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회 기획보도부문_국회의원 해외출장 전수 조사_ KBS 계현우 기자

국회가 비공개하면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하자

 

탐사보도부에 발령난 4월 중순 무렵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사퇴했다. 김 전 원장 사퇴를 촉발한 국회 피감기관들의 의원 해외 출장 지원 관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뜨거웠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0만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의원 출장 문제를 전수 조사해달라고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논란의 당사자인 국회는 출장 내역 공개를 거부했다. 이를 밝혀낼 다른 수가 없을까 고민하다 “지원한 쪽, 즉 공공기관에 물어봐야겠다”란 생각에 이르렀다.

부서 내 논의 끝에 “기왕 할 거면 전수조사하자”로 결론 내렸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사이트 ‘알리오’에 등록된 330곳 전체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기로 했다.

단 건의 정보공개청구를 한 적은 있지만 수 백 기관에 한 적은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정보공개포털“ (www.open.go.kr) 은 다량의 정보공개청구에 최적화 돼 있었다. 청구서 하나에도 수 백 개의 기관을 추가해 넣으면 한 번에 청구가 가능했다.

하지만, 난관은 그 다음부터였다. 제 때에 답변해주는 곳도 있었지만, 기한이 지나도 청구 내용을 확인조차 않는 곳이 부지기수였다. 국회의원 이름을 익명 처리한 곳도 있었다.

며칠 내내 공공기관 정보공개청구 담당자들과 전화기를 붙잡고 씨름을 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른 1차 답변 마감 시한에 맞춰 되는대로 우선 정당별, 개인별 중간 통계를 기사로 내보냈다.

 

의원 이름부터 출장보고서까지 전부 다 홈페이지에 공개해버리자

중간 통계 기사를 내보냈지만, 이 정도로는 기존 관행에 경종을 울리긴 힘들 것이란 확신이 커져갔다. 취재 과정에서 국회가 기존 관행을 개선한다며 새로운 규정과 지침을 내놓았지만, 꼬치꼬치 뜯어본 결과 이 규정들도 생색내기에 불과했다. ‘취합식 통계’ 공개만으로는 전수 조사 공개를 원하는 국민들의 알 권리 충족에 턱 없이 부족했다.

결국 ‘출장 당사자 의원’과 ‘출장보고서’ 등 정보공개청구로 확보된 정보와 자료를 최대한 모두 인터넷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끝까지 정보를 주지 않으려는 공공기관들과 입씨름을 계속해나가는 동시에 뉴스플랫폼개발부 선배들과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날 것의 자료’를 보여줄 수 있을지 논의했다.

전수 자료를 뉴스 홈페이지에 공개한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권자 본인들의 지역구 국회의원 출장을 확인해보자는 반응이 잇따랐다. 김기식 전 원장 낙마를 강하게 주장했던 의원들이 정작 본인들 출장에선 어떤 지원을 받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감시와 견제는 계속돼야

보도가 나간 뒤인 6월초, 청와대는 20만 명이 넘는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으로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기관의 해외출장 지원 실태를 전수조사 중이며 다음 달 중순 이후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기존 관행이 제대로 개선될 리 만무해 보인다. 당분간 의원들은 자제 하겠지만, 감시와 견제가 소원해지는 순간 기존 관행은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이번 방송기자상은 앞으로도 ”이 같은 관행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게을리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상을 받는 동기 김덕훈 기자의 구체적인 외유성 출장 사례 보도들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이끌며 전수조사를 계속해 나가는데에 큰 힘이 되어줬다. 전수조사를 하며 함께 땀 흘린 탐사보도부 선배들과, 뉴스플랫폼개발부 선배 분들 등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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