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미세먼지, 중국때문에 심해졌을까?

방송기자42호_미세먼지

미세먼지, 중국 때문에 심해졌을까?
특정시기·증가지역 통계… 실제로는 감소 추세

KBS 이정훈 기자 (과학재난부)

 

‘악마 기자’. 기자 생활 7년 만에 처음 생긴 별명이다. 미세먼지 관련 기사마다 “짱깨 간첩 기레기. 악마 같이 생겨서…”라며 악플을 다는 분이 있다. 이 악플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미세먼지 기사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내용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중국발’, ‘날로 독해지는 미세먼지’와 같은 키워드의 기사에는 ‘참 언론’이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반면 ‘국내 대책 필요’, ‘과거보다는 좋아졌다’는 내용의 기사에는 ‘기레기’, ‘친중 기자’라는 악플 세례가 기다린다. 이렇게 대중의 반응이 엇갈리는 것은 실제로 기사마다 얘기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사에 사용된 미세먼지 통계가 다른 것도 이유다.

‘인식’ 전에는 그저 지나쳤던 뿌연 하늘

장기간의 추세로 보면 미세먼지가 심해지고 있다는 통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니 사실상 국내 모든 통계가 과거보다 미세먼지가 줄었다고 얘기하고 있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유해 중금속 농도 모두 1980년대 이후 하향세가 뚜렷하다. 국가 관측망 통계에서만이 아니다. 논문으로 발간된 개별 연구자나 연구소에서의 관측 자료에서도 농도는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대중의 공포가 커진 것은 ‘인식’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 물질로 지정했다. 그리고 같은 해 환경부가 초미세먼지 대기환경기준을 설정하고, 미세먼지 예보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미디어 연구를 보면 이를 계기로 2013년 말부터 미세먼지와 관련한 보도량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안개나 연무 때문으로 생각하며 지나쳤던 뿌연 하늘을 이제는 대중이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심각하게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인식의 차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심해졌다’는 일종의 확증편향이 생겼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심해졌다는 결과가 나오기만 기다리던 상황에서 지난해 HEI라는 해외 연구 단체가 한국의 미세먼지가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1990~2005년까지 항상 같은 수치를 보이던 한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최근 몇 년 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통계와는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이지만 수많은 언론이 검증 없이 받아썼다.

15년 동안 농도가 같았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자료의 산출 방법은 더 의문스럽다. 인공위성 관측 자료와 화학 모델을 통해 추정한 수치라는데 직접 관측한 자료보다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의 검증을 통해서도 기사화할 만큼 신뢰도가 있는 자료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미세먼지는 중국발이 대부분이라고?

중국발이 얼마냐에 대한 논란도 마찬가지다. 그동안의 연구들은 국내 영향이 적어도 절반 정도는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환경부에서 중국 영향이 큰 특정 시기의 분석 결과를 발표했고, 언론은 한발 더 나아가 이 가운데 가장 높은 숫자를 뽑아 ‘중국발 최대 86%’ 식의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내 대부분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특정 시기 일부 증가한 지역의 통계만 뽑아 중국 영향이 커지고 있는 것처럼 보도한 매체도 있다. 중국이 한반도와 가까운 산둥성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는 괴담 수준의 의혹도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통계는 산둥성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지난 몇 년 간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알리고 있을 뿐이다.

팩트는 흔들 수 없지만 통계는 구부릴 수 있다

‘미세먼지가 심해지고 있다.’ 그리고 ‘중국발이 대부분이다’라는 두 가지 정보는 국민들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준다. 과거 국가 간 환경 분쟁 사례를 보면 국경을 넘는 오염 물질을 법적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결국 이 두 가지 정보가 사실이라면 미세먼지가 심해지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런데 보다 신뢰할 만한 통계는 이 두 가지 정보가 모두 거짓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의 노력을 통해 미세먼지가 감소되어 왔고, 앞으로 더 노력한다면 줄일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미세먼지 전문가들은 언론이 사실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통계를 구부린 기사는 악플은 피해갈 수 있을지 몰라도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

Posted in 2018년 5.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