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정상화 이후_<뉴스데스크>와 그 너머_MBC 남상호 기자

반성으로 시작한 정상화의 첫걸음

그 날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2017년 12월 8일, MBC는 <뉴스데스크>라는 타이틀을 잠시 내려놨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심지어 흉기와도 같았던 지난 세월을 반성하는 의미이기도 했다. 내려놓는 기간이 길지 않을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뉴스데스크>를 다시 방송한 12월 26일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첫 아이템은 그래서 ‘반성’이었다. 세월호 보도 참사, 국정 농단 축소 등 ‘권력의 입’이었던 <뉴스데스크>를 반성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 되뇌어야 어디를 고칠지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첫 방송을 한 지 이제 두 달이 넘었다. 익숙했지만 볼 수 없었던 얼굴들이 등장했다. 4월 초면 100일을 맞는다.

의욕적인 변화들

가시적인 변화는 MBC만의 아이템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단독 기사’가 계속됐고, 자체 기획도 이전보다 풍성해졌다. 아직 임시 뉴스 체제이던 12월 11일, MBC 보도국은 UAE 특사 방문이 전 정권의 비리와 연관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시작으로 <뉴스데스크>에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 국정교과서 여론 조작, KT의 불법 정치자금 등의 기사가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스트레이트 취재의 상징적인 부서인 법조팀의 기사들이 단연 눈에 띄었다. 다스 실 소유주 논란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각종 비위 혐의를 계속 발굴했으며, 영상취재팀은 영포빌딩 압수수색 현장을 단독으로 촬영해 청와대 기록물 유출의 단초까지 밝혔다.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검증했고, 검찰 내 성폭력 사건도 취재하고 있다.

<뉴스데스크>로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MBC 보도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즉 <뉴스데스크>가 공영방송 메인 뉴스로서의 위상을 회복해가는 과정은 MBC 보도부문의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이자 정상화의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충분조건은 아니다. 이를테면 최근 불거진 지인 인터뷰 논란은 과거의 <뉴스데스크>에서는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는 문제였다. 이 논란은 ‘이제 예전의 <뉴스데스크>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존의 제작 관행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가?’라고 보도부문 구성원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우리는 후퇴했다

MBC의 지난한 싸움은 짧게는 2012년, 길게는 2008년부터 시작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지상파 방송사는 과점적인 위치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제 자리에 있어도 후퇴하지 않을 수 있었다. MBC 뉴스의 플랫폼 별 라인업은 <뉴스데스크>라는 TV 뉴스, <시사매거진 2580> 으로 대표되는 제작물, 그리고 <뉴스의 광장>같은 라디오 뉴스와 보도 다큐멘터리로 거의 완성돼 있었다. 뉴미디어는 비중이 낮았고, 각 채널 별로 최적화된 전달법도 어느 정도 정립돼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후퇴하는 동안 시대가 바뀌었다. 사람들은 뉴스의 대부분을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수용하고 있고, 경쟁은 치열해졌고, 수많은 뉴스가 휘발되고 있다. 어느 언론사가 단독 보도를 했는지도 뚜렷하게 인식하기 쉽지 않아 우리만의 특징과 개성을 각인시키기도 어려운 시대가 됐다.

<뉴스데스크>는 복원과 개선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시사매거진 2580> 자리에 들어간 새로운 보도제작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강원랜드 부정 채용 수사외압을 터뜨리며 잠복 취재, 추적 저널리즘의 영역에 공고히 자리 잡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 불균형 문제 등으로 다른 부문에서는 빠르게 정상화를 추진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무엇보다, 새롭게 등장했고 이제는 가장 덩치가 커진 뉴미디어 뉴스의 영역에서 어떻게 나아갈지는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MBC의 정상화는 <뉴스데스크>만으로는 안 된다.

다시 묻는 질문, 정상화란 무엇일까

정상화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언제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예전처럼 플랫폼별로 안정적인 라인업을 구축했을 때일까? 만족스러운 대답은 아니다. 그 사이 세상도 뉴스 소비자들도 또 변화할 것이다. ‘개선’만으로는 ‘제논의 역설’처럼 정상화라는 목표를 따라잡을 수 없다.

그래서 정상화는 혁신으로 연결된다. MBC 보도부문 구성원들의 간담회에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혁신은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결과가 아니다. 지속적으로 파괴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수용할 수 있는 조직이 구성되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외부의 압력과 내부의 타성에도 멈추지 않을 만큼 끊 임없이 꿈틀대는 조직이 구성됐을 때에 MBC 뉴스의 정상화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이 시민에게 줄 수 있는, 시민들이 언론에 원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여러 대답이 있겠지만 누군가 감추려드는 이면을 폭로하고, 알려야 하는 목소리를 퍼뜨리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를 지키는 언론의 의무이자 존재 가치임은 분명하다. 뉴스 수용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이런 소식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지상파라는 산업의 하락세는 이야기할 수 있어도 미디어와 언론 자체의 효용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시청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가치의 모습은 끊임없이 풀어야 하는 수수께끼와 같다. 그 수수께끼를 지치지 않고 풀어나가는 궤도에 올랐을 때 비로소 우리는 MBC 뉴스가 돌아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욕심은 내지 않겠지만, 그 날도 생각보다 빨리 왔으면 좋겠다.

Posted in 2018년 3.4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방송기자가 만난 방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