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_자유언론은 영원한 실천 과제_자유언론실천재단 김종철 이사장

지금부터 10년 전인 2008년 3월 26일, 방송기자연합회가 출범했습니다. 이명박이 제 1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한 달이 되는 날이었지요. ‘방송기자 모임 준비위원회’는 그 해 1월 8일에 발족했다고 합니다. 당시 상황을 되돌아보면 암담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전과 14범’이라는 인물이 2007년 12월 대선에서 극도로 약화된 집권당의 후보를 500만 표 이상의 엄청난 차이로 누르고 국가원수 자리를 차지했으니 한국 사회에서 참된 민주체제가 이루어지기를 열망하던 주권자들이 얼마나 큰 실망과 좌절감을 느꼈을지는 다시 상기할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방송기자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방송기자연합회가 첫 발을 내디딘지 한 달 남짓 뒤에 이명박 정권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 때문에 대중의 촛불집회에 부닥쳐 6월 10일에는 전국적으로 100만여 명이 참가한 집회와 시위 앞에서 무너질 뻔한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조선·중앙·동아일보를 비롯한 수구 언론과 극우 세력의 ‘이명박 살리기’에 힘입어 가까스로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침몰 직전의 배에서 살아난 이명박은 그 이후 자유언론의 목을 죄기 위해 국회에서 여당이 미디어 악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게 하고 정보기관의 블랙리스트와 공작정치를 통해, 특히 KBS와 MBC에서 자유언론과 공정방송 실천을 위해 앞장서서 싸우는 기자와 피디들에게 무자비한 탄압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만행이 박근혜 정권에서도 계속되는 가운데 방송사 경영진의 ‘부역자들’ 밑에서 펜과 마이크를 빼앗긴 기자들은 2016년 10월 말에 시작된 촛불혁명 덕분에 자유언론과 공정방송을 본격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1975년 3월 17일 새벽, 동아일보사에서 폭력에 밀려 쫓겨난 기자, 피디, 아나운서 등 113명으로 구성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29명은 작고)에 속한 사람으로서 지난 10년 동안 주요 방송사의 언론인들이 끈질기게 벌여온 자유언론 실천 운동에 감동을 받으면서 진한 동지애를 느꼈습니다. 2014년 8월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피디연합회를 비롯한 주요 언론단체들이 “동아투위 선배들의 이념과 정신을 이어가겠다”라며 자유언론실천재단을 창립해 주는 과분한 대우도 받은 바 있습니다.

저는 지난 43년 동안 동아투위 위원들과 함께 자유언론 실천의 길을 걸어오면서 늘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한 바가 있습니다. 진정한 언론인은 권력이나 대자본, 그리고 기득권층보다는 압제와 소외에 시달리는 ‘우리 이웃’의 편에 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21세기 들어 한국 사회에서는 빈부의 양극화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특히 버젓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20·30세대 구성원 다수의 박탈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을 절망의 늪에서 구해내지 못한다면 한국 사회의 미래에는 희망의 빛이 없을 것입니다. 특히 방송기자 여러분이 이런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취재와 보도를 열심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44년이란 긴 세월이 흐른 지금도 1974년 10월 24일 아침 동아일보사 기자들이 발표한 ‘자유언론실천선언’의 마지막 대목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교회와 대학 등 언론계 밖에서 언론의 자유 회복이 주장되고 언론의 각성이 촉구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뼈아픈 부끄러움을 느낀다.

본질적으로 자유언론은 바로 우리 언론 종사자들 자신의 실천 과제일 뿐 당국에서 허용받거나 국민 대중이 찾아다 쥐어주는 것이 아니다.”

방송기자 여러분도 완벽한 민주정권이 있을 수 없는 세상에서 이 구절을 늘 가슴에 되새기면 좋겠습니다.

방송기자연합회 10대 회장으로 취임하는 자리에서 안형준 기자는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그 해(1987년) 이한열 열사의 죽음과 명동성당의 농성을 뉴스로 내보내기 위해 맞서 싸웠던 선배 방송기자들의 눈빛과 열정을 잊지 않겠습니다.”

방송기자연합회 회원 여러분이 ‘제2의 10년’ 동안에도 ‘자유언론은 영원한 실천 과제’라는 명제에 충실하게 열성적으로 취재와 보도를 해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Posted in 2018년 3.4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별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