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회 뉴스부문_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의혹 고발 및 변협회장 사찰 등_SBS 임찬종 기자

사법부의 존립 기반에 대한 의문: 재판거래 의혹

 

대법원이 구성한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이 조사보고서는 2018년 5월 25일 밤 10시가 넘어서 공개됐다. 게다가 금요일 밤이었다. 모두의 관심에 뉴스에서 멀어진 시간에 190쪽이 넘는 보고서를 공개한 법원의 행태에 의도가 있다고 여겨졌다.

 

당시까지 관심의 초점은 판사들의 성향을 분류한 파일, 즉,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존재 여부와 그리고 상고법원에 반대했던 판사들을 법원행정처가 사찰 여부였다. 그러나 특별조사단의 보고서를 읽다보니 특조단이 지적한 다른 문제에 더 눈이 갔다: “상고심의 절박한 상황을 해결하여야 한다는 미명 하에 판결을 거래나 흥정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한 흔적들이 발견되었음.”

 

그때까지만 해도 법관 사찰이나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매우 높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법관 사찰이나 블랙리스트 문제를 신분과 미래소득이 보장된 판사들 사이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재판을 거래하려고 시도했다는 의혹은 국민들 모두가 직접적으로 관련된 중대한 문제였다. 법원행정처가 “BH 협력사례”로 예시한 KTX 승무원 관련 재판 같은 경우는 당사자가 스스로 목숨까지 끊은 사안이기도 했다. 그래서 “핵심은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재판거래’다”라는 취재파일을 써서 더 중요한 문제가 따로 있다고 지적했다. 생각보다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고, 이후 다른 언론에서도 ‘재판거래’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보고서를 꼼꼼히 읽으면서 떠오른 또 다른 의문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 여부였다. 보고서에는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인물들의 명단이 기재돼 있는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이름을 빠져 있었다. SBS 법조팀은 토요일과 일요일 동안 몇 가지 경로로 취재한 끝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특별조사단의 조사를 거부한 사실은 취재해 단독보도했다. 이 역시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여론의 관심이 커지는 데 기여한 기사였다.

 

SBS 법조팀은 이후에도 법원행정처의 변협회장 사찰 의혹에 대한 상세한 내용, 그리고 변협회장 사찰 관련 문건에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법관이 관여했을 가능성 등을 단독보도했다. 특히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법관에 대한 기사는 대법관 후보 제청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국민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었다.

 

재판거래 의혹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여러 판사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대법관 일동”은 재판거래 의혹이 근거 없는 것이라고 단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법원장들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취재 과정에서 직접 만난 판사들 가운데 상당수도 같은 생각이었다. 재판의 공정성이 법원과 법관이 존재하기 위한 대전제인 만큼, 존립의 근거를 무너뜨리는 재판거래 의혹을 판사가 인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추가 공개되고 있는 법원행정처 문건들은 재판거래가 실제로 존재했을 정황을 끊임없이 보여 주고 있다. 또, 재판거래 의혹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계속해서 기각되는 것도 공정성 논란을 낳고 있다. 히지만, 지금은 재판거래 의혹을 부정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 말을 믿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들은 법원이 재판거래 의혹에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서 다시 신뢰를 줄 수 있을지 평가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도 재판거래 의혹의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정확하게 취재하고 보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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