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회 지역뉴스부문_금호타이어 매각 조건에 ‘파업 금지’_KBS광주 박지성 기자

<경영 실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묻는 이유>

 

“노조의 동의가 없으면 금호타이어 매각은 성사 될 수 없습니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매각이 추진하면서 노조 동의를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기업의 매각이나 유상증자 과정에서 노조의 동의는 필수 요건은 아닙니다. 산업은행이 노조를 동반자로 생각했다면 노조 몰래 더블스타 매각을 다시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의문이 이어지면서 채권단이 노조를 압박해야만할 이유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금호타이어와 협력업체에 고용된 노동자와 그 가족은 광주와 전남에만 수만 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지역에는 어떤 정보도 결정권도 없었습니다. 제대로 된 설명의 자리는 없었고 매각 관련 모든 정보는 비밀 유지의 의무라는 명목 아래 차단됐습니다. 내용을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회의원들은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만 반복하며 입을 닫았습니다. 그러던 와중 채권단이 100% 동의로 더블스타의 투자유치 조건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채권단 회의는 없었고 문서로 결의된 사항이었습니다. 적어도 산업은행과 더블스타가 쥐고 있던 매각 조건이 채권단 전체에는 통지됐다는 의미입니다. 취재원을 총 동원해 매각 조건이 닿을 만한 곳을 개별 접촉했습니다. 수차례의 거절과 시행착오 끝에 한 곳에서 산업은행과 더블스타의 매각 조건이 담긴 문서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 문서에 담긴 ‘파업 미존재’ 항목은 산업은행이 매각을 위해서는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던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파업권을 가진 노조는 이런 항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산업은행이 대외 설명용으로 작성한 금호타이어 향후 처리방안 문건에서도 선행조건에 ‘파업 미존재’ 항목이 빠져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변호사와 노무사 자문을 거쳐 산업은행이 파업 미존재 항목을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기업 경영 실패의 가장 큰 책임은 의사 결정권자인 경영진에게 있습니다. 금호타이어 매각 역시 워크아웃을 거쳐 되살린 기업을 또다시 위기로 몰아넣은 경영 실패의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경영진이 아닌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을 삭감 당해야합니다. 지난 2009년 워크아웃 돌입 당시와 동일한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책임을 떠안았지만 매각 과정에서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결정권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매각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떠안았고 경영 정상화의 걸림돌로 지적받았습니다. 채권단이 파업권을 제한하겠다는 매각 조건을 넣은 것도 이런 왜곡된 시각이 바탕이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파업을 막고 임금을 깎으면 회사가 정상화 될 수 있을까요. 투자 실패와 중국 시장 부진이라는 부실 원인을 생각해보면 노동자들이 짊어졌던 비판과 부담은 합당하지 않습니다. 이번 보도가 이런 사실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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