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회 기획보도부문_에버랜드 수상한 땅 값 급등과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_SBS 이병희 기자

“에버랜드의 공시지가가 이상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는 정보를 듣고, 다음날 곧장 용인으로 향했다. 취재원이 제시한 에버랜드 일부 토지의 땅값은 한 눈에 봐도 이상했다. 상당히 안정적이어야 할 공시지가가 특정 시기에 널을 뛰고 있었다. ‘기사가 될 것 같다’는 감이 왔지만, 실제 보도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머리를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몸을 써야하는 일들이 먼저 다가왔다.

2천 필지가 넘는 땅의 소유주를 직접 확인하려니 그 만큼의 등기부등본을 하나하나 떼봐야 했고, 땅값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연도별 공시지가를 확인해 일일이 엑셀파일에 입력해야 했다.

필지 정보들은 마치 작은 퍼즐 조각 같아서 아무리 보고 또 봐도, 도무지 땅이 어떻게 생긴건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삼성 일가의 땅인지 알 길이 없었다. 커다란 지적도에 땅의 조각을 하나하나 그려넣는 수작업을 피할 수 없었다. 고단한 막노동이 끝나면 곧 길이 보일거라고 생각했지만, 당초 우리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땅값을 발견하고 도중에 잠깐 길을 잃기도 했다. 그 ‘헤맴’ 덕분에 우리 취재팀은 더 많이 머리를 맞대야 했고,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더 많은 자료를 찾아야 했다.

또, 취재 때마다 마주치는 ‘기자님들이 땅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시나 본데…..’ 라는 전문가들 특유의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더 많은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야 했다.

이번 탐사리포트는 어느 특정 기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특정 기업의 이해 관계에 맞춰 오랫동안 작동돼 왔던 국가의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였다. 보도 이후 시청자들의 호응과 응원이 뜨거웠던 건,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는 열망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탐사보도의 가장 큰 적은 ‘시간’이라고 한다. 뚜렷한 성과 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있을 때, ‘우리가 가진 건 시간밖에 없다!’ 며 격려해준 탐사보도부장 양만희 선배에게 감사한다.

길을 잃었을 때 새로운 전략과 방향으로 안내해준 정명원 데스크와 늦겨울의 찬 바람을 맞으며 용인 일대를 누빈 후배들, 눈이 빠지는 수작업을 마다하지 않았던 작가님들의 노고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지상파 메인뉴스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파격적인 형식의 뉴스가 On-air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신 보도본부장, 보도국장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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