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이제야 깨진 사회부 ‘유리천장’…”늦어도 너무 늦었죠”

이제야 깨진 사회부 ‘유리천장’…”늦어도 너무 늦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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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캡 KBS 노윤정 기자 (우)
여성 바이스 MBC 김지경 기자 (좌)

일시: 2018년 6월 11일
장소: 광화문 인근
진행: KBS 윤봄이 기자(사회2부)

2018년, KBS가 뉴스를 시작한 지 반세기가 훌쩍 넘어서야 첫 ‘여성 캡’이 나왔다. 여성에게 유독 높았던 ‘시경(서울지방경찰청)’ 기자실 문턱을 드디어 넘었다. MBC는 경찰청 취재를 맡은 ‘바이스’가 여성이다. 후배 사건 기자들을 이끌고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두 여성 리더가 자리를 함께했다.

지상파 ‘최초’ 여성 캡, 2018년에 나오다

Q 지상파 언론사에서 캡, 바이스를 여성 기자가 맡는 게 흔치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여성 캡’은 처음이고요.

MBC 김지경 기자(이하 김지경) MBC는 아직 여성 캡이 나오지 않았어요. 바이스는 지난해에 처음으로 다른 여성 기자가 2달 정도, 짧게 맡은 적이 있습니다. MBC 파업 끝나고 정상 체제로 들어와서는 제가 처음이죠.

KBS 노윤정 기자(이하 노윤정) 우리는 오히려 아직 여성 바이스가 안 나왔어요. 파업 끝나고 돌아오면서 회사 안에서 문화도 바꾸고 체제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어요. 캡만 여성이 된 게 아니고, 경제부장도 여성, 정치부 팀장들도 여성이 맡았습니다. 예전에 여성 기자라고 잘 안 보내던 부서에도 여성 비율이 늘었고요.

김지경 2005년에서 2006년, 제가 사회부 막 갔을 때였어요. 선배들이 “열심히 해라. 나중에 최초 여자 캡 하면 되겠네”라고 말하고 그랬거든요. 그런 말 들으면 화가 났었죠. “그럼 앞으로 10년 동안 여자는 캡 하지 말라는 거야?” 하고요. 2018년이 되어서야 지상파 최초 여성 캡을 만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SBS는 아직 여성 캡, 바이스 없었다고 들었어요.

노윤정 신문사들은 여성 캡 다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도 선배들이 “네가 최초네”라고 하는데, 이걸로 유난스럽게 구는 게 오히려 민망해요. 이런 이야기를 2018년에 듣는 것도 그렇고요. 지금 시경 기자실에는 여자 캡이 2명 더 있어요.

김지경 바이스는 그래도 많아요. 34명 중 12명이 여자예요. 1/3 정도? 어떻게 보면 성별 분업 논리에 따라 캡은 남성, 바이스는 여성으로 나뉜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바이스가 좀 더 진입장벽이 낮은가?’ 그런 생각이 들면서…. 그나마 이것도 최근에 확 바뀐 거예요. 지난해쯤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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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가 달라지고 있다

사건팀 구성원도 이전보다 여자들이 늘지 않았나요?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노윤정 우리 사건팀은 남녀 성비가 반반 정도인데, 여자들이 더 많아요. 캡, 바이스 포함해서 13명 중에서 7명이 여자 기자예요.

김지경 우리는 아직 적은 편이에요. 사회부 17명 중 여자가 5명이에요. 그래도 이번에 들어온 수습 기자들은 8명 중 5명이 여자더라고요. 신입 기자들 중에 여자가 더 많은 건 올해가 처음이에요.

노윤정 선배들이 걱정하고 그러지는 않아요?

김지경 걱정하시더라고요. “여기자가 많아서 어떡해?” 하고요. 그래서 제가 “왜요? 저 같은 여기자 많은 거 싫으세요?”라고 했어요. 웃으면서. 뜨끔하게 만들려고요. 선배도 그런 말 많이 듣지 않으세요?

노윤정 듣죠. (웃음) 그래도 사회부도 여성 성비가 어느 정도 맞춰져야 각 성별의 시각에서 찾을 수 있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요. 물론 기자들이 연차가 쌓이면 자기 경험에 따라 판단하고 관심을 두기 때문에 차츰 (성별에 따른 판단을 하는) 경계가 흐려지겠지만요. 아무래도 사회부는 저연차 기자들 위주다 보니….

김지경 기자들이니까 문화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시 기사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KBS 보면 바뀌는 게 느껴져요. ‘강남역 살인사건’ 2주기 때 별도로 아이템 한 것도 그렇고요. 최근 여성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요구하는 목소리를 담는 것도 그렇고요. 특종이 아닌 이상 이런 뉴스들은 기자의 가치판단이 개입하기 마련이잖아요. 우리가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그런데 KBS는 선배가 온 뒤로 이런 걸 빼놓지 않고 챙기는 게 느껴져요. MBC는 아직 부족한 것 같아서 부끄럽고요.

노윤정 ‘강남역 살인사건’ 때 여성 문제로 발제하면서 우리도 삐걱거렸어요. 선배들은 “이게 뭐야?” 이런 분위기더라고요. ‘여혐’ 이런 문제를 다루겠다고 하니까 움찔하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또 여자 기자들이 현장에서 취재하고 인터뷰를 해오니까 ‘NO’라고는 못하더라고요. 그래도 여성 이슈가 한 번 나가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는 수월했어요. 사실 우리도 처음 발제할 때 ‘이게 될까?’ 하고 반신반의했는데 두 번째는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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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캡, 바이스로서 부담도 남다르시죠? 특히 사회부는 기자들이 첫 발을 떼고 배우는 부서잖아요.

노윤정 “진짜 부담이 크겠다”, “최초 여성 캡이니까 더 잘해야 한다” 이런 말을 많이 들었죠. 여자, 남자 떠나서 캡에게 주어진 역할은 다 같은 것 아닌가요? 그래서 ‘더 잘해야 하나? 그냥 하던 대로 하자’ 이렇게 마음을 먹었죠. 너무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잘 안될 것 같아서요. 처음에는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결과물을 내라고 압박하기보다는 후배들이랑 많이 이야기하고, 훌륭한 기자가 되게 도와주자 이런 생각이었는데 어느덧…(웃음). 경험하지 못한 분야도 취재하게 하고 기회를 많이 줘야지, 등등.

김지경 캡, 바이스의 역할 중에는 후배를 양성하는 부분이 제일 크잖아요. 저도 ‘여성 바이스라서 다르게 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훌륭한 기자를 만들자’라는 마음이 기본이었어요. 수습 교육도 회사에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인재개발부랑 보도국이랑 같이 커리큘럼도 짜고, 체계적으로 교육하려고. 또, 수습들 경찰서 취재시킬 때, 예전과는 달리 ‘수면권’도 보장하고요. 경어를 쓰자는 말도 나왔어요. KBS가 이번에 먼저 바꿨잖아요.

노윤정 우리도 ‘역대급’ 변화였어요(웃음). 예전과 같은 이른바 ‘하리꼬미’는 없앴죠. 야간 취재시키면 다음날 낮에 쉬는 시간 주고. 보도기획부에서 데이터 저널리즘, 방송실무교육 가르치는 시간도 만들고. 이런 것들은 꼭 여자 캡, 바이스가 있어서가 아니라 사회 분위기도 달라졌고, 우리나 MBC나 파업하고 들어오면서 바뀔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지경 사회부 후배들 교육 문제 말고도, 앞으로 여자 기자 후배들이 좀 더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여자라서 불이익받는 게 없도록. 특히 제가 ‘엄마’가 되고 나니까 시스템이 부당하다는 게 많이 느껴지거든요. 보도국 환경이 육아를 병행하기가 너무 어렵잖아요. 후배들이 출산, 육아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일 할 수 있게 길을 내주고 싶어요.

노윤정 요즘은 많이 달라지기는 했는데, 예전에는 아이템 중요도에 따라서 중요하고 무거운 뉴스는 남자 기자를 배정하고 그런 게 은근히 있었잖아요. 톱 기사는 여기자 말고 남자로 바꾸라고. 중후하게 나가야 한다면서. 요즘에는 그런 것들이 많이 사라지긴 했죠. 그래도 여자 후배들한테 “쟤도 조금 있으면 결혼하고 애 낳으러 갈 거 아니야?” 하면서 중요한 일 안 시키고 그럴 때, 내가 이런 부분에서는 여자 후배들을 챙겨줘야겠다 싶어요.

김지경 맞아요. 여자 기자라는 이유로 기준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죠. 출장만 해도, 위험한 지역이나 현장에 가겠다고 자원하는 기자들 보면 성비가 비슷하거나 여자가 더 많을 때도 있는데, 여자 기자를 잘 안 보내고 그랬잖아요. 여기자를 보내면 방을 하나 더 잡아야 한다면서 안 보내기도 하고. ‘여자라서’가 절대 그런 결정의 이유가 안 되도록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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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가 변화의 시작

캡, 바이스를 여성이 하는 게, 단지 사회부에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잖아요? 앞으로 회사가 많이 바뀔까요?

노윤정 사건팀 캡을 여성 기자가 한다는 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는 하죠. 다만, 이번 한 번만으로는 섣불리 말하기 이르다고 생각해요. ‘도로아미타불’이 안 돼야죠. 한 번 하고 나면 두 번째 세 번째는 더 쉽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김지경 선배가 스타트를 끊어주셔서 다행이에요. 사실 정말 부끄럽잖아요. 지금까지 여성 캡이 없었다는 게. 사회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방송사)가 너무 늦게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사건팀장이나 사회부장은 언제쯤 여자가 하게 될까요?

김지경 우리는 사회부장이 있기는 있었어요.

노윤정 다른 부서는 가끔 있었는데 정치, 경제, 사회부는 여자 부장이 없었죠. 이번에 여자 선배가 경제부장이 됐는데, 되게 크게 다가왔어요. ‘드디어 여자 경제부장이 나왔구나’ 하고. 여성 간부는 정말 얼마 없었어요.

김지경 KBS가 위는 더 심하네요. 사회부장은 언제쯤 나올까요?

노윤정 글쎄요. 바로 내년에? (웃음). 안 될 게 뭐가 있겠어요.

Posted in 2018년 7.8월호, 방송기자 성평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