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회 소식_ 저널리즘 아카데미 팩트체크 과정 해외 연수기-팩트체크로 ‘가짜뉴스’ 잡는다_G1 백행원 기자 (보도국)

 

2017 저널리즘 아카데미 ‘팩트체크 과정’이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22일까지 진행됐다. 선발된 교육생 10명은 8월 30일부터 9월 1일, 9월 13일 총 사흘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팩트체크에 유용한 사이트와 툴 등 페이크 뉴스의 유포 및 메커니즘을 살펴보고 팩트체크 검증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이후 9월 14일부터 22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미디어 비평 전문 언론 클레미(CLEMI), 미디어교육 전문기관 프랑스 텔레지옹, CSA(방송위원회) 등을 방문해 팩트체크 방법과 해외 팩트체크 사례 분석 등 현황을 파악했다. _편집자주

 

우리나라에선 지난해부터 여러 언론들이 자체 코너를 만들면서 팩트체킹이 유행처럼 돌고 있지만 팩트체크의 시작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90년대 초 미국에서 정치인의 허위 과장 캠페인에 휘둘리고 있다는 언론의 반성에서 시작됐다고 하는데, CNN의 정치광고 비평이 팩트체크 포맷의 시작이다. 팩트체킹의 정의는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론 주도층 인사의 의미 있는 발언을 심층 분석해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이다. 태생부터 ‘정치’와는 떼어 놓을 수 없는 만큼, 원래의 팩트체크는 정치인의 발언의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나아가 참과 거짓을 판정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각 언론사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제 막 팩트체킹을 시작하려는 것과 달리, 외국에선 이미 국제적 연대기구가 만들어지고, 원칙까지 제정됐다. 팩트체킹의 시작과 발전은 주로 미국에서 이뤄졌지만,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언론사들끼리 협력해 팩트체킹을 해낸 프랑스의 사례는 우리 언론에 시사하는 의미는 크다고 생각한다.

팩트체크, 경쟁이 아닌 협업
르몽드를 방문해서 엿본 프랑스 언론의 협업 시스템은 획기적이었다. 미국 대선에서 페이크 뉴스 확산이 트럼프 당선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중론에 자극을 받아 위기의식을 느끼고 시작한 팩트체킹 그룹이 ‘크로스체크’다. 구글의 지원을 받은 크로스체크 그룹은 프랑스 대선 과정에서 나온 미확인 보도들의 사실관계 규명을 전담했는데, 프랑스의 공영뉴스통신사 AFP와 르몽드, 르피가로,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 주요일간지들이 모두 참여했다. 이들 37개 언론사는 대선기간 10주 동안 각지로부터 제보받은 가짜 뉴스 64건에 대한 사실 확인 결과를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마크롱의 캠페인에 돈을 대주고 있는지, 부자 게이나 알카에다가 마크롱을 후원하고 있는지, 선거판에서 나돌던 각종 루머를 검증하고 확인하면서 수치로 계량할 수는 없지만 제대로 된 선거를 치르는데 일조했다.
르몽드에서 만난 기자, 아드리앙 세네카는 이들 그룹의 협업이 인터넷 상의 루머를 수집해 한 가지 이슈가 선정되면 그 이슈에 대해 각 언론사 별로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기사를 썼다고 했다. 단순히 수집한 정보를 교환하고, 의견을 나누는 게 아니라 검증된 기사를 쓰고, 그 기사들이 모이면서 연대의식을 만들어 내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A사에서 쓴 첫 번째 기사를 B사에서 쓴 두 번째 기사가 확인해 주고, 두 번째 기사를 C사의 세 번째 기사가 다시 한 번 검증해주는 식이었다. 서로 경쟁 상대인 언론사들이 어떤 식으로 연대를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한 언론사에서만 다룬 게 아니라 다 같이 다루면서 신빙성을 높이고 팩트체크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협업 시스템 이전부터 르몽드에서 운영하던 팩트체크 서비스인 데코되르는 온라인으로만 운영하는데, 지난 2009년 블로그로 시작했고 2014년부터 사이트에 팩트체킹과 관련한 한 페이지로 자리 잡게 됐다고 한다. 현재성 있는 기사를 주로 다루려고 하고, 전문가가 아니면 모르는, 지식을 전달해줄 수 있는 기사를 주로 다룬다. 이번 연수를 통해 살펴본 요즘 프랑스의 팩트체크는 주로 ‘정치 발언 검증’에 쓰이긴 하지만, 거기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분야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 기사의 투명성에 집중해서 팩트체크한 각 사안마다 근거가 되는 사이트의 링크를 걸어두고 있고, 또 온라인에서만 소비하는 만큼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수집된 정보와 기사 내용을 최대한 시각화, 데이터화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북한 미사일 기사라고 하면 어떤 미사일이 얼마나 있는지 지도 위에 그림으로 표시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팩트체크의 수익 모델
프랑스 탐사저널리즘의 대표주자, 메디아파르트의 에드위 플레넬과의 만남은 유쾌했고, 기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자리였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데다 안정된 르몽드를 퇴사해 만든 메디아파르트에서의 성공은 대기업 광고에 기대 전부 무료 서비스로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 언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에드위 플레넬은 신문을 인쇄하고 유통하는 모든 요소들이 저널리즘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고 봤다. 온라인으로만 제공되는 메디아파르트의 유료 독자는 15만 명. 르몽드나 피가로가 23만 명인 것을 생각하면 굉장한 수치다. 메디아파르트 사이트를 찾아보면 제목과 간단한 기사 요약만 볼 수 있고 모든 서비스가 유료로 제공된다. ‘단지 독자들만이 우리를 살 수 있다’ ‘저널리즘의 자유는 저널리스트의 특권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이다’ 메디아파르트의 모토다. 공익서비스 성격이 강한 팩트체킹 분야에서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에드위 플레넬은 구독자를 위한 기사를 만들기보다 오직 좋은 기사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아파르트는 인터넷에 기사를 올리기 전에 모든 팀원이 읽고 Stay, Hold 등의 의견을 표시하고, 전체를 컨트롤하는 부서의 2명이 계속 기사들을 체크하면서 회사 내부에서도 기사를 검증한다고 하는데, 같은 보도국 기자들끼리도 서로 무슨 기사를 쓰는지 잘 모르는 한국의 보도 시스템에서도 어느 정도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르사유 대학에 리걸체크 사이트 ‘쉬르리녜르’는 신선했다. 정치인들의 발언 중, 법적 검토가 필요한 것들을 모아서 그게 불법인지 아닌지 법학자들의 견해를 보여주는 사이트인데, 리걸 체크는 팩트체킹과 차별화하기 위해 만든 단어라고 했다. 법조인들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리걸 체크를 한다는 자체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방문했던 여러 기관들, 그리고 연수 과정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팩트체크가 얼마나 효과가 있다고 보는지 물었을 때, 시원히 대답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 효과를 계량화하거나 수치로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쉬르리녜르 관계자는 프랑스 사회학자 제럴드 브로네르가 말한 ‘듣는 그대로 믿는 사람들의 민주주의’를 이야기했다. 팩트체크 결과에 대해서도 정치 성향에 따라 결과를 수용하는데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보수적 유권자일수록 팩트체크 뉴스를 접할 가능성이 더 낮게 나타난다는 건데, 주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요즘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보고 싶은 뉴스, 듣고 싶은 뉴스만 골라서 보고 듣는 성향은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 같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검증 이뤄져야
지난해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린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뭐가 진실인지 혼란스러워했다. 그동안 그냥 루머인 줄만 알았던 이야기들이 다 사실인 걸로 밝혀지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조차 거짓 뉴스가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 과정을 겪으면서 그동안 언론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다행히, 최순실 사태를 겪고 나서 사실 검증에 주력하는 언론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아지고 있다. 19대 대선 기간 중 팩트체크 기사를 접해 본 응답자들은 팩트체크에 대해서 바람직하고(56%) 신뢰할 만 하다고(46%)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최근 팩트체킹이 인기처럼 번지면서 팩트체킹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기사에도 팩트체크라는 수식을 달아서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정말 제대로 팩트체킹하려는 노력에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앞으로 국내 언론인들의 숙제는 한국형 팩트체킹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라고 생각한다. 선거 때만 반짝했다가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되는 행사성 팩트체킹이어서는 안된다. 한국형 모델이 개발돼서 평소에도 꾸준히,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검증이 되어야 한다. 정치인의 주요 발언을 검증하고, 말 바꾸기를 가려내고, 공약 사항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선거후에도 점검해야 진정한 의미의 팩트체킹이라는 의견을 전폭 지지한다.
나부터도 그렇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언론이 일상적으로 해왔던 사실 확인은 지나치게 주관적이었고, 뚜렷한 근거도 없었다. 좀 더 많은 전문가, 많은 자료로 철저한 검증을 벌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과정과 근거도 공개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언론이 정말 언론다워지고 시청자들의 신뢰도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Posted in 2017년 11.12월호, 격월간 방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