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2017한국방송기자대상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다치고 짤리고 돈 못 받아도.. 산업기능요원의 눈물_kbc광주방송 이형길 기자

“그래서 무엇이 바뀌었을까?“

 

한 청년을 만났습니다. 서너 평 남짓 원룸에 사는 앳된 얼굴 청년은 갈 곳이 없다 했습니다.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려고 생전 처음 온 광주에 터를 잡았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출근하지 말라고 했다는 겁니다. 억울하다 했습니다. 회사에서 짤려 억울했고, 노동청에 신고했다는 오해를 사고 있어 억울하다 했습니다. 당황스럽다고 했습니다. 출근하지 말라 소리치던 상사에게 오해라도 풀려고 다음날 일찍 출근했지만, 그냥 나가라는 차가운 말에 어떻게 할지 몰라 당황스럽다고 했습니다.

 

처음 만난 건 취재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아는 노무사라도 소개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간 자리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산업기능요원의 실태를 들었습니다. 유명 인사 자제나 연예인들이 병역 회피 수단으로만 알았던 산업기능요원들이, 사실은 사람 대접도 못받고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정말 그렇게 처참한 실태인지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산업기능요원을 위한 인터넷 카페에 제보 요청 글을 올리고 지역 노동센터를 돌아다니며 사례를 수집했습니다. 심각했습니다. 회사 경영진은 산업기능요원을 노동자로 보지 않았습니다. “군대 가면 더 힘든 일을 해야 돼” “여기가 편한 줄 알어” 욕설과 하대, 인간답지 않은 대우에 항의할 수 없었습니다. 항의하면 짤리고, 짤리면 생업을 잃고 군대로 가야했기 때문입니다. 다쳐도 보상을 요구할 수 없었습니다. 아파도 쉰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첫 보도가 나가고 전국 곳곳에서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보도 뒤, 부당 해고 됐던 산업기능요원은 회사에서 다시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잘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회사는 능력에 맞지 않는 일을 시키고 질책하고, 매일 경위서를 쓰라고 시켰습니다. 왕따와 괴롭힘에 복직을 하고 정신병원에까지 가야했습니다. 사안을 심각하게 살펴보겠다던 병무청과 노동청은 보도가 끝나자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해야 했지만, 기사가 아닌 민원인으로 각 기관을 찾아가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결국 그 산업기능요원은 병무청의 배려로 다른 업체로 이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이직이 되는 경우는 여전히 전국 산업기능요원 중 0.1%도 되지 않습니다.

 

지난 연말 다시 산업기능요원 실태를 보도했습니다. 제도는 바뀌었습니다. 1:1 면담이 신설돼 근무 여건을 듣고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습니다. 매년 설문조사도 진행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산업기능요원도 있었습니다. 많았습니다.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엿보였습니다. 여전히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또 기사를 썼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약자의 목소리가 묻히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관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닌, 기자 생활을 하는 내내 정성껏 취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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