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창살에 이마를 대고

창살에 이마를 대고

안형준 방송기자연합회장

촬영=안형준 방송기자연합회장

대한민국 조직 가운데 ‘민주화운동 기여자’가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 역사 앞에 죄짓지 않는 선생이 돼야겠다는 생각…. 그런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모인 거죠.”

시인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장을 맡았던, 도종환 문화부 장관의 20여 년 전 인터뷰입니다. 전교조는 노태우 정권 때인 1989년 5월 출범했습니다. 그 뒤 5년 동안 1,527명의 교사가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직되거나 파면됐습니다.

퀴즈의 정답은 ‘전교조’입니다.

경찰서 유치장에 연행된 교사 도종환은 당시의 심경을 ‘쇠창살에 이마를 기대고’라는 시에 담았습니다.

‘(생략) 지금쯤 아이들은 울음을 그쳤을까?
하루아침에 고아가 돼 버린 내 아이들
며칠째 울먹였다는 학교 아이들을 생각한다 (생략)’

당시 ‘반성문과 탈퇴서를 쓰면 풀어준다는 회유가 있었지만, 옳다고 믿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고 시인은 담담히 털어놓았습니다.
전교조 결성과 해직사태, 합법화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여러 영화에 비쳐졌습니다. ‘두사부일체’(2001)와 ‘말죽거리잔혹사’(2004)는 학교의 부정부패와 그에 맞서는 정의로운 교사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영화만큼 즐겁지는 않았지만, 전교조는 교실과 학교를 조금씩 개선해 갔습니다. 그러나 2010년 고용부는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의 규약을 문제 삼았고, 2013년에 ‘법외노조’라고 통보했습니다. 법적으로 보호받는 합법노조가 아니라는 얘깁니다.

법외노조로 규정되자, 교육현장의 교장과 재단 측은 전교조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화상대로 인정하기를 거부한 것입니다. 조합비 연말정산 혜택도 사라졌습니다. 법외노조 통보 이후 34명이 해고되고 20여 명이 중징계위에 회부됐습니다.

촛불 혁명으로 새 정권이 들어선 지 1년이 지났지만, 전교조는 여전히 법외노조입니다. 지난 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에 KTX 여승무원 사건과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고용부와 청와대는 법원의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노동법 전문 변호사인 한 지인은 ‘산업별, 직종별 노조의 경우 예비노동자나 실업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이다. 해직자 조합원 때문에 전교조를 ‘법외노조’라고 통보하는 것은 명백히 전교조 대한 탄압이다. 국제노동기구 또한 이러한 조치가 국제노동기준 위반이므로 즉각 시정할 것을 촉구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의 판결과는 별도로, 적폐청산 차원에서 고용부의 시대착오적 행정처분을 서둘러 취소해야 합니다. 노동조합 설립 신고필증을 어서 내주어야 합니다. 교사도 노동자입니다. 그리고 교사는 우리의 희망입니다.

Posted in 2018년 7.8월호, 발행인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