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기자들은 어떡해?] MBC_시간 깎아내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시간 깎아내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MBC 남상호 기자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민실위 간사)

MBC 정철진의 경제콘서트편집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출입처로 출근한다. 아침 회의에서 리포트가 확정되면 섭외를 하고 영상 취재 일정을 조율한다. 영상 기자를 만나 현장을 돌며 취재한다. 길 위에서 잡아먹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 회사로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서는 안 된다. 기사 작성과 영상 편집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오후 3~4시에는 들어와야 부담이 덜하다. 회사로 돌아와 기사를 작성하고 데스크와 팀장이 기사를 보면 출고본이 확정된다. 오디오 녹음을 하고 편집자와 영상 편집을 한다. 자막을 입력한다. 리포트가 완성되는 시간은 보통 뉴스데스크가 임박한 8시쯤이다. 12시간 정도의 일과가 1분 30초 정도의 리포트로 압축된다.

야근 당번이라면 노동 시간은 살인적으로 길어진다. 자정이 넘어가면 눈꺼풀이 자기도 모르게 감긴다. 밤 사이에 특별한 일이 없었더라도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퇴근을 한다. 이튿날, 다시 일상이 시작된다. 주 68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다.

MBC 보도국은 두 가지 방법을 적용해 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하고 있다. 첫째는 실질적인 주5일제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휴일에 일을 했다면 곧바로 평일에 대휴를 사용하도록 한다. 야근을 하는 날은 출근 시간을 늦춰 저녁에 출근한다. 둘째는 하루의 노동 시간을 줄이는 방안이다. 제작이 없는 날 필요 없는 대기 시간을 줄이고 현장에서 바로 퇴근하는 방식을 확대한다. 이렇게 현재 시스템에서 시간을 어느 정도 깎아내고, 문제점들을 수정하면 주 68시간을 지키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주 52시간과 조직 혁신

문제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주 52시간제이다. 이 문제를 풀려면 기자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는 과거의 업무 방식이 유효한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는 뉴스의 혁신 방향과 맞물려있기도 하다. MBC 기자협회는 뉴스 혁신을 논의하면서 우리의 일상이 과연 합당하고 효율적인지 근본적 의문을 제기했다. 과거의 일상은 노동시간도 길지만, ‘만능 기자’를 요구하는 방식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취재는 깊이 있어야 하고, 현장도 놓쳐서는 안 되고, 섭외도 잘 해야 하고, 영상 감각도 필요하다. 기사 서술 능력과 편집·제작 능력을 모두 요구한다.

이렇게 기자에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역할을 부여한 것은, 결과적으로 취재의 깊이가 떨어지고 리포트 구성에 필요한 요소만을 채워 넣는 뉴스 제작 방식이 전형으로 자리 잡게 된 것과 무관치 않다. 시청자들의 외면 이유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뉴스 품질 관리를 개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강점이 있는 분야로의 분업화가 필요하다. 취재에 뛰어난 기자가 자신이 취재 내용을 공유하면 제작과 편집에 강점이 있는 기자들이 합류해 이 취재 내용을 어떻게 구성하고 제작할지 고민한다. 유통 채널에 따라 최적화된 내러티브를 결정한다. 포털 사이트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속보가 나오는 즉시 뉴스를 접하는 시대에 아침뉴스, 낮뉴스, 오후뉴스, 메인뉴스 중심으로 조직을 운용하는 기존의 방식이 합당한지에 대한 검토도 해야 한다.

결국 핵심은 공유, 소통, 협업, 유연의 조직 문화 정착이다. 물론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노동조건 개선 차원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접근하면 우리는 실패할 것이다. 방송사가 단지 방송사에, 방송기자가 단지 방송기자에 머무르지 않는 분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Posted in 2018년 7.8월호, 근로시간 단축 기자들은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