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회 기획보도부문_다스 140억 송금사건 추적보도_

우보천리의 마음으로

 

우보천리,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뜻이다. 이는 BBK 주가조작의 피해자인 옵셔널캐피탈 사무실에 걸려 있는 사자성어다. 이곳의 투자자들은 투자금 370여억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그중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김경준 BBK투자자문 대표는 옵셔널캐피탈 대신 주식회사 다스에 140억 원을 돌려줬다.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17년이 지났고, 피해자들의 투자금 반환 소송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 우보천리의 뜻을 새기며 취재를 시작했다. BBK 주가조작 피해자들은 ‘다스는 누구 것이냐’라는 국민적 의혹에 가려져 있었다. 다스 140억 송금 과정을 차근차근 파헤친다면 피해자들의 피해를 보상받을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 ‘다스는 누구 것이냐’라는 물음에도 자연스럽게 답이 나올 거라고 판단했다.

 

수십억 다스 소송 비용 누가 냈을까?

 

취재팀은 먼저 다스 140억 송금사건의 소송 기록을 입수했다. 너무 많았고, 복잡하고 어려웠다. 이를 정리하고 번역하는 것은 고된 작업이었다. 옵셔널캐피탈의 미국 소송을 맡고 있는 메리리 변호사의 도움이 컸다.

 

동시에 내부고발자들을 만났다. 다스의 핵심 관계자인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 김종백 전 다스 비서감사실 대리와 접촉했다. 이들을 통해 다스 140억 송금에 연관된 서류와 메일들을 검토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다스가 미국과 스위스에서 발생한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10년이 넘는 소송 기간과 소송에 참여한 미국 로펌 변호사들의 면면을 보면 비용이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다스 내부 서류에서 2009년부터 다스의 소송을 맡은 에이킨 검프가 소송비용을 받지 않은 정황과 에이킨 검프의 김석한 변호사가 삼성의 미국 로비 대행을 맡았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가 끝날 무렵, 검찰발 기사가 법조계를 뒤흔들었다. 삼성이 다스 소송비용을 대납했다는 혐의를 검찰이 포착했다는 것이다. 이제 사건은 삼성이 30여억원을 대신 냈고, 그 대가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사면을 받았다는 뇌물 혐의로 확장됐다. 우리의 가설이 옳았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번 사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다스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냈다. 사인 간의 투자금 회수 과정에 국가기관인 청와대가 개입했고, 다스는 반칙과 편법으로 140억 원을 돌려받았다. 반면 소액 투자자들의 피해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140억 송금과정에 국가 기관이 개입한 사실이 최종 확인된다면, 다스가 받은 140억을 BBK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검찰 진술과 다스 내부 서류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검찰 수사는 진행 중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환은 초읽기 단계다. 아직 갈 길이 멀다. BBK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되돌려 받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장용훈 옵셔널캐피탈 대표와 메리리 변호사, 그리고 다스의 내부고발자로 나선 채동영, 김종백 씨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Posted in 이달의 방송기자상,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작 취재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