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회 지역 기획보도부문_5.18특집 [두 개의 일기]_광주MBC 김철원 기자

윤상원과 전태일, 두개의 일기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를 찾다

 

오래된 사실에서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다

기자들에게 취재하면서 희열과 보람을 느끼는 순간을 꼽으라면 아마 대부분 ‘새로운 사실’을 발굴했을 때를 들 것이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그 희열과 보람을 ‘새로운 사실’이 아닌 ‘오래된 사실’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걸 이번 5.18 다큐 ‘두 개의 일기'(부제 윤상원과 전태일, 항쟁의 뿌리를 탐구하다)를 취재*제작하면서 알게 됐다. 누구나 알고 있는 오래된 팩트에서 ‘새로운 관계’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어떤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 윤상원 열사. 5.18 시민군이자 항쟁지도부 대변인인 그가 잘 나가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광주로 내려와 들불야학을 비롯한 노동운동을 했다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은 아는 오래된 사실이다. 7,80년대 위장취업과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들 치고 1970년 11월 13일 소신(燒身)한 전태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는 것 또한 오래된 사실이다. 두 민주화운동가들의 삶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였지만 실은 깊은 관계에 있다는 걸 윤상원의 일기를 읽으며 깨달았다. 윤상원의 일기에 전태일의 흔적이 가득했던 것이다. 오래된 사실들로부터 새로운 관계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전태일 열사의 삶이 윤상원 열사의 삶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라는 가설을 입증하는 과정은 더없이 흥미진진했다. 노동야학 시간에 교사 윤상원이 전태일의 분신을 소재로 학생들과 이야기를 했다든지, 전국민주노동자연맹 가입 과정에서 전태일의 삶이 자신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 계기가 됐다든지 하는 증언은 이번 다큐를 통해 처음 밝혀진 역사적 사실이었다. 게다가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전태일 열사의 오랜 친구들을 하나둘씩 만나다 결국 미국 뉴욕에서 정원섭씨를 만났던 순간은 더욱 특별했다.

 

항쟁지도부 대변인 윤상원이 오늘날 기자들에게

시민군 윤상원 열사의 삶을 되돌아보면 그는 언론기능에 큰 관심을 쏟았음을 알 수 있다. 5.18 항쟁기간 동안 투사회보를 만들어 광주시민들의 뉴스 갈증을 풀었고, 항쟁지도부에 들어가서는 대변인을 자처하면서 광주의 실상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애썼다. 시민궐기대회를 조직하고 가두방송의 아이디어 또한 윤상원의 아이디어였는데 민주주의와 언론의 관계를 꿰뚫어보고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그의 행적은 오늘날 언론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3년 연속 5.18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광주항쟁을 알리기 위해 스스로를 내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그들의 광주 우리의 광주], 5.18 최대 난제인 발포명령자를 찾아들어가는 모색인 [그의 이름은], 그리고 한국 민주주의의 두 상징적 인물의 순결한 영혼을 그린 [두 개의 일기]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세가지색 (블루, 레드, 화이트)영화와 같은 세가지 색이 다큐에 칠해졌다. 2016년 다큐는 슬픔의 ‘블루’, 2017년 다큐는 분노의 ‘레드’, 올해는 순결함의 ‘화이트’라 할 수 있다. 일베 등 극우 무리가 능욕할 광주항쟁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자 했는데 ‘이달의 방송기자상’ 심사위원들이 그 의미와 가치를 알아봐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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