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식 기자의 건강 이야기_감기 바이러스는 ‘눈코입’을 좋아해_KBS 박광식 의학전문기자 (사회1부)

 

해마다 감기를 꼭 한번 앓고 갔던 나로선 이맘때 가장 취약하다. 침을 삼키는 게 살짝 불편하거나 머리가 살짝 아프면 백발백중 감기다. 가벼운 열이 나기만 해도 몸은 왜 이렇게 힘든지 정말 힘없고 가냘픈 존재다. 약도 소용없다. 시간이 지나야 낫는 병. 일주일은 죽었구나 생각하며 버틴다. 감기는 내게 시간을 뺏는다. 꾸준히 해오던 운동도 감기 앞에선 맥을 못 춘다. 이렇게 생활리듬이 깨지면 다시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감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적고 보니 감기에 대한 투정이 길었다.

‘눈코입’ 구멍을 지켜라!
알다시피 감기의 주요 원인은 바이러스다. 치료는 증상을 약하게 해주는 대증요법이 전부다.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은 없다. 어쩔 수 없이 바이러스가 내 몸을 괴롭히고 조용히 나갈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않도록 사전에 막아내는 게 중요하다. 인간이 갖고 있는 1차 방어막은 바로 피부다. 웬만해선 바이러스가 피부장벽을 뚫기가 어렵다. 그만큼 피부는 아주 센 방호막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감기 바이러스에 속절없이 당하는 건 피부 거죽이 감싸지 못한 구멍들 때문이다. 눈, 코, 입 ‘구멍’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들 공통점은 구멍 안쪽으로 들어가면 피부거죽 대신 끈적끈적하거나 물기가 많은 점막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여기에 바이러스 수십 마리가 안착하기만 해도 수백만, 수천만 마리로 증식하는 건 시간문제다. 바이러스가 아주 살기 좋은 환경인 셈이다.
바이러스가 사람 ‘구멍’에 들어오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공기를 타고 바로 들어오거나 ‘손’ 같은 직접 접촉을 통해서다. 이것의 전제는 일단 바이러스가 내 몸 어딘가에 묻어야 한다. 반가운 사람과 악수를 한다든가, 음식을 손으로 건네주는 행위 등을 통해 바이러스는 얼마든지 옮겨질 수 있다. 또, 좁은 실내에서 함께 오래 있는 것도 호흡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해질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은 자신도 모르게 바이러스를 접촉할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내가 일상에서 경계하는 곳은 엘리베이터다. 밀폐된 공간에 사람들로 빼곡히 차있는데, 누군가 기침이라도 계속하면 영 찜찜하다. 이뿐만 아니라 내려야 할 층의 버튼을 손가락으로 누른 뒤 난 매번 후회한다. 수많은 사람이 누른 지문들을 보며 얼마나 많은 세균과 바이러스가 점착돼있을까? 그중에 감기환자라도 있었다면? 팔꿈치나 핸드폰 모서리로 누를걸 아차! 싶다. 내가 볼 때 손이나 우리 몸에 바이러스가 묻는 걸 막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집에만 있고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택시 손잡이나 공용화장실 문고리 등 모두 마찬가지다. 손을 안 쓸 방법이 없다. 매번 위생장갑을 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간당 3~4회, 손으로 얼굴 만져
어느 길목을 차단해야 효과적일까? 가장 핵심은 내 손이 내 ‘눈코입’ 구멍을 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손에 바이러스가 아무리 많이 묻어도 피부 거죽에 있기만 하면 내 건강을 위협하지 못하지만, 문제는 손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 번 무심결에 콧구멍을 파거나, 눈을 비비거나 입에 손가락을 가져갈 때 바이러스는 ‘이때다!’ 하며 침투한다. 한마디로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다.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하루 내 손이 무얼 만지고 구멍을 얼마나 비비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손에 형광 물감을 바른 뒤 하루 동안 어디에 얼마나 많이 묻혔는지 살펴보면 깜짝 놀라리라. 실제로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한 시간에 평균 3.6회 손으로 얼굴을 만진다고 한다. 스스로 균을 접종시키는 셈이다. 인사이트가 생기면 이런 습관을 바꿀 수 있다.

손만 잘 씻어도 예방 가능
그런데도 손으로 ‘구멍’을 만질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도 있다. 더러운 손을 피할 수 없다면 그 손이라도 깨끗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질병관리본부 CDC는 손씻기를 ‘셀프백신’으로 언급한다. 감기는 물론이고, 감염병의 최대 70%는 손 씻기로 예방이 가능하다. 특히 눈, 코, 입에 손을 자주 가져가는 사람은 손을 더 자주 씻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질병관리본부 조사에서 공중화장실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제 관찰해본 결과,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후 10명 중 3명은 손을 씻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손을 씻은 사람 중에서도 비누를 사용한 사람은 고작 3분의 1에 불과했다. 비누를 쓰지 않고 물만 묻히면 피부 표면에 부착된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어렵다. 또, 공용화장실에 고체비누와 액체비누가 있다면 물비누를 사용하는 게 좋다. 고체비누는 여러 사람들이 비비기 때문에 오염원이 더러 남아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마무리는 손 씻기다. 30초 동안 손을 깨끗하게 씻을 경우 손에 묻은 6만 마리의 균이 제거된다고 한다. 30초의 기적이라 불리는 이유다. 면역력에 좋다는 음식, 영양제를 애써 찾는 노력보다 손으로 눈코입 구멍 만지지 않고 잘 씻는 습관 하나가 훨씬 더 유용함은 두말할 것 없다. 이제 나도 글 쓰느라 키보드를 만졌으니 손 씻으러 가야겠다.

Posted in 2017년 11.12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기자의 건강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