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사태_인터뷰_파업은 ‘생존’ 위한 선택_전국언론노조YTN지부 박진수 지부장

이제 꽃길만 걸을 줄 알았다. 지난해 해직 기자들이 복직하고, YTN은 과거 언론 장악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짜 ‘살아있는 뉴스, 깨어있는 방송’으로 거듭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언론 정상화 막차에 몸을 싣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 파업의 현장 한복판에 서있는 박진수 노조위원장을 인터뷰했다.

선후배 공감대가 파업 원동력

이번 파업은 YTN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할까요?

한 마디로 생존이라고 생각합니다. YTN은 현재 경영·보도 할 것 없이 추락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 과정에서 보도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가치를 붕괴시켜 정권에 잘 보인 간부들이 득세하게 되고, 결국 보도국이 망가졌기 때문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간부로서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개혁과 혁신을 본인들에 대한 심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 발 빠르게 최남수라는 꼭두각시 사장을 데려온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공정방송 회복을 위해 구체제의 부역 간부,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구성원들의 간절한 소망이 드러났고, 더 나아가 지난 10년 동안 부적격한 사장 체제를 목도한 만큼 또 다시 그런 사장이 온다면 YTN의 생존도 멀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이번 파업의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참여도와 진행 상황을 평가한다면요?

이번 파업에서는 지난 2009년과 2012년 파업 때와 다른 새로운 얼굴의 참여가 대폭 늘었습니다. 더 다양한 직군에서 참여하고 있고 2008년 공정방송 투쟁을 경험하지 못한 YTN의 젊은 세대들이 대거 공정방송 요구 싸움에 전면으로 등장한 것이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10년 동안 부역 적폐 간부들의 잘못된 지시와 철학으로 인해 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직접 보고 느낀 구성원들의 좌절과 괴로움이 표출된 것입니다.

파업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YTN의 모습을 돌아보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과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 동안 YTN의 모습을 평가해 본다면요?

지난 10년 YTN은 보도의 경쟁력은 떨어졌고 기자들은 현장에서 ‘기레기’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구성원들이 어떻게든 고군분투하고 단독·특종 보도도 하려고 했지만 권력을 감시하거나 재벌이나 자본을 냉철하게 비판했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특히 소외된 약자를 위한 방송과 보도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고 구성원으로서 반성하는 입장입니다.

또 그동안 2008년 해직 사태를 겪은 구성원과 그 이후 구성원 간에 벽이 존재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해직 사태를 겪은 그룹은 ‘후배들이 공정방송을 고민하고 갈구하는가’ 하는 의구심을, 해직 사태를 겪지 않은 후배들은 ‘선배들이 말로만 공정방송을 외치는 것이 아닌가, 과연 그게 실현 가능한 얘기인가’ 의문을 갖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2008년 사태를 겪었던 이들은 발제와 토론을 거쳐 뉴스가 만들어지는, 상식이 통하던 시기를 경험했기에 YTN이 살아있는 뉴스를 했었고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이 있었던겁니다. 그런데 후배들은 입사 이래 줄곧 간부들 아래서 기레기 취급받으면서 한탄과 자조 섞인 한숨만 내뿜었던 거죠.

그런데 우리가 왜 이 지경이 됐나 돌아보는 과정에서 간부들의 문제가 드러났고 YTN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사장 선임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양쪽 세대 모두 공감하게 된 겁니다. 이번 파업을 통해 ‘YTN은 우리고, 우리가 곧 YTN’이라는 것이 공고해졌다고 할까요? 이렇게 두 세대가 이번 파업 과정에서 서로의 지향점이 같다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파업 기간 평창 동계올림픽을 포함해 YTN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파업 이후 뉴스는 안 하고 거의 올림픽 영상이나 북한의 방남 영상 을 무제한으로 쓰면서 검증되지 않은 패널들을 통해 정제되지 않은 내용을 무차별하게 쏟아내고 있습니다. 결국 국민에게 공적인 책무를 다해야 하는 뉴스 채널의 본령이 아니라 가십이나 저질 문답이 속출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 속상합니다.

사장 선임 과정의 구조적 변화 필요

이런 상황에서도 최남수 사장은 ‘본인은 노사가 공동 참여한 사추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임기 3년의 대표이사이다. 또 YTN 이사회의 의장이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최남수 씨가 사장추천위원회의 적법한 절차를 얘기하는데 사추위 구성과 진행 방식에 대한 노조의 제안은 10%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후보자들의 공개 프레젠테이션도 사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 사추위와 이사회 절차에서 부적격성에 대한 검증이 전혀 없었다면 공정한 과정이 아닙니다. 설령 사장 선임 절차에 우리가 동의한다 하더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도 법적인 절차를 통과한 대통령이었지만 부적격함이 드러나 탄핵당한 것 아닙니까?

또한 이렇게 부적격한 대표로 인해 언론사가 파업하고 올림픽 보도는 파행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사회가 최남수씨를 가만히 놔두는 것은 정상적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사장 선임 과정의 구조적인 문제는 없나요?

굉장히 많죠, YTN 이사회는 모두 7명으로 구성됩니다. 대주주 측 3명, 소액주주 대표, YTN 사측 몫과 YTN 사장, 상무가 포함돼 있습니다. 대주주 측의 이사진과 YTN 상무가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표결에 참여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현재 YTN 주요 간부진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최남수 씨가 신임 사장으로 정해졌다는 것이 저희의 판단입니다.

따라서 이사회에 구성원 몫의 이사진을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우리가 앞서 요구했던, 사장 후보자들의 공개 프레젠테이션과 투명한 면접 과정도 도입해야 합니다.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서 사추위와 이사회 개최는 요식행위밖에 안 됐으므로 재구성이 필요하고 구조적으로 변경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희 생각입니다.

최남수 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를 밟아 선임된 사장’이라 는 말도 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문재인 정부에서, 권력에 아부하고 재벌을 찬양하고 적폐를 비호하고 성희롱 트윗을 올리고 잘못된 역사관을 가진 부적격한 사장이 과연 선임돼야 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공영 언론사 사장이 권력과 자본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본령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문재인 정부를 자꾸 개입 시켜 자신이 곧 권력이라는 의미를 드러내는 행태라고 보고 있습니다.

‘공정방송’은 언론인의 중요한 근로조건

과거 정부가 장악했던 언론들 중 YTN만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번 파업이 그만큼 중요 한 상황인데,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나요?

우리가 파업을 하는 목적은 생존이며 근로조건의 개선입니다. 그 말은 ‘공정방송의 요구’를 말하는 것 입니다. ‘공정방송의 요구’는 이미 2012년에 언론노동자들의 중요한 근로 조건이라고 판시됐습니다. 이를 위해 최남수 씨는 부적격하다는 것이 저희 판단이고, 결국 최남수 씨와 부역 적폐들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파업을 접을 수 없습니다. 조속히 대주주나 방송을 관할하는 정부부처에서도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합니다.

최남수 사장이 사퇴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가요? 최남수 사퇴 이후 YTN에 주어질 과제는 무엇 이라고 보십니까?

보도국 독립도 사장이 가진 가치와 비전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최남수 씨가 사퇴하더라도 그 이후 의 사장 선임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공정방송 요구를 표출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제2의, 제3의 최남수 가 나올 것이며 보도국 독립도 요원할 것입니다. 최남수 씨 사퇴 이후에는 정말 좋은 사장이 와서 YTN 을 혁신하고, 보도국 독립도 보도국장 임면 동의 절차에 따라 조속히 이뤄져야 합니다. 또 구성원들은 지난 10년간의 YTN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심도 있게 논의함으로써 YTN이 선순환할 수 있는 중요한 기점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Posted in 2018년 3.4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방송기자가 만난 방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