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회 뉴스부문_레인보우 합창단의 두 얼굴_MBC 이덕영 기자

<레인보우 합창단의 두 얼굴, 그 씁쓸한 이면을 파헤치다>

 

  • 올림픽 공연에 참가비 요구… ‘패딩은 반납하라’

레인보우 합창단 취재는 단원 학부모의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불과 몇 주 남기지 않고 있을 때였습니다. 레인보우 합창단은 올림픽 개회식에서 애국가를 부를 예정이었습니다. 이미 합창단 자체 오디션을 거쳐 참가 단원까지 모두 선발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합창단 측에서 단원들에게 참가비 명목으로 수십만원을 요구하고 조직위에서 지급받은 패딩은 공연 후 반납하라고 통보했다는 게 제보의 내용이었습니다. 국가적 행사에 초대받아 공연을 하는 아이들이 각종 경비를 지원받는 건 물론이고 오히려 출연료를 지급받아야 하는 게 상식인데 왜 아이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건지, 또 아이들에게 지급된 패딩을 왜 일방적으로 합창단이 걷어가고 소장을 원하면 합창단에 돈을 내야 하는지 의문 속에 취재는 시작됐습니다.

합창단의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다 쫓겨난 아이는 한 명만이 아니었습니다. 일생에 한 번뿐일지도 모르는 세계적인 무대에 아이를 세우고 싶은 마음에 불만이 있어도 입을 다문 학부모도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부모와의 소통을 닫아버린 합창단 측의 태도였습니다. ‘학부모 치맛바람에 휘둘리면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는 인식은 합창단 운영에 그대로 반영돼 있었습니다. 합창단만의 방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더 많은 설명을 요구하는 학부모의 아이는 쫓아내는 행태가 관행처럼 굳어져 수년째 계속돼 오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내 아이가 피해를 입지 않을까, 잘 나가는 합창단을 건드려 업계에서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 실태를 알고자 연락한 학부모와 전직 직원들의 마음은 꽁꽁 얼어 있었습니다. 유엔과 바티칸 같은 세계적인 무대는 물론 정부 공식 행사와 각종 기업체 행사까지 섭렵하며 국내 최초의 다문화 가정 어린이 합창단으로서 레인보우 합창단의 위상은 누구도 넘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평창올림픽 개회식 공연은 그 정점을 찍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동안 합창단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운영이 돼 온 것인지 알고 싶었지만 이들의 마음을 여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 합창단이 안으로 곪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굳힐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듭된 설득 끝에 조금씩 실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 아이들을 위한 합창단 바로세우기.. 지속적인 관심 필요

우리 사회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다양한 차별에 노출돼 있는 건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을 바꿔나감과 동시에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자존감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레인보우 합창단의 활동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어른들의 행동으로 여전히 상처를 받고 있는 건 다름아닌 아이들이었습니다. 참가비는 ‘아이들 간식비였다’, ‘자체 캠프비였다.’ ‘패딩은 후배들에게 물려주려 했다’,‘ ’돈을 내라 하면 가져가지 않을 거라 생각해 농담삼아 돈을 요구했다.’ 합창단 측의 거듭되는 궤변과 억지는 보도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레인보우 합창단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다는 처음의 순수한 취지에 걸맞게 다시 설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Posted in 이달의 방송기자상,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작 취재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