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노트_박성호 위원장

작별 인사

2012년 겨울이었습니다. 해고된 지 6개월이 넘어가자 매일 출퇴근하던 노조 사무실에도 나갈 일이 적었습니다. 그때 딱히 갈 곳 없던 저에게 방송기자연합회에서는 책상 하나를 내주셨습니다. <방송기자>의 편집을 도맡아 달라며 일자리를 제안했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에게 ‘사무실’ ‘책 상’ ‘일감’이란 건조한 느낌의 무생물은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목동 시절이 시작됐습니다. 아이템을 기획·섭외하고 직접 인터뷰도 다니고 원고도 쓰고 교정도 봤습니다. 현업에 있을 때와 같은 기분이 났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 계간지를 격월간지로 바꿨고 코너를 늘려갔습니다. <방송기자>는 많이 읽히지는 않더라도 읽는 사람에게는 정보가 되는 책, 고민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 되도록 하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방송기자의 정체성과 전문성, 이 두 가지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렇게 이번 호까지 42권 째를 펴내게 됐습니다. 그 동안 많은 이슈들을 특집으로 다뤘습니다. 언론자유, 방송 정상화, 저널리즘 혁신, 데이터 저널리즘, 모바일 시대 뉴스 유통 전략, 스토리텔링, 정치·북한·경제·사건사고 뉴스의 탈바꿈, 대선 보도, 탐사 보도, 특종 보도, 영상취재, 지역 저널리즘, 기자 교육, 기자 채용, 고참 기자 활용 방안, 기자의 갑질, 세월호 보도 참사 등등.

이제와 고백하자면 책을 펴내면서 ‘사심’도 없진 않았습니다. 언젠가 복귀했을 때 낯선 사람처럼 나타나 뉴스룸을 낯설어 하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방송 저널리즘의 현장에서 떨어져 있지 않고 싶었고, 여러 방송사 동료들의 땀과 고민을 곁눈질이라도 해서 목격하고 싶었습니다. 하다 보니 좋은 선후배 기자들과 언론학자들, 외부의 전문가들로부터 참 많이 배웠습니 다. 일일이 적지 못하지만 편집위원들을 비롯해 그동안 지면에 참여하시고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편집의 독립과 자율을 보장해 준 역대 방송기자연합회장님들과 연합회 식구들의 도움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제 일터로 돌아왔습니다. <방송기자>를 만든 일은 해고된 이후 가장 먼저 손댄 일이었고, 가장 애착이 갔던 일이었고, 가장 오래 한 일이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장을 덮습니다.

Posted in 2018년 3.4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편집자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