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기자들은 어떡해?] KBS_미션 임파서블

미션 임파서블

KBS 이광열 기자 (보도기획부)

출처=KBS일요진단

장기 파업을 마치고 돌아온 회사에는 풀기 어려운 숙제들만 잔뜩 쌓여 있었다. 그 중에서도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는 난제 중의 난제다. 푸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문제인데, 심지어 코앞에 닥치기까지 했다. 하루라도 빨리 ‘KBS뉴스’를 재건하자면, 사실 지금도 근로 시간을 더 투입해야 할 판인데, 강제로 줄여야 한다 하니 여러모로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나마 방송업종은 1년의 시간을 유예 받아 당장은 주간 68시간까지만 맞추면 된다는 점이 유일한 안심 거리. 기자들은 그 68시간조차도 맞추기 어렵다는 점이, 또한 함정이지만.

근로시간 단축 문제가 당면과제라는 점을 인지하고 보니 주어진 시간은 두 달 여 남짓이었다. 시급히 보도본부 내 TF를 만들어 대응에 나섰다. 일단 현재 근로 시간 현황부터 파악해 보기로 했다. 스프레드시트 폼을 만들어 각 부서마다 업무 시작 시간과 종료 시간을 일일이 적도록 해 기자들의 근로시간 데이터를 수집했다. 근로시간을 적다 보면 기자별 주간 연장근로시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스프레드시트를 설계해 놔, 이걸 기입하는 것만으로도 관리자들이 기자들의 초과근로 상황을 인지하고 관리하게끔 할 수 있겠다는 계산도 있었다.

처음엔 당직근무를 좀 조정하고 그때그때 관리자들이 기자들의 근로시간을 꼼꼼히 관리하면, 주 52시간은 몰라도 주 68시간 정도는 맞출 수 있을 줄 알았다. 데이터를 모아보면, 업무의 우선순위를 따질 수 있게 돼, 현재 하는 업무 중 불필요한 것들부터 줄여나가는 방식도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데이터를 토대로 따져볼수록 해법이 보이기는커녕, 외려 점점 더 미궁에 빠지기 시작했다.

뉴스라는 업무가 지닌 너무 큰 가변성 때문이었다.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도 없거니와, 그 일이 얼마나 커질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예측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나. 그 얘기는 예측할 수 없이 살아 움직이는 미래의 근로 시간을 ‘관리’한다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가령,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기자들의 업무를 잘 분배해 관리했다고 한들, 금요일에 예측하지 못했던 대형 발생이 터지면 뾰족한 수가 없어진다.

보도국의 모든 가용인력이 총동원됐던 ‘슈퍼위크’를 맞이하고 나니, 앞서 TF에서 진행했던 모든 논의와 각종 업무 단축 아이디어들이 모두 무의미한 것들로 보이기까지 했다. 미디어의 집중을 요구하는 국가적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미디어의 제 역할을 다 하면서 법이 정한 근로시간의 상한선을 지키는 것은, 단언컨대 ‘미션 임파서블’이다.

말해 뭐하랴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인력 보강뿐이다. 하지만 그건 당장 될 일도 아니거니와, 회사 입장에선 갑작스럽게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는 해법이라 역시 실현이 요원하다. 인력이 보강되지 못한다면 방송 뉴스 시간을 단축해 투입되는 노동의 양을 줄여야 하는데, 그것 또한 존재의 가치를 부정하는 일이 된다. 근로시간을 줄이자니 방송 뉴스의 품질 저하가 우려되고, 뉴스를 잘 하자니 불법 근로가 되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메인뉴스의 시간대도 문제다. <뉴스9>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연장근로시간이 훌쩍 늘기 때문인데, 한 시간이라도 먼저 끝나는 타사 뉴스가 부러워질 정도였다.

혹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뉴스의 품질을 유지하는 방법 같은 게 가능할까? 뉴스 콘텐츠를 근본적으로 혁신한다면 혹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마법 같은(!) 근로시간 단축 방안을 고민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또 연장근로에 들어간다. 답은 멀고, 답답하기만 하다.

Posted in 2018년 7.8월호, 근로시간 단축 기자들은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