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기자들은 어떡해?] 보도국은 어떻게 바뀔까?

근로시간 단축, 보도국은 어떻게 바뀔까?

SBS 한승구 기자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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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근로시간이 OECD 최상위 수준이란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방송기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 결과,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11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방송기자 비율이 43.3%에 달했다. 사실상 무제한 근무할 수 있었던 방송사들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며 근본적인 변화를 맞게 됐다.

주 52시간 어떻게 계산하나?

당장 업무 시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바뀐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하루 8시간씩 1주일에 40시간, 여기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다. 1주일 안에는 평일과 주말이 모두 포함된다. 이 이상은 수당을 더 줘도, 노사가 합의해도 추가 근무가 불가능하다. 아침 7시 반에 출근해 저녁 8시 반에 퇴근한다면 총 13시간, 이 중에 8시간마다 1시간씩 계산되는 휴식 시간을 빼면 12시간이 근무시간이 된다. 연장근로 4시간을 더한 셈인데, 이럴 때 3일만 일하면 연장근로 12시간을 모두 채우게 돼 남은 이틀은 8시간씩만 근무할 수 있다. 대형 사건·사고가 터졌을 때 같은 극단적인 날 새벽 4시에 나와 자정까지 일했다면 총 20시간, 여기서 휴식 시간 2시간을 빼면 18시간으로 연장근로 10시간을 하게 돼 남은 4일 가운데 연장근로가 가능한 시간은 2시간뿐이다.

어디까지가 근로시간인가?

이 때문에, 어디까지를 근로시간으로 봐야 할지 관심이 높다. 방송기자의 경우 업무 특성상 일과 휴식을 무 자르듯 구별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출퇴근 시간 이외에도 타사 기사 확인 등 업무가 이어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연장근로를 최대한 줄여 놓아야 이런 식의 추가 근로에 대한 대처가 가능해진다.

출장이나 근로시간 외 메신저 업무지시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도 명확히 지침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각 사별로 논의해 결정할 부분이다. 다만, 기자들이 업무 시간 외 메신저 연락을 받는 것 대부분 기사 확인이나 기사 처리 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 업무의 마감 시간이 정해져 있고, 2) 구체적인 업무 내용의 지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근로시간에 포함될 여지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업무 시간 외 지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재량근로제? 탄력근로제?

근로기준법 시행령에는 재량근로제로 지정할 수 있는 업종에 ‘신문, 방송 또는 출판 사업에서의 기사의 취재, 편성 또는 편집 업무’를 적시하고 있다. 재량근로제는 노사가 합의한 경우 일정한 시간을 근로한 시간으로 보고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그 안에서 출퇴근이나 업무 장소, 형태 등은 개인이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법정 근로시간인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해도 수당 신청 자체가 불가능해, 현재 장기 근무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탄력근로제는 일을 몰아서 하고 이후에는 일을 덜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역시 노사 서면합의로 가능한데 현재는 2주, 3개월 단위로만 설정할 수 있다. 이 기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0시간을 넘을 수 없는데, 일이 몰리는 특정 주, 특정일에도 주당 52시간, 일 12시간은 넘길 수 없다. 일이 적을 때 시간을 빼 집어넣는다는 개념이라, 8시간을 넘는 근로에 대해서는 수당을 받을 수 없다. 선거방송 같은 대형 이벤트 준비단은 고려해 볼 수 있지만, 각종 외주업체 역시 근로시간 제한을 적용받는 데다 정상회담처럼 연 단위로는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사안들이 생기는 경우도 있어 곤란한 점이 많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장시간 근로에 기반해 돌아가는 시스템은 주 52시간 근로라는 제도적 변화로 이제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유예기간도 1년뿐이다. 인력과 조직, 근무 형태, 제작 방식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제도의 취지 자체가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기자 스스로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고방식과 동떨어져서는 제대로 된 취재도, 공감을 얻는 기사도 나올 수 없다.

Posted in 2018년 7.8월호, 근로시간 단축 기자들은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