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회 경제보도부문_삼성증권 ‘유령주식’매도의 실체_MBC 이기주 기자

천국과 지옥을 오간 개미투자자들…‘의문의 30분’

 

‘30분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져 있던 4월 6일, 한 금융 전문가에게 단초가 될 만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삼성증권 직원 6명이 무려 4백만 주, 단순하게 주당 3만5천원으로만 계산해도 1천억 원 넘는 유령주식을 매도만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시장이 폭락한 그 때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서는 대량의 저가 매도가 쏟아졌다고 말입니다.

 

 진짜 팔리는 주식인지 궁금해서 매도했다?

매도 후 주식을 다시 산 기록은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정말 수백억을 현금화하려는 계획이었을까? 이번 사건을 이해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답변이었습니다. 뻔히 다 드러날 일을 단순한 호기심에 저질렀다는 건 증권전문가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였습니다. 삼성증권 자사주 배당시스템 화면을 MBC가 최초로 입수해 분석해 본 결과 하나의 시스템에서 금액과 주식을 다 입력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삼성증권이라는 유수의 증권사가 갖추고 있는 시스템이라고 보기엔 매우 낙후돼 있었습니다. 입력 오류를 잡아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지도 의문이었습니다. 삼성증권은 사건 초기 단지 직원 개인의 실수로 몰고 가는 분위기였지만 저희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직원들 이렇게 사고팔았다”, “국민연금도 손실” 시간대별 거래내역 입수

당일 직원들이 어떻게 주식을 사고팔았는지도 끈질기게 취재해 확보했습니다. 사고 당일 전체 거래내역만 공개됐던 상황에서 매물폭탄이 나온 오전 9시에서 11시까지 2시간 동안의 연기금과 각 기관들이 엄청난 손해를 봤다는 것도 알아 낼 수 있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국민연금이 해당 시간대 실제 삼성증권 주식을 거래했는지 불분명했으나 MBC가 시간대별 거래내역을 공개하면서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도 실제 손실을 봤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이번 사태가 삼성증권 본사 몇몇 직원들의 일탈이 아니라 전국의 삼성증권 지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대전 지점 145만 주, 강북 지점 112만 주 등 서울 뿐 아니라 전국 지점에서 직원들이 대량으로 팔아 치워 초단타로 차익매매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조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안이했던 1차 조사…결국 재조사 나선 금감원

금융당국은 1차 조사에서 “별 다른 혐의점이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삼성증권 역시 한 직원의 일탈로 몰아가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MBC가 각종 의혹들을 제기하자 금감원은 추가 조사에 나섰고 시간대별로 주식매물을 받아간 약 5백 개의 주식계좌를 확인한 뒤 재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금감원은 5월 8일 그동안의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저희가 제기한 의혹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심각한 대형금융사고로 규정했고 삼성증권의 배당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밝혀냈습니다. 또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도 드러났습니다. 며칠 전 삼성증권은 이들을 해고했습니다. 이제 남은 건 법의 심판과 이들의 뼈저린 반성뿐입니다. 끝으로 이번 취재를 이끌어 주신 이성주 부장, 박재훈 데스크를 비롯한 MBC 경제부 모든 선배, 동료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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