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회 기획보도부문_장충기문자 대공개_뉴스타파 한상진 기자

장충기문자로 ‘삼성공화국’의 실체에 접근했다

 

‘장충기문자’가 처음 알려진 건 지난해 초 국정농단 재판 때였다. 이후 주간지 ‘시사인’과 MBC 등의 보도가 이어졌다. 주로 언론인들이 장충기와 주고받은 광고청탁 문자였다.뉴스타파가 장충기문자 취재에 뛰어든 건 지난해 9월이다. 한국일보에 실린 한 칼럼이 계기가 됐다. 장충기문자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방대하다는 사실이 이 글로 확인됐다. 글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

 

“언론인이 전부는 아니다. 장 사장과 교류했던 인사들은 다양했다. 전‧현직 경제부처 수장, 대학 총장과 교수, 굴지의 대기업과 금융기관 고위간부, 전‧현직 국회의원 그리고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 인사들이다. 대부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이었다.”

 

뉴스타파는 곧바로 장충기문자 입수를 위한 취재에 돌입했고, 취재 시작 7개월 만에 주요내용들을 입수할 수 있었다. 입수한 문자는 대략 500개. 정관계, 언론과 법조계, 학계인사 등 134명의 엘리트들이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과 주고받은 문자내용이었다. 언론인이 44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현직 관료와 정치인이 18명, 법조인도 9명에 달했다.

 

134명의 엘리트들이 장충기와 주고받은 문자 분석

 

취재-촬영-데이터팀이 모인 연합군으로 구성된 ‘장충기문자 취재팀’은 취재-보도에 앞서 몇가지 원칙을 세웠다. 동일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문자를 보낸 사람의 실명과 문자내용을 공개할 것, 단순히 문자를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맥락과 관계를 확인할 것 등이었다. 사건과 인물별로 데이터와 자료를 수집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뉴스타파는 삼성이 좌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인맥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우리 사회를 관리했으며, 정권의 부침과도 상관없이 사회 곳곳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전직 국회의원의 광고청탁 문자, 삼성맨으로 변신한 전직 기재부장관들의 삼성도우미 이력, 삼성홍보맨을 자청해 온 현직 부장판사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이혼소송을 맡고 있다는 사실, 대법원의 판결내용이 정확히 한 달 전에 삼성에 전달된 사실 등이 하나둘 보도목록에 포함됐다. 확인결과, 장충기에게 전달된 청와대의 인사정보, 검찰의 수사정보, 심지어 대법원의 판결 관련 정보는 언제나 언론보도보다 빠르고 정확했으며 디테일했다. 뉴스타파의 취재결과는 4월 22일부터5월 초까지 총 6부에 걸쳐 14개의 리포트로 만들어졌다.

 

취재-보도과정에서 취재팀을 가장 힘들게 만든 건 취재의 난이도도, 제작의 어려움도 아니었다. 그보다도 장충기문자에 등장하는 당사자들의 태도였다. 장충기에 각종 선물을 받고 아무렇지 않게 인사 청탁을 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이를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석학으로 불리는 한 교수는 상습적으로 선물을 받아온 사실을 스스로 고백하면서도 ‘뭐가 문제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걸 취재하는 기자들이 불쌍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담한 반응이었다.

 

장충기문자는 삼성이 어떻게 우리 사회를 관리, 지배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단초에 불과하다. 또 우리 사회의 핵심 엘리트들이 삼성에 포섭, 회유 동화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관리의 삼성’, ‘삼성공화국’이란 자조섞인 세평이 나오게 된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이제 일상이자 지병으로 발전한 ‘돈에 의한 사회적 지배’를 끊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이 악순환을 차단하는데 기자들의 노력이 작은 밀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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