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_남의 일 같지 않은 파업 현장에서_YTN 김현미 기자 (영상취재1부)

YTN은 복직 했는데..
“YTN 복직 축하드려요~” 축하를 받으며 이렇게 어색할 때가 또 있을까. 축하를 받는 이곳은 MBC로비, 총파업 투표 결과 보고를 하는 집회 현장이다. YTN 해직 선배들이 복직되고 이틀 뒤, MBC는 총파업 투표 결과 역대 최고 찬성률을 기록하며 파업에 들어감을 선언했다.
우리가 복직 행사에서 썼던 음악 ‘going home’이 MBC 로비에도 울려 퍼진다. 2012년 장기 파업 이후 보복조치로 비非제작 부서로 발령 나 떠나있던 기자와 PD들의 이야기가 화면으로 나오고 있었다. 조합원들 눈에선 애써 참던 눈물이 쏟아진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클로즈업해 찍다 보니 예전엔 현장에서 자주 보던 기자들도 보였다.
“그동안 다 어디 갔나 했는데 결국 여기서 보네요.” “남일 같지가 않네.”
제작거부가 시작되면서부터 언론사 파업을 팔로우하고 있는 취재기자 이광연 선배와의 대화이다. 언론사 파업 현장은 이렇게 아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 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혹시 내가 찍은 영상을 보고 일 못한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솔직히 엄청 긴장된다) 취재할 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쉽고 필요한 영상을 노조에서 제공받을 수도 있어 상대적으로 편한 취재 현장이다. 아무래도 취재원에 감정이입된다는 것은 기자로서 경계해야 할 부분이긴 하지만, 자주 못 보던 타사 동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다.

파업 중에 만드는 뉴스
MBC에 이어 제작거부에 들어간 KBS 새노조는 파업 뉴스팀을 꾸려 ‘KBS 이사장의 수상한 관용차 사용’ 같은 내부 고발 뉴스부터 ‘군 댓글공작’ 같은 사회 고발 뉴스도 직접 만들었다. 파업 뉴스 제작에 참여하는 촬영기자 동기가 슬그머니 와서 묻는다.
“넌 어떻게 만들었어? 영상 찾기 엄청 힘들다.”
본사에 있는 원본 영상은 노조가 쓸 수 없어서 뉴스 제작하는데 어려움이 컸을 것이다. 노조 집행부로서 영상제작을 많이 했던 나에게 혹시 쉬운 방법이 있는지 물어본 것 같았지만 나 역시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언론사는 자기들 파업하는 것도 스스로 보도할 수 있어서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파업하는 와중에 일을 해야 하는 고통은 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를 것이다. (심지어는 파업 상황이 아닐 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비록 월급은 없지만 업이 업인지라 상황이 어떻든 알릴 것이 있으면 알려야 하기에…
‘우리가 이긴다’
파업 50일째, KBS·MBC 공동 집회 현장. 뜨거운 여름에 시작된 파업인데 이제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감돈다. 현장에 가면 항상 반갑게 맞아주는 한 선배가 내 손이 차다며 걱정을 한다. 나는 길어지는 파업이 걱정이라며 더 추워지기 전에는 끝났으면 한다는 대답을 했다. 지난 10년을 생각하면 50일은 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우리가 이긴다’
구호를 외치는 목소리에서 지난 파업 후에 더욱 무너져 갔던 공영방송을 이번에야말로 바로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들이 이기겠다는 의미는 공영방송을 진짜 주인인 국민에게로 돌려주겠다는 것이기도 했다. 이날은 마침 국정농단규탄 촛불집회가 1주년을 맞는 주이기도 했다. YTN의 해직기자 복직도 결국 촛불 시민의 힘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한다. 이번 공영방송의 파업도 촛불 시민의 명령이라고들 한다. 공영방송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게 되는 날, 당당하게 ‘우리가 이겼습니다!’라고 외칠 수 있기를.

신뢰받는 언론인을 꿈꾸며
포털 검색창에 ‘파업’이라는 단어를 치니 연관 검색으로 ‘방송사 파업 언제까지’라는 물음이 뜬다. 그만큼 파업 종료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이미 파업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많긴 하지만 파업이 끝나도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라고도 한다. 하긴, 공정 언론을 위한 싸움이라면 언제까지라도 할 수밖에.
언젠가는 국민들이 어떤 언론사든 신뢰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어느 언론사가 더 공정하냐를 놓고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결국 모든 언론이 별로 공정하지 않는다는 반증이란 생각도 든다. 언론은 공정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은 더 그래야 할 것이다. 그 당연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하고 있냐를 생각하면 취재를 하면서도 마음이 무겁다. 우리에겐 경쟁사들이지만 진심으로 잘 되길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앞으로는 누가 더 공정하냐를 다툴 필요 없이 모두가 공정한 언론으로서 그저 더 좋은 취재를 위한 경쟁을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Posted in 2017년 11.12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현장에서.