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회 뉴스부문_특별사면과 평창 삼성의 은밀한 뒷거래_SBS 전병남 기자

삼성‘ ‘IOC’ ‘평창올림픽‘ ‘로비‘ ‘후원‘ ‘비밀계약

 

삼성 내부 관계자들의 2010년 이메일을 관통하는 단어들입니다. SBS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의 검찰·특검 압수수색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자료를 분석하다 흥미로운,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면 약 2개월 후인 2010년 2월부터 12월까지 삼성 수뇌부에서 오고 간 삼성의 평창올림픽 유치 로비 사실을 입증하는 이메일이었습니다. 추려보니 139건에 달했습니다.

 

삼성과 손을 잡은 건 아프리카 로비스트인 파파디악이었습니다. 아프리카 IOC 위원이자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인 라민디악의 아들입니니다. 파파디악은 로비가 가능한 27명의 IOC 위원의 이름이 담긴 비밀리스트를 넘겼는데, 삼성은 이 명단을 ‘디악리스트’라고 이름지었습니다. 공짜는 없었습니다. ① 다이아몬드리그에 3년 동안 950만 달러 후원 ② 라민디악 회장의 정치 홍보 자금 150만 달러 ③ 2011년 1월부터 6월까지의 캠페인 비용 150만 달러를 달라는 요구가 뒤따랐습니다. 양측은 논의 끝에 결국 2010년 12월 27일, ‘합법으로 포장된’ 합의안을 도출합니다. 그리고 SBS는 아프리카 현지 취재를 통해 이 계약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강력히 추정되는 삼성과 아프리카육상연맹(AAC·CAA) 간 후원계약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삼성은 유럽지역 IOC 위원들을 상대로도 조직적 로비를 벌였습니다.

 

수시로 오고 간 지시와 보고. 중심엔 황성수 당시 삼성전자 상무가 있었습니다. 위로는 오너 일가인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현 제일기획 사장)와 삼성 사장단, 아래로는 해외에 근무하는 직원까지…조직은 높고 넓었습니다. 삼성은 특히 조직적 로비를 철저히 감추는데 집중했습니다. 불법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SBS보도, IOC 진상조사로 이어져

 

SBS의 보도는 르몽드, AFP 등 외신을 통해 전 세계로 타전됐습니다. 결국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SBS 보도 열흘 만에 입장을 내놨습니다. 공식으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그동안 IOC 위원들에 대해 수많은 로비 의혹이 제기됐지만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것이 다반사였습니다. 대부분 관련자 진술에만 의존해야 하는 조사 방식이 그 한계로 지적돼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삼성의 이메일이라는 실물증거가 있는 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른 IOC의 조사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희 회장이 IOC 위원 자격으로 올림픽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것과 삼성이 회사의 자금과 조직을 동원해 IOC 위원에 대한 로비를 벌이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둘을 구분할 능력만큼은, 우리 사회가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웨덴에서 만난 당시 IOC 위원인 아르네 융퀴스트는 “평창은 이미 몇 차례의 도전으로 IOC 위원들에게 매우 잘 알려진 후보지였고, 이미 몇 차례 고배를 마셨기 때문에 평창이 개최지로 확정됐을 때 당연한 결과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얘기였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삼성의 로비 없이도 올림픽을 유치할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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