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파업 종료_정권 편든 공영방송, 우리 힘으로 정상화_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성재호 전 본부장

“촛불 혁명 이후 공영방송 과제 완수 위한 파업”

KBS 총파업 종료 34일 만인 2월 26일 새로운 사장 후보자가 선임됐다. 총파업 투쟁을 이끈 조합 집행 부 시각에서 신임 사장 선임을 어떻게 바라보나?

노조가 요구한 새 사장의 기본적 조건은 과거 정권 의 방송장악에 맞서 함께 싸운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 이었다. 과거 싸움에 나섰으니 상으로 사장 자리를 가져가라는 것이 아니다. 방송장악 시기 방관하거나 부역한 자들은 절대로 구성원들이 사장으로 따를 수 없 다. 그래서 함께 싸운 경험이 중요하다. 새 사장은 이점에서 노조가 요구한 기본 조건은 충족한다고 본다.

142일 파업 기간 동안 KBS 안팎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기별로 핵심적인 내용들만 간추려서 소개해 달라.

촛불 혁명의 시대적 과제 가운데 하나가 공영방송이 과거 제 역할을 못한 것을 바꾸라는 것이었다. 스스로 과거의 잘못을 바꾸지 않으면 진정한 개혁을 시작할 수 없다는 점을 구성원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사장 퇴진은 물론 KBS를 망치는 데 함께 협력해 온 구여권 이사들의 퇴진도 요구했다. 파업이 한 달 정도 넘겼을 무렵 이사 한 사람이 자진사퇴하면서 잘 풀릴 것 같다는 기대가 들었다. 하지만 방송 파행과 장기 파업 속에서 여전히 사장과 경영진은 계속 버텼고 이사들도 책임지려하지 않았다.

결국 노조는 이사들의 도덕적 문제와 비리에 대해 폭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KBS 이사 해임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하다 보니까 현 정부로서는 굉장히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 100일 넘게 파업을 해온 우리로서는 12월 내내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고 광화문 바닥에서 단식 농성과 릴레이 24시간 발언도 해나갔다. 갖은 어려움 끝에 감사원과 방통위를 거쳐 구여권 비리이사 한 명이 추가로 해임되면서 적폐사장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본적 토대가 마련됐다.

“승리 확신했지만 파업 장기화 위기감”

총파업 투쟁 기간 승리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있나? 파업 기간 중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을 꼽아보자면?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파업 100일 넘어가는 시점에서 매우 고통스러웠다. 조합원들의 희생이 너무 크지 않나 고민됐고 경제적 손실도 있지만 KBS 정상화를 시작할 수 있는 출발 시간이 너무 늦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괴로웠다. 특히 강규형 이사의 해임을 놓고 정부가 보인 지나친 신중함 속에서 정상화 단계가 한두 달 더 밀리고 올림픽 이후까지 끌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파업을 지속하면 급여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신규 조합원 가입이 어려워지는 것이 상식인데, 도리어 언론노조 KBS본부는 조합원 수가 크게 늘어 KBS내 최대 노조로 올라섰다.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KBS 안에는 두 개 큰 노조 있고 지향점이 분명히 다르다. 이번 파업은 어디가 진짜 노조인지, 어디가 현 시대적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노조인지 구성원들 안에서 심판을 받은 계기라고 본다. 파업 상황에서 꾸준히 우리 조합원이 늘고 다수노조가 되는 과정을 봤을 때 우리가 선택한 방법이나 지향점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받은 것이라 본다.

보수 야당이나 일부 보수 일간지들은 KBS와 MBC의 총파업과 그에 따른 경영진 교체가 현 정권이 기획한 시나리오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문재인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라는 주장인데 당사자로서 어떻게 바라보는가?

반박이나 논박할 가치도 없다. 사실 그렇게 주장을 하는 쪽은 가해자이자 언론자유를 망가뜨린 공범이다. 자기들이 길들여놓은 공영방송이 주인인 국민을 찾아서 가겠다는데 계속 목줄을 쥐고 싶어하는 것이다. 우리 싸움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독립의 대상은 자유한국당류의 정치세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민 신뢰 회복하고 미디어환경 변화 선도해야

이번 파업 승리를 통해 새로 만들어가야 할 KBS의 모습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적지 않다. 앞으로 새로운 노사가 KBS를 개혁하기 위해 완수해야 할 목표들을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첫째는 국민 신뢰 회복이다. 우리가 언론사임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언론 소비자인 국민과 시청자로 부터 신뢰받지 않고서는 제대로 설 수 없다. 신뢰를 얻기 위해 할 일은 내부의 적폐청산과 뉴스의 변화, 그리고 훌륭한 프로그램 제작이다.

둘째는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을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일이다. 이제 공영방송이 아니라 공영미디어다. 쉽게 얘기해 방송만 갖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없다. 우리 스스로 굉장히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은 뒤처져 있지만 다시 우리가 변화를 주도하는 그 정도까지 가지 않으면 공영 언론으로서 미래가 없다고 본다. 그 정도 각오를 갖고 우리 구성원들이 변화하겠다는 자세를 가지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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