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회 기획보도부문_환경미화원 그들은 왜 죽음으로 내몰렸나 _SBS 강청완 기자

쓰레기 더미에서 길을 찾다

 

  • <환경미화원, 그들은 왜 죽어야만 했나>

 

새벽 공기는 차가웠고, 거리는 더러웠다. 정신없이 ‘쓰레기차’를 쫓아다녔다. 금세 온 몸이 땀으로 젖었다. 미화원들이 집어던지는 쓰레기봉투를, ‘쓰레기차’가 게걸스레 집어삼켰다. 그때였다. 압축기가 집어삼키던 쓰레기봉투가 ‘팍’하고 터졌다. 피할 틈도 없이 걸쭉하고 누런 액체가 온 몸을 뒤덮었다. “아…나..”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무너지는 멘탈을, 미화원 아저씨의 무심한 한마디가 움켜잡았다. “하루에 네댓 번은 뒤집어쓰지라.”

취재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잇따른 환경미화원들의 사망 사고였다. 새 부서로 발령받은 첫날, 출근 5분 만에 출장 지시를 받고 사고가 났던 광주로 향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정도로 진동하는 쓰레기 냄새를 맡으며 사고 당시 CCTV를 구하고, 하루 종일 쓰레기차를 쫓아다녔다. 늘 그렇듯이, 현장에는 답이 있다. 옆에서 지켜본 환경미화원들의 작업 실태는 상상 이상이었다.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고, 상상 이상으로 위험했다. 당초 서너 꼭지 정도로 기획했던 리포트가 취재를 하며 8꼭지까지 불어났다. ‘환경미화원 사고를 줄인다’는 대전제 아래 힘들고 열악한 현장, 사고의 원인 뿐 아니라 작업 시간대와 기계적 결함, 수의계약 시스템의 문제와 입법 미비까지 구조적 원인을 꼼꼼히 짚으려고 노력했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고 선배, 데스크와의 호흡도 만족스러웠다.

 

보도 이후 행정안전부 장관이 현장을 찾았고, 약 한 달여 만에 정부 대책이 나왔다. 대책에는 영상장비와 안전장치 같은 기계적 부분 뿐 아니라 위험한 야간작업 철폐, 과도한 쓰레기봉투 중량과 열악한 처우 개선 등 보도에서 지적한 내용이 대부분 반영됐다. “제대로 시행된다면”이라는 전제 아래, 취재 과정에서 도움을 주던 미화원 분들도 대부분 만족스러워했다. 물론 이 모든 게 우리 기사 때문이라고만 생각지 않는다. 다른 매체 수많은 동료 선후배 기자들의 보도와 각자의 영역에서 노력한 정부와 국회, 시민단체 관계자, 무엇보다 전폭적인 도움을 주신 환경미화원 분들이 있어서 의미 있는 보도가 가능했다.

 

대한민국의 쓰레기 수거 환경미화원은 약 3만 여명, 이 분들이 지금도 5천만 국민이 버리는 쓰레기를 모두 치운다. 하루라도 없으면 그 빈자리가 어떨지는 가늠조차 잘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미화원의 처우는 그동안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들이 철저히 사회적 약자였기 때문이다. 바로 직전 출입처는 국회였다. 상대적으로 힘 있는 이들의 목소리는 굳이 그들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취재하고 보도하곤 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알려지고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너무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너무도 다른 현장, 너무도 다른 이들의 열악한 현실을 직접 취재하며 7년차 기자로서 많은 것을 반성했고 많은 것을 배웠다. 왜 나는, 우리는 기자가 됐나? 라는 물음이 들 때마다 온몸을 뒤덮었던 쓰레기국물을 생각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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