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의 저널리즘 트렌드_저널리즘과 기술, 비즈니스의 공존을 위한 작은 해법_이성규 메디아티 미디어테크랩장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돈을 버는 방식은 흥미롭다. 그들은 소프트웨어 기업이지만 소프트웨어 그 자체를 팔지 않는다. 비트화된 소스코드는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무료로 개방한다. 능력만 된다면 누구든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돈을 번다. 레드햇이라는 리눅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업의 연간 매출액은 2조 원이 훨씬 넘는다1). 이들이 파는 건 따로 있다. 서비스와 가이드다. ‘이럴 땐 이렇게 해보세요’라는 오픈소스 관련 지식과 정보, 교육코스를 주기적으로 제공하고, 어려울 땐 오픈소스 전문 개발자가 찾아가 도와준다. 소스코드를 더 잘 쓸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고 구독료를 되받는 식이다. 소프트웨어는 공짜지만 사용설명서는 유료인 셈이다.
뉴스 서비스도 오픈소스를 닮았다. 디지털 공간에서 뉴스는 무료다. 고품질 저널리즘은 유료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독자들은 여전히 무료로 선호한다. 케빈 켈리의 말2)을 빌리자면 “새로운 초포화 디지털 우주에서는 사본이 너무나 흔하고 저렴”해서다. 그래도 뉴스는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광고 수익은 줄어들고 있지만 디지털 구독은 늘어난다. 무료로 보기로 마음먹기만 하면 구독료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말이다. 뉴스는 무료지만 그게 무엇이든 수익모델은 작동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가이드 콘텐츠 확대 전략
힌트는 뉴욕타임스에서 발견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0월 말 디지털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서비스 저널리즘’service journalism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내용은 이렇다. 뉴욕타임스를 지탱시키는 수익모델은 디지털 구독인데, 구독 확대의 핵심 변수 중 한 가지가 서비스 저널리즘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효과가 사라진 이후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구독자를 증대시키기 위해 골몰해왔다. 이 과정에서 나름의 수익 공식을 확인했는데, 페이스북에 더 많은 기사를 노출하는 것 그리고 서비스 저널리즘과 인터렉티브 스토리를 확대하는 것3)이다.

뉴욕타임스가 실행 중인 서비스 저널리즘의 요체는 ‘가이드Well-Guides’4) 코너다. ‘잘 늙는 법’, ‘아이들을 위한 마음가짐’, ‘건강한 심장을 위한 7가지 습관’ 등 연성 콘텐츠가 아카이브처럼 쌓여있는 에버그린 콘텐츠의 다발이다. 버즈피드에서나 봄직한 제목을 달고 있는 말 그대로 사용설명서 같은 스토리들이다. 가이드는 뉴욕타임스 내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기사군에 속한다. 일반적인 뉴스보다 평균 두 배 이상 방문자수가 많다. 일상에서 지친 독자들이 가이드 기사를 주로 찾는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스마트리빙 총괄에디터 캐런 스코그는 “우리가 하고 있는 작업의 핵심은 뉴스이고 탐사보도다. 하지만 하루의 다른 시간대, 다른 독자들에겐 다른 스토리로 호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통적인 기자들은 서비스 저널리즘 류의 보도 경향에 염려를 표한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기도 모자란 마당에 한가하게 ‘How to’ 류의 연성 기사나 써댈 수 있느냐고 한다. 국내라고 사정이 다르진 않다. 지사志士 저널리즘이 지배해온 한국 저널리즘의 경험은 서비스 저널리즘의 설자리를 축소시킨다. 그러나 저널리즘은 오로지 감시견 저널리즘(Watchdog Journalism)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았다. 독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보도만으로 성장해오지도 않았다. 오락과 흥미, 유익한 정보는 역사적으로도 저널리즘을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이었다.

서비스 저널리즘과 저널리즘의 본령
서비스 저널리즘은 오락과 정보 영역을 포괄한다. 소비주의와 시민권도 넘나든다. 여기에 인터렉티브라는 기술적, 형식적 요소도 결합된다. 정보의 홍수라는 미디어 환경의 급변동도 전제된다. 복합적 조건들 속에서 서비스 저널리즘은 독자들이 일상에서 직면한 고민을 해갈해주고 있다. 이를 통해 개인 일상의 어려움과 불만을 사회화한다. 울리히 벡이 말하는 하부정치의 순기능을 온전히 떠안고 있다5). 이 맥락에서 서비스 저널리즘은 비즈니스 친화적이지만 다분히 정치적이기도 하다.
비즈니스 전문 뉴스 스타트업 ‘쿼츠’의 캐빈 덜레이니 편집장은 이렇게 말한다6). “저널리즘에는 크게 두 가지 역할이 있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권력 견제와 알권리 충족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오락의 기능도 있다. 전통적으로는 종종 후자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라고. 서비스 저널리즘을 경시하는 풍조를 두고 던진 얘기였다. 스코그 총괄에디터도 마찬가지다. “서비스 저널리즘에 딴죽을 거는 기자들이 있다. 하지만 뉴스와 서비스 간의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7). 트럼프 비판 기사를 열독하는 독자들이 저녁엔 ‘잘 늙는 법’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설명이다.
저널리즘과 비즈니스는 공존해왔다. 앞으로도 공존할 것이다. 어느 하나의 희생 없이 지속되려면, 저널리즘에 대한 상상력과 포용력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 그 시점이다. 레드햇이 오프소스 생태계를 키워나가면서도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은 디지털 시대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무료로 제공되는 소스코드는 해석과 안내가 결합되면서 가치가 더해진다. 감시견 저널리즘에 서비스 저널리즘이 덧붙어 양립한다면 저널리즘의 가치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안정적인 수익까지 더할 수 있는데 굳이 그 선택을 마다해야 할 이유는 없다. 포털에 대한 비판도 중요하지만 저널리즘이 지속가능한 모델을 탐색하는데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포털 해바라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저널리즘을 더 넓게 해석하려는 우리의 통 큰 배포다.

 


1) https://www.redhat.com/ko/about/press-releases/레드햇-2018-회계연도-1분기-실적-발표
2)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35211463

3) https://digiday.com/media/get-10m-subscribers-new-york-times-focusing-churn/
4) https://www.nytimes.com/spotlight/well-guides
5) http://journals.sagepub.com/doi/abs/10.1177/0267323199014004004
6) http://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30429
7) https://digiday.com/media/new-territory-ny-times-eyes-expansion-service-journalism/

Posted in 2017년 11.12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이성규의 저널리즘 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