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그들의 면접을 거부한 까닭은

방송기자42호_발행인칼럼_쌍용차

그들이 면접을 거부한 까닭은?

안형준 방송기자협회장

 

“모레 11시 인재개발원으로 면접 보러오세요”

2009년 해고 뒤 10년을 애타게 기다려온, 그 전화를 받았다. 김씨의 아내는 양복을 다린 뒤, 초록색 넥타이를 꺼냈다. 팔순 노모는 ‘면접 잘 보고 오라’며 눈물을 흘렸다.

해고자 120명 가운데, ‘면접에 오라’는 전화를 받은 사람은 16명에 불과했다. 면접자의 절반만 복직시킨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김씨는 거의 뜬 눈으로 이틀 밤을 새웠다.

당일 아침, 김씨는 ‘면접 보러 가지 않을 거라고…’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쌍용차의 주인인 마힌드라 아난드 회장은 “2017년 6월까지 해직자 전원 복직을 위해 노력한다”고 언약했었다. 그러나 ‘전원 복직’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김씨 등 면접을 거부한 쌍용차 해고 노동자 십여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YTN과 MBC 해직자들이 꽃길을 밟으며 다시 출근하는 모습, 정말 부러웠죠…. 적어도 우리, 남은 해직 동료들끼리 경쟁하며 어깨를 밟고 지나갈 수는 없잖아요.”

쌍용차의 해고자들은 ‘나만 먼저’가 아니라 ‘우리 함께’를 선택했다. 천막에서 32일 동안 단식 농성을 벌였던 김득중 노동조합 지부장은 아직도 몸이 회복되지 않았다. 쌍용차 해직은 3600일을 넘어섰다. MBC 이용마 기자의 2108일, YTN 조승호 기자의 3249일을 훌쩍 뛰어넘었다.

‘워낭소리’라는 이름으로 전원 복직을 희망하는 행진이 평택과 서울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이들의 움직임을 외면했다.
여름이 돼야 소주 한 잔이 가능할 것 같다는 김득중 위원장. 그는 특유의 서글서글한 눈빛으로, 담담히 속내를 털어놓는다.

“남북정상회담과 평화협정을 향한 진전은 기쁘고 역사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언론이 소외된 자들의 아픔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는 떠나는 나에게, 옛 쌍용차 출입기자들과 쫓겨났다가 취재에 복귀한 PD들의 근황을 물었다. 해고노동자들에게 과연 언론은 어떻게 비쳐질까?

Posted in 2018년 5.6월호, 발행인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