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기자들은 어떡해?] SBS_’남들’과 ‘우리’의 비대칭, 어떻게 극복할까

‘남들’과 ‘우리’의 비대칭, 어떻게 극복할까

SBS 이경원 기자 (기자협회 부회장)

출처=SBS경제와이드이슈&뉴스는 서비스다. 적어도 방송기자는 ‘남들이 쉬는 시간’에 ‘가장 바빠야’ 한다. 메인뉴스는 남들 퇴근하는 저녁에 편성되고, 남들 쉬는 주말에도 뉴스는 돌아가야 한다. ‘시청자들’과 ‘우리’ 근무는 이렇게 비대칭적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우리는 마음 편히 쉴 수 있을까.

근무 형태 변화

올해 초 SBS 보도본부 차원에서 구성된 ‘주 52시간 TF’의 고민은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단축 근로를 배겨낼 방법은 결국 하나다. 남들이 쉴 때 일해야 한다면, 남들 일할 때 틈틈이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수지가 맞는다. TF 세부안은 이런 상황을 전제해야 했다.

TF에서 논의한 방안은 크게 2가지다. 먼저, 메인 뉴스 특성상 저녁 노동이 불가피하니 출근 시간이라도 늦춰 보려는 시도이다. 이를 위해 뉴스의 방향을 정하는 아침 편집회의를 다소 늦추는 방안이 유력하다. 기자들의 출근 시간도 기본적으로 편집회의 시간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 당장 7월 1일 시행되는 주 68시간 근무를 위해서라도 조기 시행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주 60~70시간을 근무하는 기자들에게 출근 시간을 조금 늦추는 것만으로는 이를 상쇄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우리가 늦게 출근한다고 해서 출입처도 출근 시간을 늦추지는 않는다. 일간 교대 근무를 하는 방안, 오전과 오후를 나눠 근무하는 방안, 뉴스 제작이 없는 사람의 조기 퇴근을 유도하는 방안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검토하고 있다.

불가피한 조직 개편

여기서 다른 차원의 고민이 생긴다. 어떤 안을 채택하든 결과적으로 인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문제다. 현실적으로 인력을 더 채용하지 않으면 지금 수준의 취재력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단축 근로는 한정된 자원을 재배분하는 아니, 엄밀히 말하면 ‘축소된’ 자원을 재분배하는 일이다. TF는 열악해진 인력 상황 속에서 취재의 본령을 훼손하지 않는 방안 역시 고민해야 했다.

그래서 떠오른 안이 ‘부서 통합’이다. 교대 근무가 많아지면 자연히 빈 공간이 생긴다. 이를 메워줄 수 있는 건 복수 출입처다. 한 출입처를 여러 기자가 같이 맡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쉴 때 내 업무를 다른 기자가 챙길 수 있다. 부서 통합을 통해 부서의 인원을 늘리면, 이 같은 출입처 중첩이 가능하다. 그만큼 대체 인력을 보장받을 수 있다. 결국, 단축 근로를 위해서는 조직 개편 역시 수반돼야 한다. SBS 보도본부 차원에서 그 세부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

다만, 지금까지는 책상머리 논의일 뿐이다. 실제로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또 다른 형태의 비효율이 발생할지는 말 그대로 ‘시행해 봐야’ 알 수 있다. 또 근무 형태를 바꾸기 위해서는 탄력 근무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이는 노동조합과의 합의도 필요하다. 보도본부 지도부를 비롯해 기자협회, 노동조합까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여전히 변수가 많다.

기자들의 두 가지 우려

기자들의 불안감도 이런 불확실성에서 나온다. 기자협회에서 파악한 현장의 우려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시간 외 수당이 현실화되지 않았을 때, 월급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불안감이다. 다른 하나는 근무 외 시간의 비공식 지시, 이른바 급여 체계에 편입되지 못하는 ‘무료 노동’이 더 많이 발생할 거란 우려다. 전자의 문제해결 방식은 상대적으로 분명하다. 사측과 노조의 협의와 합의로 해결을 봐야 한다. 하지만, 후자는 모호하다. 업무 외 시간 지시인지, 아닌지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기자협회 의견 수렴 과정에서 ‘업무 시간 외 카톡 지시 금지 선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던 것은 이런 불안감을 나타내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일단 7월1일 주 68시간 근무 단축을 시행해 보고, 조금씩 손을 보겠다는 게 보도본부 방침이다. 당장 주 52시간 근무를 시행하는 타 언론사의 사례는 참고사항이 될 수 있다.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남은 1년, 내부 구성원들의 치열한 토론이 불가피한 이유다.

Posted in 2018년 7.8월호, 근로시간 단축 기자들은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