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엿새 내내 나포 몰랐던 해경_YTN강릉 송세혁 기자

 

“9월 27일 오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흥진호의 송환 계획을 보도하기 전까지 해경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흥진호 나포 사실을 알고는 있었을까?” 취재는 아주 기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했습니다.

 

북한이 흥진호 송환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모든 언론은 이를 앞다퉈 보도하며 남북관계 개선의 청신호로 해석하기에 바빴습니다. 하지만 홍진호가 어떻게 나포가 됐는지, 나포된 상황을 정부는 알고 있었는지, 북측에 나포 억류된 엿새 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등 나포 전후의 상황을 둘러싼 의문점에 대해 보도하는 언론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흥진호가 나포 엿새 만에 동해 NLL,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우리 측으로 인계돼 속초항으로 이동 중인 27일 밤, 보도국 한 선배의 조언대로 해경 관계자들을 상대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해경 관계자들은 통일부에서 주관하고 있다며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평소 유대 관계를 맺고 있던 한 해경 관계자가 놀라운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해경은 북한이 송환 계획을 발표하기 전까지 지난 엿새 동안 흥진호 나포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을까.

 

선원 10명이 탄 흥진호가 나포된 뒤 21시간 뒤인 21일 밤 10시 31분 해경은 포항어업정보통신국으로부터 흥진호가 실종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습니다. 해경은 다음 날 이런 사실을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국가정보원, 해군, 해양수산부 등 관련 기관에 통보했습니다. 그러나 흥진호 선주 측은 해경에 “22일 아침 독도 북방에서 조업 중이고 안전에 이상이 없다”며 “평소 먼바다에서는 통신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거짓 통보를 했습니다. 어선이 육지로부터 200km 이상 먼바다로 나가게 되면 어선에 장착한 위치발신장치가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을 노린 겁니다. 해경은 선주 측의 이런 거짓 통보에 속아 흥진호가 북에 나포됐을 가능성을 처음부터 사실상 배제했습니다. 결국, 어디에선가 불법으로 조업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해경은 초기 수색도 실시하지 않았다고 실토했습니다.

 

해경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 기관들의 대응도 무능했습니다. 국정감사 결과 청와대와 총리실을 비롯해 관련 부처인 국방부와 해양수산부, 국정원 등도 북한이 발표하기 전까지 흥진호 나포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흥진호의 실종 6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가 자국민 보호에 얼마나 무능했는지, 우리 해상 관리와 대북 정보망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여실히 보여준 시간이었습니다.

 

보도 이후 정부는 뒤늦게 원거리 조업 어선을 대상으로 발신 거리 제한이 없는 위성 기반 위치발신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사후 대책이 잘 추진되는지, 또 원거리 어선의 돌발 상황에 대한 정부의 대응 시스템은 제대로 보완이 됐는지 등을 계속 감시하고 추적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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