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핀란드 남북미 비공개 회담 취재지원기] 주요 관심 대상은 북한대표단…일본 언론사 ‘취재경쟁’

방송기자42호_남북정상회담_최원석

주요 관심 대상은 북한대표단
일본 언론사 ‘취재경쟁’

최원석 전 YTN 기자 (핀란드 라플란드대학 미디어교육 석사 과정)

핀란드 헬싱키 시내에서 북쪽으로 25km 거리에 위치한 쾨니그스테드 별장The Königstedt Manor. 숲에 둘러싸인 건물 앞으로 반따Vantaa 강이 흐른다. 핀란드 정부가 소유한 이 건물에선 정부 주최 협약식이나 회담, 만찬이 열리곤 한다. 특히 언론을 피해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해야 하는 회의가 있을 때 자주 쓰인다. 지난 3월 20일과 21일, 한국·북한·미국이 이 별장에서 ‘반민반관’ 비공식회담을 했다. 북측의 정부 인사와 한미 비정부 인사가 참석하는 이른바 1.5 트랙 회담(Track 1.5 meeting)이었다.

헬싱키에서 회담이 열린다는 연합뉴스 보도가 나온 3월 18일, 나는 가까운 핀란드 기자에게 연락했다. 헬싱키 회담 관련해 한국어 기사 일부를 영어로 번역해서 미리 메일로 보내둔 터였다. “비공개 회담이긴 하지만 남북한과 미국이 헬싱키에서 만난다고 하는데, 도와줄 것 없습니까?” 금세 반가운 어조로 답장이 왔다. “고마워요. 헬싱키에서 봅시다. 시간 괜찮으면 사무실에 들르시죠.”

핀란드 언론은 평소에도 꾸준히 동북아 안보 관련 기사를 다룬다. 중국과 북한을 수시로 방문해 심도 있는 기사를 쓰는 기자도 있다. 미디어 덕분인지 일반인도 남북한의 사정을 꽤 잘 알고 있는 편이다. 우스갯소리지만, 러시아 하나만 지나면 북한에 들어갈 수 있다며, 핀란드와 북한 국경이 무척 가깝다고 농담하는 지인도 적지 않다.

나는 헬싱키에 도착해 현장으로 움직였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일요일인 18일 헬싱키에 도착했고, 회담 전날인 19일에는 핀란드 정부 주최 만찬에 참석했다. 숙소와 동선이 가려진 탓에 시내에서 대표단 차량과 취재 차량 간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핀란드 정부는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능숙하게 경호를 제공했다.

방송기자42호_남북정상회담_최원석2

취재진 대부분이 가장 관심을 둔 대상은 북한 대표단이었다. 핀란드 공영방송 윌레Yle 촬영 기자는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을 인터뷰하고 싶다면서, 동료 기자와 교대하며 현장을 지켰다. 직접 북한 참석자를 촬영하려고 본인 카메라를 챙겨 온 신문사 기자도 있었다. 혹시라도 북측 대표단을 인터뷰하게 되면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핀란드인 기자도 있었다. 현장에 일본 취재진이 많아서인지 취재 광경은 한국과 다름없었다. 숙소나 회담 장소 앞 ‘뻗치기’부터 마이크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이나 누군가 나타나면 일단 에워싸는 인터뷰 풍경. NHK나 TBS, TV 아사히를 포함해 대여섯 군데 일본 언론사가 경쟁을 벌였는데 프리랜서와 통역, 촬영진 등 얼추 스무 명은 돼 보일 만큼 인원이 많았다.

윌레 취재 기자 리스또Risto Mattila는 조금 여유로워 보였다. 자신은 현장만 취재하고, 기사는 회사에 있는 동료가 작성해 온라인에 낸다고 했다. 남북한 문제를 전담해온 다른 기자가 사무실에서 기사를 쓴다는 말이었다. 방송 리포트나 현장 중계에 얽매이는 대신, 깊이 있는 온라인 기사를 내보내는 데 중점을 준 업무 방식이 아닐까 싶었다.

리스또를 따라 연합뉴스 베를린 특파원 이광빈 기자와 윌레 보도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국제부 데스크 역할을 하는 국장급 기자 두 명이 모두 여성이란 점이 일단 인상적이었고, 토론하듯 회담 취재 내용을 검토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막내급 기자는 최근 남북한 대화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 주요 한국어 기사를 종종 번역해서 읽는다고도 했다. 여러 취재 내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역할은 북한에 몇 차례 다녀온 기자가 맡는 식으로 사안을 다뤘다. 위계질서 없는 대화 속에서 팩트체크와 교차확인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듯했다. 결과적으론 이번 비공식회담에서 특별한 내용이 다뤄졌는지는 취재할 수 없었다. 다만 앞으로 핀란드 언론이 어떻게 남북문제를 다루는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한국과 일본 기자가 한국 대표단 인터뷰 도중 ‘비핵화’ 언급 여부를 유도하듯 물어본 일이 있었는데, 가까이 있던 핀란드 기자는 이런 단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어차피 회담 내용은 비공개라, 차라리 향후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전망하는 방향에 더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이익 관계가 얽힌 나라의 언론보다 중립국인 핀란드 언론의 시각이 조금 더 차분하고 객관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 일본 언론의 큰 관심과 핀란드 언론의 호기심을 함께 엿볼 수 있는 취재였다.

 

Posted in 2018년 5.6월호, 특집_정상회담과 저널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