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회 뉴스부문_라돈 침대 단독보도_SBS 강청완 기자

‘라돈 침대’가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올 초 라돈 관련 기획기사를 준비하다가 취재원에게 “침대에서 라돈이 나왔다더라”는 말을 들은 게 취재의 발단이었다. 진행하던 취재를 접고 국회 등을 통해 관련 보고서와 정밀 측정 결과를 받아봤다. 내용은 놀라웠다. 자연 상태에서 나올 수 없는 많은 양의 라돈이 일반 침대에서 검출되고 있었다. 최초 발견한 침대 주인을 접촉했지만 막상 당사자는 취재를 거부했다. 대신 주변을 통해 사례자가 아이를 조산해 평소 라돈 등 실내공기질에 관심이 많았고, 측정기를 구매해 사용하다 우연히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과학적 사실이 중요한 사안인만큼 꼼꼼히 취재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날마다 활자와 씨름했고 전문가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민감한 사안이라며 인터뷰를 꺼리는 교수를 만나기 위해 뻗치기도 여러 번 했다. 원인물질을 찾기 위해 돌침대회사 직원과 서울시내 매장을 하루 종일 돌아다녔고 엄한 돌덩이를 들고 끙끙대며 석재상을 찾아갔다. 큐시트에 한 차례 올랐다가 편집부에서 보완 지시를 받고 내리기도 했다. 덕분에 기사가 더 탄탄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허술한 정부 1차 조사믿을 건 취재 뿐

 

확인된 내용을 바탕으로 5월 3일 첫 보도를 내보냈다. 일반적으로 대형 게이트 보도 등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기자의 일은 여기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첫 보도부터가 시작이었다. 일주일 뒤 정부가 허술한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대부분의 매체에서‘기준치 이하’, ‘안전하다’는 식의 오보가 쏟아졌다. 심지어 일부 매체는 매도에 가까운 기사를 내보냈다. ‘허술하고 무책임한 보도로 애꿎은 중소기업 다 죽인다’는 식이었다. 힘들었지만 보도를 이어갔다. 다른 건 몰라도 취재는 똑바로 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취재팀 선후배간의 팀워크도 끈끈했다. 이후의 전개는 알려진 대로다. 기자의 가장 큰 무기는 꼼꼼한 취재와 명확한 문제의식이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

취재팀이 생각하는 ‘라돈 침대’ 이슈의 핵심은 명확하다. 자연 상태에서 나올 수 없는 방사능이 나오지 말아야 할 곳에서 나왔고 그것이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면 적어도 국민이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위험성을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 축소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보도 이후의 파장을 바라보며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하지만 무엇이 더 중요한 지 판단해야 했다. 마음이 무겁지만 그게 언론의 역할이자 기자의 숙명이라고 배웠다. 써야 할 기사를 썼다고 생각한다.

 

라돈 침대는 현재진행형

 

‘라돈 침대’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요즘도 관련 제보 메일을 확인하고 근심어린 시청자 메일에 답장을 쓰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위해성 입증과 장기 추적 연구까지, 지켜봐야 할 게 많다. 벌여놨으니 책임진다는 각오로 지켜보고 싶다. 덧붙여 고집스럽게 원인물질 확인에 매달려 ‘모나자이트’를 세상에 알린 막내 강민우 기자, 외부의 공격이 빗발칠 때 해박한 과학 지식과 명쾌한 설명으로 흔들리지 않게 잡아준 후배 정구희 과학전문기자, 또 오랜 시간 취재에 집중할 수 있게 믿고 힘을 실어준 데스크가 아니었다면 이번 보도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또 한 번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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