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2017한국방송기자대상 뉴스부문_세월호 침몰 순간의 목격자, 블랙박스_뉴스타파 김성수 기자

세월호는 왜 쓰러졌나”…음모론과 사실판단 사이에서

지난해 3월 22일 동거차도 정상에서 초조하게 밤을 새웠다. 3년 간 바다 밑에 잠겨 있던 세월호 떠오르고 있었다. 새벽녘이 되자 우현 스태빌라이저가 드러났다. 동이 트자 선체가 육안으로 확인됐다. ‘이제 됐구나’하는 안도감과 함께 두 가지 절실한 바람을 품었다. ‘미수습자 9명의 유해가 모두 남아 있기를’, 그리고 ‘화물칸 차량 블랙박스와 탑승자들의 휴대전화 메모리들이 반드시 복구되기를’. 전자는 세월호 인양의 핵심 이유였고, 후자는 누구도 목격한 적 없는 세월호 침몰 순간의 모습을 담은 유일한 증거물이기 때문이었다.

미수습자 4명의 귀환과 블랙박스 4대의 복구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거치된 뒤 지난한 수색작업이 진행됐다. 4명의 미수습자 유해가 수습됐고, 5명의 흔적은 아직 찾지 못했다. 그 사이 승객과 선원들의 휴대전화 200여 대와 화물칸 차량 블랙박스 수십 대도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는 이 디지털 기기들의 복원을 위한 사업자 선정은커녕, 부식 방지를 위한 보존책조차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목포신항 유가족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넉 달 뒤인 8월 초 목포신항에서 복수의 선조위 관계자들로부터 화물칸 차량 블랙박스 파일이 일부 복구됐음을 확인했다. 여러 경로를 타진해 8월 말에야 간신히 영상을 ‘열람’할 기회를 얻었다. 지난 3년간 세월호 취재 과정에서 축적한 각종 자료들을 들고 가 영상을 분석했다. 외부충격 여부, 추정만 가능했던 초기 횡경사 각도, 표류 중 급격한 침수의 원인 등을 추론할 수 있는 강력한 팩트들이 담겨 있었다. 파일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국회의 자료제출권을 활용했다. 이렇게 블랙박스 복원 사실을 파악해 보도하기까지 한 달 이상이 걸렸다.

 

비합리적 침몰 가설들의 책임자는 박근혜 정권과 기성 언론

 

보도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지만 반응은 엇갈렸다. 치밀한 분석으로 기존의 비합리적 음모론들을 일거에 해소했다는 호평도 있었지만, 박근혜 정부 국가기관들이 밝힌 침몰 원인을 정당화시키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세월호는 어떤 거대한 음모에 의해 침몰했다는 대중적 확신은 생각보다 광범위하고도 확고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을 야기한 1차 책임자는 당연히 박근혜 정권이다. 세월호 정국을 조기 종식하려는 정권의 바람을 받든 검찰은 불과 6개월 만에 수사 결과를 내놨다. 철저한 조사를 위해선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뉴스타파는 2016년 초, 세월호에 실린 철근과 H빔 중량만 검찰 수사 결과보다 140톤 이상 많았고 화물들의 중량과 배치도 오류 투성이었음을 실제로 확인해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부실한 1차 데이터를 대입해 침몰 원인을 조사했으니 결론에 관계없이 신뢰를 얻는 건 불가능했다.

 

언론들의 책임도 적지 않았다. 최근 속속 밝혀지고 있듯, 참사 당시 정권에 심각하게 순치됐던 언론들은 세월호와 관련된 취재 자체에 소극적이었다. 침몰 원인에 대한 자체적인 분석 취재도, 검찰 수사에 대한 검증 취재도 시도하려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일부 팟캐스트를 중심으로 지그재그 운항, 닻 투하, 잠수함 충돌 등 비합리적 가설들이 범람하게 됐던 것이다.

 

참사의 본질 외면했던 언론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본 보도 이후 화물칸 차량 블랙박스 몇 대가 추가 복구돼 현재 선조위의 종합분석이 진행 중이다. 바뀐 정부의 선조위인 만큼 최선의 조사를 벌이겠지만 언론들은 이 결과에 대해서도 검증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치열한 검증 보도를 거친 결론만이 침몰 원인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얻을 수 있으며, 그런 뒤에야 구조 과정에서의 무능과 미필적 고의에 대한 2기 특조위의 재조사도 합리적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이것이 수년간 참사의 본질에 무심해왔던 언론들이 희생자 가족들의 참혹했던 한 세월을 매듭 짓는 과정에서 기여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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