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회 기획보도부문_군 병원의 위험한 불법 의료 실태_SBS 김종원 기자

위험한 군 의료 실태」 

 

 

“군대가 그렇지, 뭐.” 이번 취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따져보니 그랬다. 군 병원에서 불법적인 무면허 의료행위가 벌어지는 건 대한민국 국군 창군 이래 아버지 세대, 할아버지 세대 때부터 있던 이야기이다. 한 번도 제대로 고쳐진 적 없었고, 군에 가면 당연히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일이 돼버렸다. 그래서 장병의 건강을 전혀 지켜줄 수 없는 엉망진창 군 병원 실태에 관한 얘기를 들으면 다들 “군대가 그렇지, 뭐.” 하고 넘기는 지경이 된 것이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처음 이 보도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한 달 반이나 이어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특히나 군병원 내 무자격자들의 불법 의료행위는 기존에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보도가 됐던 사안이기도 했다. 명색이 탐사보도부니 한번 보도하고 말 수는 없고, 제보 내용을 주제별로 분류해 깊이 파면 사흘 정도 이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군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한 달여 취재기간동안 국방부를 상대로 의료관련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만 수십 건을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0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간편한 거절만이 돌아왔다. 국방부와 의무사령부 담당자들과의 통화도 참 많이도 했는데, 이들 모두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군이 늘 그랬듯 자료제공을 거부하거나 심지어 거짓말로 둘러대는 일도 심심치 않았다. 하지만 군이 늘 그랬듯 제보자가 많았다. 특히 첫 보도가 나가고 난 뒤 메일로, 전화로 몰려든 제보의 양은 상당했고 영관급 장교부터 병장까지 신분도 다양했다. 군 의료 현장은 복마전이었고, 모두들 군 병원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신분이 노출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제보를 감행했다고 얘기했다. 이들의 제보와 국회의원실을 통한 팩트 확인으로 보도는 세 개에서 네 개, 다섯 개, 여섯 개로 늘어갔다. 사흘이면 끝나겠지하며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의 태도를 보이던 국방부는 한주 두주 이어지는 보도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결국 의무사령부 내에 군 의료 개선 TF가 만들어지기에 이르렀고, 이들은 좌충우돌 대책을 내놨다 철회했다를 반복했지만, 대부분 눈 가리고 아옹식의 미봉책들이었다. 이런 혼란이 길어지면서 전국의 군 의료시설 현장은 패닉상태에 빠졌고, 역시 이는 또 다른 제보로 이어졌다. 어느덧 군 의료 관련 종사자, 나아가 평소 군 의료에 대한 큰 우려를 가지고 있던 민간 의료 종사자들까지 모두 우리 뉴스를 모니터링하며 군의 변화를 지켜보는 상황이 되었다. 군이 제대로 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보도를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사흘정도면 끝날 줄 알았던 보도가 한 달 반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이달의 방송기자상 시상식 며칠 전, 드디어 장관이 전문 의료인력 확충 안에 서명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큰 예산을 투입해야하는 전문 인력 확충만이 무면허자들의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었고, 보도 초기 소나기만 피하자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던 군이 이런 정도의 대책을 마련해 장관 사인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발전이라고 생각했다.

 

군 의료개선TF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은 사실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아쉬운 점이 많지만, 보도로 인해 창군 이래 변한 적이 없는 고질적인 군 의료의 문제점이 조금이나마 개선되게 됐다는 점에서는 큰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대책이 완전하지 않기에 보도를 여기서 끝낼 수는 없을 것 같다. ‘끝까지 판다’는 팀 이름에 걸맞게 끝까지 파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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