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파업, 처음 당한 고소…그래도 우리는 ‘공정방송’을 꿈꾼다

방송기자42호_YTN 단체사진

생애 첫 파업, 처음 당한 고소…그래도 우리는 ‘공정방송’을 꿈꾼다

2013년 입사동기들의 파업집회 막간 인터뷰
YTN 최아영·우철희·김경수·이형원·임성호 기자

이 기사는 전국언론노조 YTN지부가 파업을 이어가던 지난 4월 19일 진행된 인터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19일은 청와대가 주요 언론사 대표들을 초청해 오찬 모임을 한 날입니다. YTN 노조는 각종 부적절함으로 비판받고 있는 최남수 사장이 오찬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청와대 주변에서 반대 기자회견과 집회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집회 막간을 이용해 진행됐으며, 인터뷰 대상인 김경수·우철희·이형원·임성호·최아영 기자는 YTN에 소속된 6년차 기자이자 노조 조합원으로 파업에 참여했습니다.

일단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철희희는 2013년에 YTN에 입사한 기자들입니다. 여러 면에서 YTN 모든 구성원이 반성·참회하고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자들입니다.

파업이 얼마나 됐나요?

최아영 78일(2018년 4월 19일 현재) 됐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김경수 저는 원래 밤 근무였는데 요새 시간이 갑자기 많아져서 그 동안 못했던 것도 하려고 했어요. 회사 걱정도 많이 하고요.
임성호 저는 그동안 바빠서 잘 못 챙긴 가족들 챙기고 있고 책 읽기처럼 좋아하는 일도 하려고 하는데 집중은 잘 안 됩니다. (웃음)

일부에서는 저연차 기자들이 타의에 이끌려 파업한다고도 해요. 어떠세요?

최아영 누가 시켜서 했다면 매일 이렇게 집회에 꼬박꼬박 출석하지도 않을 것 같고요. 저는 훌륭한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파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형원 저희가 YTN에 가장 오래 다녀야 할 사람들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 회사가 발전해야지 상황이 나빠지거나 망하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이번 파업은 저연차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조 회의를 해도 저연차들의 발언이 무척 세게 작용하고요.
김경수 회사 측에서는 ‘쟤들이 가만히 있다가 왜 저럴까?’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생각 자체가 그동안 무엇이 문제였는지, 가장 아래서 해왔던 얘기들을 안 들어왔다는 것 아니겠어요? 저희는 절박한데…. 바꿔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방송기자42호_YTN 임성호 기자 방송기자42호_YTN 최아영 기자

‘최남수 사장 퇴진’ 이유로 사장으로서의 자질 문제가 제일 크게 거론되고 있죠.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언론사 대표의 자격이라면?

우철희 최남수 씨를 반대로 하면 될 것 같아요. 어려울 때 끝까지 회사를 지키려하고, 권력에 날카롭되 약자를 보듬을 줄 알면서도, 사원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약속을 천금같이 지키고요. 그리고, 도덕성에 하자가 없는 사람이요. 말하자면, 불륜설 같은 이야기가 오르내리지 않는 사람.
김경수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갖추고 신뢰를 제일 큰 가치로 여겨 구성원들과 시청자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언론사 사장이라면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보도를 ‘직접’ 해왔거나 적어도 언론 본연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 어느 위치에서건 적극적으로 노력했어야 합니다. 거기에 해당 언론사의 조직 문화, 내부 생리를 잘 알고 구성원이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다섯 분 모두 고소를 당했다고 들었어요. 얼마 전에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면서요?

임성호 최근 사내게시판에 저희가 취재·보도 과정에서 겪었던 외압이나 부당한 취재지시에 대해 비판 성명 올린 일이 발단이었어요. 글에서 주요하게 다뤄진 인물이 과거 사회 부장이었던 류제웅 전 기획조정실장인데요. 얼마 전 이건희 성매매 동영상 제보의 존재를 삼성 측에 알렸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됐던 인물이죠. 류 전 실장은 과거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대한 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녹취를 빼라고 강요했었는데요. 나중에 알고 보니 류 전 실장의 부인이 당시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여가부의 고위 공무원이었더군요. 이에 이해관계가 의심된다는 내용을 글에 넣었더니 류 전 실장 아내가 고소를 한 겁니다.

정확히 혐의가 뭐죠?

임성호 허위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 혐의라고 하는데요, 저희는 이 자체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글에서 썼던 부분은 외부 시민단체 관계자가 언급했던 것을 인용한 것이거든요.

소송은 지금 어떤 상태까지 와 있는 건가요?

우철희 일단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요, 여기에 정신적 피해와 관련해 위자료 5000만원 민사 소송도 걸어서, 변호사를 통해 대응 중입니다.

고소를 당했을 때 심경이 어떠셨어요?

임성호 1차적으로는 분노? 말해야 할 것을 말했을 뿐인데 법을 악용해서 재갈을 물리려고 한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막상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 보니 제 한마디 한마디가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해서 말을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과거 함께 일했던 사람이잖아요. 비판하는 글을 올리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이형원 저희는 여러 부당한 지시를 내렸던 분들이 먼저 반성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본인의 양심도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파업 과정에서 그 기대감이 무너졌던 것 같아요. 본인들은 잘못한 것도 부끄러운 것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것을 보고 더 이상은 선배로서 인정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방송기자42호_YTN 김경수 기자  방송기자42호_YTN 우철희 기자 방송기자42호_YTN 이형원 기자

과거 문제 보도에 대해 “특별한 의도가 없었다”거나 “당시 언론 흐름에 따라갔을 뿐”이라고 해명하는 사람들도 있는 듯합니다.

이형원 사실 그 당시 많은 방송사들이 권력 눈치 봤다는 것은 다 드러나고 있잖아요. 그런 얘기를 한 YTN 간부도 똑같이 권력 눈치 봤다는 것을 인정한 것일 뿐이죠. 더구나 본인들이 판단조차 내리지 못한다는 무능력함을 드러낸 것으로 밖에는 보기 힘듭니다. 간부급 인사가 그런 말을 하면서도 부끄러움조차 모르다니. 더 참담한 것 같습니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을 보면요, 과거 잘못을 반성하거나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YTN은 어떤가요?

김경수 우리 YTN이 그럴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무엇이든 바뀌고 나서 반성이든 참회든 하는 것이지요. 보도가 개선되지 않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또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해도 제대로 보도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YTN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우철희 최남수 씨 나가고 정말 좋은 회사가 되면 재벌이든 정권이 됐든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싶고요. YTN은 힘없는 사람에게 관대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더 들으려 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최아영 저는 삼성 이건희 회장 성매매 동영상이 다시 제보가 오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제보가 왔을 때 눈치 보지 않고 기자들이 힘 모아 제대로 된 보도할 수 있는 회사가 됐으면 해요.
이형원 YTN은 그동안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데만 힘을 쏟은 것 같아요. 그런데 기계적 중립만큼 기자들을 게으르게 하는 것은 없거든요. 사안을 깊이 안 들여다봐도 되니까요. 그런 보도 좀 하지 말고 사안에 따라서 가치판단이 필요한 사항들은 본질이 뭔지 들여다보고 어느 쪽에 치중해 보도를 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현장 기자의 말도 귀담아 듣고요.

방송기자42호_YTN 파업일지

Posted in 2018년 5.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