라지는 정도가 시대 변화의 속도와 연동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 입니다. 결국 경험과 창의를 지혜롭게 조화시키는 조직에서 구성원의 행복과 집단의 발전을 함께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방송기자>의 테마는 ‘수습 교육’입니다. 각 사 신입 기자들은 최근 수습 기간을 마쳤거나 현재 진행 중이며, 신입 공채를 앞두고 교육 방식의 변화를 고민 중인 곳도 있습니다. 각 방송사가 약속이나 한 듯 밤샘취재 교육 방식을 폐지했거나 검토 중입니다. 주 52시간 근로제도의 강제성 이전에 공통된 인식이 모인 결과라 하겠습니다. 신입 기자들이 어떻게 이 생활을 출발하도록 도울 것인가, 새 구성원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이는 해당 조직의 문화 전반을 알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번 <방송기자>의 테마를 바꿔 말하면, ‘어떤 선배가 될 것인가’입니다.

송형국 본지 편집위원장(KBS)

Posted in 2018년 9.10월호, 편집자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