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회 뉴미디어부문_내차 결함 포털_뉴스타파 정재원 기자

100% 시민후원 언론사에서만 가능한 끝까지 가는기획 / 뉴스타파 정재원

2016년 8월, 부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차량의 폭주로 일가족 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유일한 생존자는 운전대를 잡았던 할아버지였다. 당시 경찰은 운전자가 실수로 차를 잘못 몰아 가족들을 죽게 했다며 그를 기소의견(과실치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사고 당시 차량의 움직임은 이상했다. 뉴스타파는 사고차를 입수해 검증했고 차량 결함 가능성을 발견했다.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부품에 ‘안전상 심각한 품질 문제’가 있다고 현대기아차 기술진들이 직접 적어놓은 문건도 찾아냈다. 이 방송은 100회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수상했고, 방송 이후 검찰은 한 씨를 무혐의 처리했다.

하지만 떠난 가족들은 돌아올 수 없었다. 현대기아차는 사고 원인에 대해 책임 있는 조사에 나서지도 않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언론은 어떤 심각한 문제를 다루더라도 보도가 끝나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비슷한 사고가 다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뭔가 근본적인 해결을 시도해볼 수는 없을까. 이런 궁리 끝에 시작된 것이 <내차결함포털> 프로젝트였다.

 

문제 해결까지 참여하는 저널리즘

사고차 운전자 한무상 씨는 정비를 꼼꼼히 받으며 차를 관리했지만, 사고의 핵심 원인인 ‘고압펌프 결함’에 관해서는 조치를 받지 못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제작사나 정부가 차주들에게 결함정보를 적극적으로 전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1월 1일 현재, 중대 결함에 대해 실시하는 리콜을 받지 않은 차는 무려 110만 대에 이른다. (최근 7년간 리콜 기준)

자동차 제작사가 이처럼 결함정보의 활발한 유통을 막아 비용을 줄이고 더 많은 이득을 볼수록, 자기 차의 결함을 모르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고장을 겪는 차주들은 많아진다. 제작사의 정보독점을 넘어서려면, 수많은 차주들의 경험과 곳곳에 흩어져있는 결함 정보를 모아 ‘다수 시민의 정보권력’을 이루는 수밖에 없다. <내차결함포털> 제작진은 6개월여의 작업을 통해 차주들이 자기 차의 결함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곳곳에 남긴 기록들을 긁어모았고, 정부기관이나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 등록된 공식적인 결함 정보까지 빠짐없이 수집했다. 그리고 이 모든 정보를 차종 별로 한 곳에서 검색해볼 수 있게 만들었다.

 

뉴스타파에서만 가능했던 기획

정식 오픈 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알고 찾아오는 사람한테만 제작사가 해줬던 무상 수리를 <내차결함포털> 덕에 받아 비용도 아끼고 안전도 챙겼다는 반응들이 보인다. 이렇게 시민의 힘으로 제작사의 단단한 성채를 깨뜨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평가한다. 내차결함포털은 앞으로도 시민의 힘으로 운영될 것이다. 유저들은 직접 자기 차의 결함을 입력할 수 있고, 심지어 웹페이지의 개발 코드도 전부 공유되어 있어서 직접 부족한 기능을 손볼 수 있다. 다수의 힘이 어디까지 가능성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이 전무후무한 기획을 시작했을 때 우리는 언제, 어떤 식으로 결과물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었다. 2달로 잡은 제작기간이 6달로 늦춰지기도 했다. 이 모든 가능성이 한 줄의 구상으로만 존재할 때, 저널리스트와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모아 6개월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던 언론사, 단언컨대 한국에 이런 일이 가능한 곳은 뉴스타파밖에 없다고 자부한다. 뉴스타파를 지켜주고 있는 4만여 시민후원인들이 없었다면 <내차결함포털>은 탄생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긴 제작기간을 함께해준 뉴스타파 동료들에게 다시 한 번 깊고 따뜻한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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