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가 만난 방송기자_기상 예보도, 언론 보도도 핵심은 ‘사람’_SBS 안영인 기상전문기자

“기상청이 기상예보가 아닌 기상 중계를 한다” 이 같은 비아냥거림이 더는 낯설지 않다. 폭우·폭설, 기록적인 강추위, 불청객 미세먼지, 잇따르는 지진까지…. 급격한 기후환경 변화 속에 이어진 기상청의 ‘헛발질’에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런 현상을 언론은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보도해야 할까? 기상학 박사이자 기상전문 기자로서, 25년째 기상 관련 취재와 연구를 이어온 SBS 안영인 기자에게 기상 보도가 나아가야 할 길을 물었다.

먼저, 이번 겨울 추위부터 여쭤보겠습니다. 왜 이렇게 혹독하게 추웠나요?

여러 원인이 있지만 북극의 찬 공기가 내려온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용어로 ‘블로킹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쉽게 설명하자면 특정 기류가 북극의 찬 공기를 끌어내렸고 이후 또 다른 기류는 내려온 찬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강력한 북극의 강력한 찬 공기가 한반도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유난히 추웠습니다.

이런 현상도 결국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온난화가 추위를 불렀다는 게 역설적으로 들리지만요(웃음). 온난화 즉, 어디가 따뜻해지느냐가 중요한데, 결론적으로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문제가 시작되는 겁니다. 북극이 뜨거워지면 그곳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가 속한 중위도로 밀려 내려옵니다. 그러면서 맹추위가 몰려오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온난화가 심해질수록 기온의 극값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겨울은 더 춥고 여름은 더 더운 현상이 나타는 거죠. 그런 점에서 온난화는 인류가 힘을 모아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지구 온난화가 일시적인 현상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온난화를 걱정하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온난화가 아닌 지구 온도가 낮아지는 냉각화를 걱정했습니다. 단기적으로 수십 년 주기 단위로 보면 지구의 온도가 떨어지는 게 확인된 거죠. 그런데 관측 주기를 넓혀 백 년 이상 단위의 큰 흐름 속에서 지구 기온을 정밀하게 살펴보면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꾸준히 올라가는 추이를 보입니다. 지구 기온이 단기적으로는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계속 올라가고 있는 거죠. 그런 점에선 온난화는 부인할 수 없는 과학적 사실로 보는 게 맞습니다.

“일상에 영향을 끼치는 전문적인 사실을 쉽게 전하고 싶었다”

말씀하신 이런 지구 온난화를 경고하는 내용의 책을 쓰셨던데 책 이름이 ‘시그널’입니다.

네, 단어 그대로 ‘기후가 던지는 경고’란 뜻을 담아 그렇게 정했습니다. 기상학 박사로서 그동안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기사를 쓰려고 노력해왔는데 그렇게 써왔던 기사들을 책으로 정리해봤습니다. 그동안 취재하면서 ‘의외로 사람들이 온난화에 대해 잘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자주 듣다 보니 무감해진 것 같기도 했고요. 과학적 근거 없는 이야기도 많이 접했습니다. 온난화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잘 알려드리고 싶어서 책을 냈습니다.

온난화로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변화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지구에서 기후변화로부터 자유로운 생명체는 없습니다. 혹독한 겨울 추위는 물론 폭설·폭우, 대기 오염 모두 다 온난화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부정적인 변화들이죠, 하지만, 전 이런 변화들이 ‘급격하게’ 닥쳐온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기온이 올라가면 지구는 많은 에너지를 머금게 됩니다. 에너지가 많아진다는 건 불안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리학에선 엔트로피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도 하죠. 비유를 들자면, 돈이 없으면 집안에 가만히 있을 텐데 수중에 돈이 있으면 여기저기 다니게 되고 그러다 보면 사고도 나게 되는 그런 이치죠. 온난화가 심해질수록 이런 불안정성은 더 커질 거고 그로 인한 변화도 훨씬 더 급격하게 일어날 겁니다. 그러면 우리 기자들도 당연히 더 바빠지겠죠(웃음).

그래서인가요? 기상청 오보로 국민들 분노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를 평가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거시적으로 ‘연 단위’로 정확도를 평가하는 거죠.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 기상청 예보 정확도는 90%가 넘습니다. 매우 높은 수준이죠. 하지만, 두 번째로 어떤 특정한 날짜,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예보 정확도를 따지면, 그건 정확도 대신 적중률이란 용어를 쓰는데, 그 기준에 따르면 우리 기상청 의 적중률은 50%가 채 안 됩니다. 최근 5년만 두고 보면 46%에 불과합니다. 이틀 중 하루는 틀린 거죠.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직접 접하는 건 이 예보 적중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민감하고 또 화가 날 수밖에 없는 거죠.

예보 적중률은 왜 이렇게 낮은 건가요?

기본적으로 기온과 강수를 예측하는 과정은 매우 다릅니다. 기온은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긴 시간 동안 예측하면 되기에 상대적으로 맞추기 쉽습니다. 변화 상황이나 폭이 거대한 강물처럼 흘러가는 거죠. 반면 눈이나 비 강수 예보는 정반대입니다. 평가할 지역도 국지적으로 좁고 시간이 짧아 예측이 몹시 어렵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산지가 많고 지형이 복잡해 더 예측이 어렵죠. 거기에 앞서 설명한 온난화로 대기상태가 쉽게 불안해지며 예측이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근원적으로 보자면 사실 기상 과학자들은 아직 정확히 비나 눈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달나라도 가고 인공지능 기술까지 발명했지만 여전히 비나 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정확한 학설조차 정립되지 않습니다. ‘설’ 단위의 이론만 두개 있을 뿐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강수 예보가 부정확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강수 예보 수준은 해외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일본이나 영국, 미국도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한 수준입니다. 다만, 우리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 건 장비가 아닌 사람의 능력입니다. 장비와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거기서 나온 결과를 해석하는 모든 과정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기자도 컴퓨터가 좋다고 좋은 기사가 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장비는 계산만 빨리할 수 있을 뿐입니다. 예보 정확도를 1%p 높이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릴거 같은가요? 1년? 3년? 아닙니다. 최소 10년 이상 걸립니다. 그만큼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유학을 보내든 교육을 시키든 결국 예보자의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언론도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좀 더 날선 비판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저도 이런 점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싶어서 책까지 쓰게 됐습니다.

“전문성을 키워야 의미 있는 비판 가능”

맹추위, 기습적인 폭우·폭설에 이어 최근엔 지진까지 한반도를 덮치고 있습니다.

참 걱정스러운 현상이죠. 지진으로 피해를 보면 우리 인간이 대자연 앞에 얼마나 무기력한지 절실히 느껴집니다. 앞서 강수 예보가 어렵다고 말했는데 안타깝게도 지진을 예측하는 건 아예 불가능합니다. “몇 십 년 안에 한반도에서 어느 정도 크기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 정도가 최선입니다. 현재 기술로 그 이상은 도저히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게 경고 시스템입니다. 가능한 한  빨리 알려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그런 경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안 할 때가 많았습니다.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이 문제는 기상청은 물론 재난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지난번 포항 여진 당시에도 기상청은 지진 발생 직후 관련 정보를 행안부에 넘겼는데 행안부가 이걸 전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겁니다. 방어벽이 설치돼 있어 정보가 중간에 막혔던 거죠. 이런 문제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우리 언론이 더 관심을 갖고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꾸준히 비판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이런 급박한 기후 변화 환경에서 우리 언론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25년 넘게 기상 관련 취재와 연구를 하며 가장 안타까운 건 취재의 연속성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기상은 매우 복잡하고 또 급작스럽게 변합니다. 그만큼 꾸준히 지켜보고 긴 호흡으로 공부하며 취재해야 합니다. 조각난 정보가 아닌 큰 흐름 속에서 정보를 종합적으로 파악해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프게 제대로 비판하고 꼬집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전문성과 연속성을 갖춰야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Posted in 2018년 3.4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방송기자가 만난 방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