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 _진안 가위 박물관 유물구입 의혹_JTV 하원호 기자

마이산에 가위박물관이라니…

구글링에 딱 걸린 인터넷 유물 쇼핑

 

마이산에 ‘가위박물관’이라니…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사람이 많았다. 취재를 시작한 것도 이런 의문 때문이었다. 진안군은 가위수집가로 알려진 이모 씨의 가위 113점을 4억 4천만 원에 구입했다. 감정기관의 감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가위를 팔고 박물관장 자리에 앉았다. 냄새가 났지만 절차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취재를 접어야 할까 망설이던 순간 ‘빙고’. 수십년간 해외를 돌며 모았다던 진귀한 가위들이 사실은 인터넷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판매됐을 줄이야.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매달린 구글링의 성과였다. 더 단단한 팩트가 필요했다. 영국의 판매자에게 이메일을 보냈지만 고객 정보라며 입을 열지 않았다. 간곡한 설득 끝에 ‘가위박물관을 만든다는 한국인 남자’에게 가위를 팔았다는 답을 얻었다. 영국의 왕 ‘조지 4세’가 썼다는 가위는 진품인지 조차 불투명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가윗값도 턱없이 부풀렸다. 인터넷 쇼핑으로 수십, 수백만 원에 산 가위를 진안군에는 수 백, 수 천 만 원에 팔았다. 확실한 물증을 손에 쥐고 전방위적인 취재를 시작했다. 감정평가도 짜맞추기 식으로 이뤄졌다. 두 개의 감정기관이 내놓은 가위 113점의 감정가가 10원 한 장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분야의 전문가는 ‘로또’ 수준의 확률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운영도 엉터리였다. 진안군에 가위를 판 이씨는 가위박물관의 운영권까지 챙겼다. 자신은 박물관장을 맡고, 친여동생에게 부관장 자리를 맡겼다. 강원도에 사는 이씨는 거의 출근하지 않았지만 월 350만 원씩 급여를 받아갔다. 진안군이 지원한 박물관 운영비 대부분이 이들 남매의 인건비로 지출됐다는 사실 역시 전주방송 취재로 드러났다. 가위박물관 뿐만 아니라 이항로 진안군수의 공약사업인 양서류생태체험장 조성, 부귀산 천문대 건립도 모두 이씨의 제안에서 시작됐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세입 예산으로 공무원 월급조차 주지 못하는 열악한 자치단체가 각각 100억 원이 넘는 사업 두 개를 동시에 진행한 셈이다. 이씨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른바 자문을 도맡으며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군정에 관여할 아무런 직책도 없었지만 진안군 공무원들은 군수와 친분이 있는 이씨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었다. 진안군의 상당 수 공무원들이 전주방송의 보도를 반긴 이유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보도를 통해 드러나자 성난 군민들은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진안군은 뒤늦게 박물관 운영권을 박탈했다. 진안군수는 친분이 있던 이씨의 말만 듣고 수십억 예산을 들여 가위박물관을 지었다. 물론 타당성 조사도 했다. 하지만 ‘타당성 조사 보고서’는 진짜 ‘타당성’을 따지지 않는다. 허망한 숫자놀음으로 장단을 맞춘다. 결국 운영비조차 댈 수 없어 결국 세금을 쏟아 붓는다. 이런 악순환이 무한 반복된다. 이런 곳이 진안 가위박물관 뿐일까.

 

이번 기사는 전주방송 심층취재팀의 첫 작품이다. 가뜩이나 일머리 부족한 나를 채근하지 않고 지켜봐주신 국장님, 묵묵히 데일리 아이템을 채워준 JTV 보도국 식구들 덕분에 시간을 갖고 꼼꼼히 취재할 수 있었다. 이 상의 진짜 주인은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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