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회 뉴미디어부문_2018 성매매 리포트_SBS 권지윤 기자

형벌권의 자의적 행사가 만든 성매매 공화국…‘들킨 죄’가 된 성매매

 

비인간적, 폭력적, 착취적, 인간존엄을 침해하는 행위’ ‘남성의 성적 지배와 여성의 성적 종속을 정당화하는 수단’. 성매매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헌재 결정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이미 1947년 공창제는 폐지됐고, 61년 윤락행위방지법이 제정되면서 성매매는 불법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세계 6위의 성매매 시장이 된 한국, 성매매를 범죄가 아닌 유흥으로 즐기는 한국 사회. 상황은 이렇지만, 보도에 앞서 <마부작침> 팀원들 사이에서 걱정도 컸다.

 

성매매는 그 자체로 선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기사 내용과 취지가 오독 또는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 폭력과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여학생에게 성매매를 강요한다는 기사가 낯설지 않게 된 현실에서 취재를 미룰 수 없었다. 다만, 전제를 세웠다. 기존 언론 보도의 답습, 즉 성매매 유형과 업소 등 ‘오감을 자극하는 잠임 취재기는 없다’, ‘사회가 모른 척, 말하고 싶지 않았던 부끄러운 실상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자’는 원칙이었다.

 

  • 자의적 형벌권 행사…6년간 단 한건도 성매매가 없는 지역?

원칙에 맞는 취재를 위해 꽤 고생을 했다. 5년 전 법조 출입 시절, 확보를 시도했던 ‘전국 지역별 성매매 단속 현황’을 구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어렵사리 해당 문건을 취득했고, 여기에 더해 비공개 자료인 여성가족부의 2016 성매매실태조사보고서, 존스쿨(John School/교육이수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 내부자료 등 다수의 미공개 문건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성매매 만연의 원인 중 하나인 국가 형벌권 행사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2016년 돌연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성매매 입건(4만2천여명) 이면엔 ‘경찰의 승진제도 변경’이 작용했다는 건 자의적 형벌권 행사의 단면일 뿐이었다. 그동안 공개된 적 없는 ‘지역별 단속 현황’에선 1~6년간 성매매 입건이 단 한건도 없는 지역 등 성매매 청정지역은 도처에 있었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해당 지역에서 현장 취재를 시작한 지 20분도 지나지 않아 성매매 업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초범 성구매자만 갈 수 있다”는 존스쿨엔 초범은 극소수, 대부분 다수의 성구매 경험자이고, 존스쿨 재이수생까지 발생하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 ‘들킨 죄’가 된 성매매…또 다른 범죄의 씨앗

부실한 제도는 성구매자에게 면죄부만 줬고, 자의적 형벌권 행사는 성매매를 범죄가 아닌 ‘들킨 죄’로 만들었다. 단속에 적발된 이들은 반성 대신 “나만 재수 없게 걸렸다”며 자신의 불운만 한탄한다.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범죄’에 처벌이 수반되지 않으면 또 다른 범죄에 용기를 줄 뿐이다. 게다가 선택적 형벌권 행사는 법의 존재 가치를 훼손하고, 도리어 또 다른 범죄의 씨앗이 될 뿐이다. 이번 보도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도 이런 점들이다.

 

이번 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 작은 변화라도 생긴다면, 김학휘 안혜민 정상보 이용한 기자, 김경연 정순천 저널리스트 등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이 고생한 동료들 덕분이다. 항상 들풀 같은 기사를 꽃처럼 만들어주는 진송민 차장에게 감사드린다. 특히 기자 11년차 만에 처음으로 ‘부장과 함께한 현장 취재’라는 ‘잊지 못할 즐거운 경험’을 쌓게 해준 이주형 부장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Posted in 이달의 방송기자상,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작 취재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