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저널리즘 혁신의 길 ⑥_혁신 트렌드_회의적인 수용자의 등장과 2018년의 과제_이성규 메디아티 미디어테크랩장

수용자의 변화는 조용하다. 기술만큼 속도가 빠르지도, 요란스럽지도 않다. 흐름이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변화가 문화로 자리를 잡으면 강력한 위력을 지닌 채 장기간 지속된다. 알아차리긴 어렵지만 그것이 가져올 결과는 기술 변화 그 이상이다.
대다수 기자들은 기술 환경의 변동에 둔감하다. 시시각각 등장하는 새로운 테크놀로지 앞에 무력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잦아졌지만 이내 안도감으로 회귀한다. 정보와 스토리가 지닌 콘텐츠의 힘이 기술의 힘을 압도할 수 있었기에 그렇다. 기술은 의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활용의 대상이기에 기술로 인한 공포감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더 나은 기술은 더 쉽게 기자들에게 다가와 적응을 돕는다. 기술의 속성은 채택됨으로써 가치가 생기기 때문에 결합을 향한 발걸음에 적극적이다.

기술보다 수용자 변화에 더 둔감한 기자
수용자는 다르다. 수용자는 기자들에게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 그들은 방관하고 관조한다. 선택하고 결정할 뿐이다. 없는 듯 보이지만 존재감은 크다. 기자들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까닭은 변화하는 수용자의 존재를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용자에 비하면 기술은 부차적이다. 기술을 받아들이는 주체도 이를 배척하는 장본인도 실은 수용자다. 침묵하는 수용자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사이, 저널리즘의 위기는 가중되고 배가된다.
2017년은 페이크 뉴스가 저널리즘 담론을 지배한 해였다. 의도된 거짓정보(disinformation)가 소셜 미디어라는 기술적 플랫폼의 네트워크를 넘나들며 여론을 조작하고 기만했다. 그 결과 정보 생산자뿐 아니라 이를 유통하는 기술에 대한 신뢰도 추락했다. 인공지능이 정보 필터링의 해결사라는 신화는 벌써부터 흔들리고 있다1).
이제 저널리즘이 가야 할 방향은 분명해졌다. 붕괴한 지점에서 신뢰를 다시 세우는 것이다. 전통 언론부터 뉴미디어에 이르기까지 2018년을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 고품질 저널리즘에 투자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연유다. 기자들이 관찰해야 할 것은 이들 미디어들의 전략 동향이 아니라 그들이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꾼 원인이다. 그 한 가지는 수용자들의 인식 변화다. 문화적 태도의 전환이다. 수용자들은 뉴스도 신뢰하지 않지만 페이스북이 뿌려대는 정보의 배열 방식도 믿지 않는다2). 네이버의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배치한 뉴스의 나열에도 기대를 걸지 않는다. 뉴스를 비롯한 정보에 대한 불신이 기술에 대한 회의감으로 점차 번져가는 중이다. 페이크 뉴스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책임을 언론사에만 뒤집어씌우지 않는다. 재매개 주체에 대한 날선 비판을 이어가며 수용자들은 그들의 달라진 태도와 의지를 알리고 있다.
수용자들은 언론사를 포함한 정보 매개자들이 어떻게 대중을 속이는지 맥락을 이해하고 있다. 그들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서 정보와 뉴스, 콘텐츠를 직접 창작하면서 습득한 경험을 통해 기만의 코드를 확인한다. 콘텐츠 제작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조작하고 내용을 구성할 때 기만의 텍스트가 생산될 수 있는지 인지하고 있다. 이런 수용자들을 과거와 같은 극장식 담론형 커뮤니케이션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온갖 인터렉티브 기술로 스토리를 포장한다더라도 수용자들은 그 속에서 조작의 코드를 읽어낼 수 있다.

해석적 항체의 형성과 언론의 불신 구조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보치코프스키 교수는 ‘해석적 항체’(interpretive antibodies)3)라는 개념으로 이 현상을 설명했다. 페이크 뉴스라는 바이러스가 불러낸 이 항체는 수용자의 의식구조에 탑재돼 독해의 태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해석적 항체의 탄생은 기술이 정보 생산과 유통에 미친 영향만큼이나 근본적일 뿐 아니라, 수용자 감각형성(sensemaking)의 문화적 토대를 구성하기 때문에 더 지속적이라고 했다. 해석적 항체가 구축한 면역체계가 오보와 거짓정보에만 작동하게 될지, 언론사가 생산한 모든 정보에 반응하게 될지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국내에선 거의 모든 정보 생산자에 대해 이러한 항체의 공격적 반응이 개시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2018년, 저널리즘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는 두 가지 과제가 저널리스트들에게 주어졌다. 그 한 가지는 수용자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수용자의 해석적 항체를 고려하는 것이다. 전자가 수용자들에게 도달하는 전략이라면, 후자는 수용자와 교감하기 위한 조건이다. 기술만큼이나 수용자의 변화에 둔감했던 저널리스트들에겐 무겁고 불편한 숙제들이다. 엘리트적 인식의 관성을 내려놓지 않는 한, 두 과제를 해결하기란 요원하다. 2018년은 해석적 항체를 지닌 회의적인 수용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이 우위에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힘의 균형은 점차적으로 변화해왔고 수용자는 더 많은 통제력을 갖게 됐다”4)는 버즈피드 조나 페레티 CEO의 비평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1) https://www.theguardian.com/technology/2017/dec/11/facebook-former-executive-ripping-society-apart
2) https://www.theverge.com/2017/10/27/16552620/facebook-trust-survey-usage-popularity-fake-news
3) http://www.niemanlab.org/2017/12/the-rise-of-skeptical-reading/
4) https://www.buzzfeed.com/jonah/9-boxes?utm_term=.hxEnQ5aWk#.xbrZ1jOkq

Posted in 2018년 1.2월 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집_저널리즘 혁신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