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회 지역기획보도부문_검찰 감시 100일의 성과-대구 최대기업 바로 세우다_대구MBC 윤태호 기자

< 힘들었던 100일 하지만 보람 느낀 100>

 

  1. 힘들었던 100일

 

1년 6개월의 미국 연수를 마치고 올해 3월 보도국에 복귀하면서 마음가짐이 남달랐다. 파업에 동참하지 못해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투쟁한 선, 후배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상존했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긴 충전의 시간을 가졌기에 ‘일(Work)’로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기사를 쓰고 싶다는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컸고, 그런 와중에 대구 최대 기업인 대구은행의 채용 비리와 비자금 검찰 수사를 맡게 됐다. 대구은행은 대구의 삼성과도 같은 존재였기에 지역 사회가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각종 비리로 은행 내부에 갈등과 불신,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었다.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열망이 그만큼 컸고, 검찰 수사가 대구은행 쇄신에 방점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검찰 감시가 시작됐다. 쉽지 않은 취재였다. 수사 내용이라는 이유로 감추기 일쑤였다. 선문답처럼 차장검사(공보관)가 툭 던지는 말 한마디로 검찰 수사 진척 상황과 방향을 가늠해야 했다. 100% 팩트에 기반한 보도가 애초부터 불가능했고, 기자의 육감을 동원한 추측 기사를 쓸 수밖에 없었다. 추측이 맞았을까? 차장검사가 나를 보는 눈빛에서 통화에서 그리고 카톡에서 호의(?)를 느낄 수 있었다. 검찰을 감시하는 비판 기사를 거듭하면서 아주 소중한 제보들이 날아들었다. 천군만마(千軍萬馬)였다. 대구은행 사외이사 조카 채용 비리와 공무원 아들 채용 비리, 대구은행 내정자(전 행장의 고등학교 후배)의 채용 비리 연루, 대구은행 부인회(婦人會)의 비자금 조성 창구는 사회 정의를 바로잡고자 하는 소중한 제보를 통해 전파를 타게 됐다.

 

  1. 보람 느낀 100일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는 중에 대구은행장 내정자가 돌연 사퇴를 결심했다. 공무원 아들 채용 비리에 연루된 책임을 진 것이다. 부정 채용을 한 은행 임직원들을 대거 기소한 것과 달리 청탁자 수사를 외면하고 있는 검찰을 비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것이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완결판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지자체 금고(金庫) 유치를 매개로 아들 채용을 청탁한 혐의로 공무원 1명을 기소하는 것에 그쳤다. 청탁리스트에 등장하는 내로라하는 유력인사들은 면죄부를 받았다. 검찰은 청탁리스트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오랜 시간 검찰이 만든 철옹성은 난공불락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100일간의 검찰 감시를 통한 대구은행 바로 세우기 기획보도는 기대에 못 미치는 미완으로 끝을 맺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다고 자위하고 싶다. 첫 번째는 지역 언론의 역할이다. 경찰 앞에서는 강하고, 검찰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언론의 패배의식에 경종을 울린 계기가 됐다고 자평한다. 언론과 끈끈한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지역 최대 광고 스폰서에게 환부를 도려내는 메스를 들이댄 것도 지역 언론의 금기(禁忌)를 깬 성과로 본다. 두 번째는 채용 비리가 얼마나 중대한 범죄인지를 각인시켰다는 것이다. 사회 전반에 공공연하게 관행처럼 행해졌던 채용 비리로 얼마나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는지, 취업준비생과 그 가족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줬는지를 깨우치고 뉘우치게 한 소중한 기회였다. 돌이켜보면 의욕만 앞서고 한없이 어설펐던 보도였기에 부끄러움이 앞서지만, 사회정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채용 비리가 이 땅에서 사라지는 초석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의 아니게 유탄을 맞았지만 날카로운 기사로 보답해준 대구은행 출입 김은혜 기자, 영상 자료라고는 검찰청과 대구은행 외경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에도 1분 30초짜리 리포트 수십편을 깔끔하게 편집해 주신 영상취재부 마승락, 한보욱 선배, 동기 이승준 씨, 100일 동안 단 한 번도 외압(?)을 넣지 않고 오히려 용기를 북돋아 주신 이태우 취재부장, 김철우 편집부장, 김세화 보도국장님께 지면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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