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회 지역뉴스부문_장애인협회 보조금은 회장님 쌈짓돈_KBS목포 김효신 기자

“끝까지 취재하기로 마음 먹었다”

 

‘장애인·노인·종교단체’는 되도록 취재하지 마라. 기자라면 한 번 쯤 들어본 말일겁니다. 위의 단체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들 단체는 결속력이 강해 취재 시 강한 반발에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장애인 관련 취재를 외면하는 동안 마음에 빚이 쌓여갔습니다.

 

약자 위에 군림하는 약자

취재의 시작은 작은 제보였습니다. 한국지체장애인지부 군 단위 지회장이 자신의 가족을 직원으로 채용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방송에 적합할지 판단이 잘 안 되는 작은 사건일 수도 있었습니다. 제보한 장애인들은 한 시간을 넘게 운전해 와 작지만, 지속적인 비위와 괴롭힘을 토로했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장애인협회의 장은 그들만의 세상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장애인들은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 때문에 단체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경향이 강합니다. 장시간 설득해야 작은 뒷얘기라도 겨우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체장애인협회 지역 지회를 시작으로 두 달 가까이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그동안 수소문을 통해 만난 장애인만 50명이 넘습니다. 각종 횡령 방법, 채용 비위, 정치적인 알력까지 행사한다는 증언… 이 줄기를 따라가다 보니 상위 단체인 전남지체장애인협회까지 취재가 닿게 됐습니다.

 

일단 부딪혀 보자는 심정으로 휴일 전남지체장애인협회장의 자택을 찾았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신형가전제품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냉동고와 돌침대, 컴퓨터와 책상, 에어컨, TV까지.. 장애인의 날과 체육행사 때 장애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물품과 보조금을 빼돌려 집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보조금을 지급한 지방자치단체에 예결산 서류와 감사보고서를 정보공개 청구해 확보했습니다. 서류에 포함된 영수증의 대리점과 품번을 확인한 뒤 판매처를 찾아가 직접 확인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어렵게 확보한 협회의 ‘운영비 통장’ 내역은 더 할 말을 잃게 했습니다. 장모 협회장에게 다달이 입금된 운영비는 230만 원.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받아간 돈까지 합치면 3년 동안 1억 원 가까운 장애인협회 운영비가 회장의 주머니로 들어갔습니다. 이 운영비는 협회 사무실을 운영하고 장애인들을 위한 행사를 할 때 써야 할 돈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전남지체장애인협회가 장애인들의 휠체어 수리비를 빼돌리고, 장애인고용촉진지원금까지 손을 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 적인 횡령 규모가 3년 동안 2억여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들이 이렇게 보조금 등에 제멋대로 손을 대는 동안 상위 기관인 한국 지체장애인협회와 보조금 지급주체인 전라남도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감사는 유명무실했습니다.

 

현재 전남 지체장애인협회장은 사임했고, 관련자들과 함께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전남도와 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감사 강화방안을 내놨습니다.

 

보도가 나가자 전국에서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보도를 보고 기절할 만큼 감동을 받았다는 장애인들의 편지도 함께 도착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장애인단체에 대한 취재를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닌 지 깊이 반성하는 계기도 됐습니다. 10여 년 기자 생활을 하면서 졌던 빚을 올해는 다 갚아보려 합니다. 현재도 장애인 단체 비위와 인권 문제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저의 보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Posted in 이달의 방송기자상,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작 취재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