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_한탕에 올인…비트코인에 빠진 대한민국_SBS CNBC 전혜원 기자

2017년 비트코인이 대한민국을 달궜다
대학생과 직장인, 한국의 강남아줌마부터 중학생 등 미성년자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비트코인에 뛰어들고 있다. 부득이하게 지하철을 타는 중에 휴대전화로 비트코인을 취재하고 있으면 등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정도로 비트코인은 지금 말 그대로 ‘뜨겁다’.
2016년 4월까지만 해도 ‘0’에 가까웠던 국내 비트코인 거래량은 1년 만에 급증해 전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에 “비트코인 핵폭탄이 떨어졌다.”라고 표현했다. 한국에서 비트코인 매매량이 단기간에 증가한 탓에 국내에서 거래소를 통해 매매되는 비트코인에 한때 다른 나라 통화대비 최대 30%라는 일명 ‘김치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암호화폐 시장이 중국 본토증시와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비중이 낮은 개인 거래가 90% 수준으로 높기 때문이다. 한번 무너지면 속절없는 극히 불안정한 시장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한국에서 이렇게 비트코인 열기가 뜨거운 걸까?
이군희 서강대 경영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가 저 성장시대에 접어들면서 투자할 곳이 없는 상태에서 비트코인 투자가 자주 오지 않는 일생일대의 투자 기회로 인식됐다.”라고 설명했다. “1970년 이후 부동산을 이용한 졸부가 등장하면서 부에 대한 양극화가 심해지자 열심히 노력하기보다는 한탕주의 투기성향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익명으로 거래할 수 있어 세금이 부과되지 않았다는 점도 단기 차익을 노리고자 한 투자자들이 몰리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수백만 원, 더 적게는 몇만 원으로도 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 가상계좌를 개설에서 실제 거래까지 단 10분이면 가능하다는 점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빗썸의 광고처럼 개인이 비트코인을 구매하기는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 먹는 것만큼 누워서 떡 먹기다.

비트코인, 화폐로서 가치 얼마나?
비트코인은 2008년 9월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실물자산의 대안으로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사람이 만들었다. 미국정부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달러를 풀자 실물자산의 가치가 떨어졌는데, 발행량을 제한해서 화폐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화폐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발명한 것이 비트코인이다. 전체 발행량이 2,100만 개라는 이유 때문에 희소성이 생겨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여전히 화폐로서의 가치를 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인천의 한 빵집, 이태원의 어느 클럽에서도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을 받는 곳이 생겨나고 있지만 종업원들에게 “비트코인으로 결제하겠다.”라고 하면 우왕좌왕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 시간 만에 1 비트코인 가격이 500만 원 이상 오르내리기도 하면서 화폐의 기능인 ‘가치의 척도’나 ‘가치의 저장’으로서의 역할도 아직은 불안정하다.

비트코인 내년에 ‘오른다’ vs ‘떨어진다’
그럼에도,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비트코인 2018년 1억 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한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의 주장은 ‘수요가 있으면 가격은 오른다.’라고 압축된다. 가장 큰 이유는 비트코인의 제도권 편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시카고옵션거래소가 비트코인 선물거래 서비스를 시작했고, 그에 발맞춰 나스닥은 비트코인 파생상품 거래, 뉴욕증권거래소는 비트코인 ETF 상장을 신청했다. 암호화폐 업계 전문가들은 기관투자자들의 유입이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 이후 제도권의 편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 ‘광풍’ 잠잠해질 수 있을까?
정부의 ‘비트코인 실명거래’ 대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먼저 긍정적인 전망은 실명제로 인해 가상화폐 거래가 보다 투명하게 이뤄지고, 투기성 거래를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반면 과도한 규제가 투자 위축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공동대표는 “거래소 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규제는 중국처럼 가상화폐 사행화를 부추길 수 있다.”라고 봤다.
비트코인이 상용화된다면 그 여파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국가의 붕괴를 예측하는 비관론자들도 있다. 암호화폐 상용화는 시장경제와 회계역사의 ABC를 다시 쓰는 것과 같을 것이다. 100년 후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투기 양상이 실물경제로 번지는 상황까지 맞는다면 과세를 넘어서 더 적극적인 규제와 실행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Posted in 2018년 1.2월 호, 격월간 방송기자, 현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